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속들이 이해하는 서양 생활사
김복래 지음 / 안티쿠스 / 2007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리스 로마 부분은 지루해서 계속 읽어야 하나 고민했던 책이다.

리뷰가 좋아서 끝까지 붙들고 있었는데 중세편부터는 너무너무 재밌다.

그리스 로마는 워낙 고대라 사료가 적어서인지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들만 나와 지루했던 것 같고, 중세 시대부터는 근대의 기원이 될 만한 것들이 등장해 정말 재밌었다.

오늘날 국민국가들의 원형이 형성된 시기이고 가톨릭 문화가 지배하던 시절이라 친숙해서 더 호기심이 생긴다.

르네상스 이후 시기도 말할 것도 없이 정말 흥미진진하다.

저자의 전작들도 몇 권 읽었을 때, 오류가 종종 보였던 듯 한데 이번에는 전혀 못 찾아서 꽤 신경써서 편집한 듯 해서 더 좋았다.

도판도 많이 실려 무척 책이 예쁘다.

중세와 근대의 서양인들의 삶이 궁금한 사람들이 읽으면 많은 흥미로운 지식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기억에 남는 몇 가지

1) 왜 그리스 시대에는 동성애가 많았을까?

나도 항상 이런 게 의문이었다.

동양 역사서에서는 별로 못 본 것 같은데 고대 그리스에서는 일종의 문화라는 생각마저 들 정도로 동성애가 많았던 듯하다.

저자의 설명에 따르면, 고대 그리스는 오직 남성만이 사회적 활동을 할 수 있었는데 신체를 과감하게 드러내는 문화였기 때문에 동성애가 발달했다고 한다.

간단히 말해 여성들과의 만남이 금지된 군대에서 동성애가 생길 가능성이 있는 것처럼 말이다.

주연이나 운동 경기 등에서 반라나 전라 상태로 남성들과 사회적 활동을 하다 보면 우정을 넘어 육체적 사랑까지 발달하기 쉬운 환경이었다는 것이다.

이 때 중요한 것은 사랑이란 동등한 상대와 하는 게 아니라 남성이 미소년이나 여성, 노예 등 자기보다 낮은 사람과 이뤄졌다고 한다.

성인 남성끼리의 동성애는 거의 없고, 미소년을 데리고 다니면서 일종의 후견인처럼 돌봐 주고 더불어 육체적 감정도 나눴다고 한다.

여성들의 지위가 워낙 낮아 강간도 흔했다고 한다.

최근까지도 여성이 강간을 당하면 오히려 당한 여자를 비난하던 우리 문화도 그런 구습의 형태일 것이다.

그리스 신화에 제우스가 왜 그렇게 여자들을 잘 건드리나 했더니 이런 여성 비하가 깔려 있었던 셈이다.

약육강식의 고대 시대였으니 어쩔 수 없는 사회적 현상이었던 모양이다.


2) 저자는 상층 문화와 하층 문화를 나눠서 설명한다.

이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하층의 민중 문화는 기록이 많지 않아 자세한 묘사는 적었지만 상류층 귀족 문화와 민중 문화는 따로 기술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중세편에서 제일 인상적이었던 것은 집단주의 사회였다는 점이다.

너무 당연한 것 같기도 한데, 하다못해 귀족들의 성에서조차 따로 식당이 있는 게 아니라 식사가 시작되면 간이 식탁을 만들고 밤이 되면 치우고 거기에 누울 자리를 만들어 준다.

개인의 공간을 갖는다는 건 중세에세 상상하기 힘든 일이었다고 한다.

개인주의란 아무리 빨리 잡아도 르네상스의 소수에서부터 시작해 겨우 19세기는 되야 가능했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나도 어렸을 때 안방에서 할머니와 동생들과 함께 잤고 내 방을 가진 게 고등학생이 된 후 방 네 개짜리 아파트로 이사를 간 다음에서야 가능했던 것 같다.

개인의 공간에 대한 욕구가 중세에서는 불가능했던 것이다.

추위를 이기기 위해 축사를 집 안에 들여 가축들과 함께 자기도 할 정도였으니 오늘날의 시각으로 시각으로 당시를 이해하기란 참 어려운 일이다.

귀족들은 개인의 감정을 표출할 수 있는 여지가 있었을지 모르나, 적어도 민중들은 집단에서 벗어나는 것이 곧 낙오되고 보호로부터 벗어나는 일이라 상상하기 어려웠다고 한다.

그래서 가난한 민중의 억눌린 욕구를 표출시키기 위해 축제가 중요했고, 절기마다의 이교도적 축제를 기독교적으로 바꾸기 위해 교회에서 많은 노력을 기울린다.

크리스마스가 괜히 로마 태양신 축제에서 비롯된 게 아닌 모양이다.

근대는 개인의 발명이 이뤄진 시대라는 말이 실감난다.


중세와 근대인들을 이해하기에 너무나 좋은 독서 시간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