일기에서 역사를 엿보다 - 청대일기를 중심으로 국학자료 심층연구 총서 9
우인수 외 지음 / 새물결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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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대일기>는 18세기 영남 학파의 대표 문인인 권상일이 무려 60여 년 간 써 온 일기를 분석한 책이다.

일기류의 사적 기록들이 많이 발굴되어 조선 후기 사회를 좀더 상세하게 분석할 수 있어 참 흥미롭다.

권상일은 퇴계 학통을 계승한 상주 출신의 문과 급제자인데 이미 당시는 노론이 정국을 장악하던 때라 중앙관직을 역임하기는 했으나 영향력이 크지는 않았고 오히려 지방재지사족으로서 존경받았다.

노론 일당 독재에 구색용으로 중앙 관직에 천거되는 위치였다.

안 그래도 남인은 정계에서 소외되고 있었는데 이인좌의 난으로 완전히 정국에서 배제될 위기에 처했다.

권상일은 만경현령을 할 당시 발빠르게 역적 소탕에 대처하여 영조의 눈에 들 수 있었다.

81세에 사망했으니 천수를 누린 셈이다.

전염병이 돌던 시대라 아내는 셋이나 먼저 보냈고 결국은 소실을 들여 반평생을 보낸다.

워낙 손이 귀하고 유아 사망률이 높은 때라 아내가 죽은 해에 바로 새장가를 들곤 했다.

18세기는 문중 중심의 종법이 확립된 시기라 제사가 아주 중요한 의례로 자리잡았다.

단순히 조상을 추모하는 자리가 아니라 1년에도 수십 차례 있는 제사를 준비하면서 마음을 경건하게 하고 문중 사람들과 친교를 다지는 중요한 행사였다.

체백이 있는 묘지에 가서 지내는 제사보다는 신주를 모신 가묘에서 지내는 제사로 바뀌게 되는데 이런 과정을 보면 확실히 성리학은 종교적인 측면이 강한 것 같다.

사족의 신분 유지를 위해 과거 급제를 강렬하게 소망하면서도 급제를 통해 聖人 으로서의 포부를 실천하려는 도덕적 목표 달성을 추구하는 모습을 보면 조선시대 유생들이 단순히 권력 지향적이기만 한 계층은 아니었던 것 같다.

도덕적 인간이 다스리는 도덕국가는 인간이 이기적이고 욕망하는 존재라는 본성을 무시하는 것이니 결국 조선사회는 몰락할 수밖에 없었을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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