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전 - 반체제 인사의 리더에서 성인이 되기까지 우리가 몰랐던 공자 이야기
시라카와 시즈카 지음, 장원철.정영실 옮김 / 펄북스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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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공자라는 위대한 사상가에 대해서 역사적으로 풀어쓴 인물 중심의 평전인 줄 알았는데, 오히려 유학이란 무엇인가, 그 원류는 어디인가에 초점을 맞춘 사상 서적 같다.

그러고 보니 저자의 전작 <한자>에서도 갑골문의 시작이 바로 신에 대한 희생 제의 과정이었다는 주장을 다소 지루하고 어렵게 읽었던 기억이 난다.

동양 철학에 대해 맛볼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지만, 한편으로는 내 수준에 맞지 않고 어려워 100% 다 이해하지 못했다.

논어나 노자, 장자, 묵자 이런 경서에 대한 설명은 철학적인 부분이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많이 건너 뛰었다.

나에게 사변적인 철학은 여전히 너무 어렵기만 하다.


가장 핵심적이면서도 충격적인 주장은 공자가 무녀의 사생아이고 유가의 뿌리가 巫祝 에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사관 역시 하늘에 희생 제의를 바치는 巫祝 의 일종이었다고 본다.

은나라의 수많은 갑골문에 새겨진 점복들을 생각해 보면 과연 그럴 것 같기도 하다.

신과 인간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하느냐가 무의 시작이었다고 한다.

유교의 근본인 仁, 사람 人과 동음이의어인 이 단어를 공자가 발명했다고 설명한다.

인이란 무엇인가?

예절을 지키기 위해 사회적으로 합의된 것, 모든 전통의 매개자가 인이라고 했다.

솔직히 다 이해를 하지는 못했다.

역사가 시작된 이래 내려온 모든 전통을 하나의 사상으로 체계화시킨 것이 바로 인이라는 것이다.

공자는 이런 사상의 권위를 주공으로부터 빌려 왔다.

그러고 보니 주나라 시대 묘지를 연구한 고고학책에서 주례가 주나라 시대의 예법이 아니라 동주 이후 춘추전국시대 공자가 살았을 무렵 비로소 정립된 매우 최근의 사상이라는 학설을 접한 기억이 난다.

고대로부터 전해온 전통이라고 하지만 사실 매우 최근에 생겨난 예법이라는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마치 그리스도교의 뿌리가 유대교이고 그것을 예수 사후 그 제자들이 새로운 종교로 개혁했던 것이 떠올랐다.

최근에 읽은 이집트학 책에 의하면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고, 유대교의 유일신 사상 역시 이집트 신화로부터 영향을 받은 것으로 되어 있다.

겸애와 비공을 주장한 묵가가 수공업자들의 길드 같은 조직에서 비롯되었고 유가를 비판하는 과정에서 하나의 체계를 세웠으나 그 뿌리는 비슷하다는 주장도 신선했다.

장자의 학문도 유가와 비슷하다고 한다.

오히려 인의를 주장한 맹자는 공자의 유가로부터 많이 벗어나 있다고 했다.

유가의 핵심적인 예법으로 삼년상을 들고 있다.

왜 유가는 삼년상을 고집했을까?

왕의 패권정치를 주장한 순자마저도 삼년상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했다.

저자는 명확히 그 연유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마치 유대교와 이슬람교에서 돼지고기를 금기시 하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 아닐까 생각해 봤다.

어쩌면 고대로부터 내려온 여러 전통들을 하나의 거대한 예법이라는 질서 속에 체계화 시키는 과정에서 그러한 엄격한 상제가 대표적인 법으로 표상화 된 것은 아닐까?

저자는 말미에 인은 플라톤의 이데아와 비슷하다고도 했다.

어제 읽은 이집트학에서 카를 차용한 것이 바로 이데아라고 했으니 그렇다면 우리 존재의 근원, 변하지 않는 본질을 의미하는가?


내가 다 이해하기에는 너무 어려웠지만 그래도 유학이 뿌리가 무엇인가, 공자가 중국의 전통을 어떻게 하나의 학문으로 정립시켰는지 조금은 알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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