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후기 한글 유배일기 연구 민족문화 학술총서 66
조수미 지음 / 경진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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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을 손본 책이라 그런지 좀 어려웠다.

대중을 상대로 한 교양서 수준이 아니라 일기를 현대어로 풀어쓰지 않고 그대로 수록해서 제대로 이해를 못했다.

한문도 아니고 한글로 쓰여 있는데도 무슨 말인지 거의 모르겠다는 게 약간 놀랍다.

제목을 대충 보고 유배 간 사람들이 쓴 일기라고만 생각했는데, "한글일기" 라는 게 독특하다.

유배야 양반들이 갔을테니 편지도 아니고 일기라면 당연히 한문일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왜 굳이 한글로 일기를 남겼을까?

저자는 이 일기가 요즘처럼 개인의 사적인 감정을 토로하는 내밀스러운 글쓰기가 아니라, 여성들을 포함한 가족들이 다 같이 읽으리라 생각하고 썼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러고 보니 일기를 기록한 사람도 본인이 아니라 유배가서 시중을 든 자녀나 조카, 제자 같은 가까운 이들이다.

일기라기 보다는 집안 사람들에게 당부하는 글, 유언 정도의 의미라고 할까?

한글이 여성만의 글쓰기로 조선 시대 내내 무시당했다고 생각했는데 후기로 갈수록 한글 글쓰기가 활발해져 집안 내에서는 이렇게 한글로 쓰여진 저작들도 많이 생겼다고 한다.

여성들의 독서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또 집안의 중요한 일들을 전하기 위해 여성 가족이 읽는다는 전제로 남성들도 한글로 글을 남긴 것이다.

유배일기를 가족문학의 관점에서 분석한 점이 신선했다.

정철의 사미인곡을 보면 왕을 향한 충성심과 사랑으로 가득차 있다.

이런 선비들의 충심이 강요되고 습관적인 서사가 아니라 자신들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내제화된 가치관이었기 때문에 유배가서 비록 처지가 중앙으로부터 소외되어 갇힌 몸이지만 그럴수록 더욱 임금에 대한 마음을 다잡으며 선비로서의 자존감을 지키기 위한 자발적인 노력이었다는 분석에 수긍이 간다.

또 검소함과 청렴함을 매우 중요한 덕목으로 생각했다는 걸 보면 소비가 미덕인 자본주의와는 전혀 맞지 않다는 게 새삼 느껴지고, 생산력이 매우 낮을 수밖에 없고 그것을 극복하려는 것이 아니라 검소함을 강조하는 것으로 해결하려 했다.

관리들의 녹봉이 매우 작다 보니 나라에서 받는 것만 가지고는 생활이 불가능해 선물을 주고받는 선물 경제가 활발했는데 요즘 우리가 생각하는 뇌물의 개념이 아닌 것 같다.

그래서인지 청렴함을 강조하면서도 유배까지 와서 여러 사람들로부터 선물받은 내역을 자세히도 적어놨다.

일종의 부조 개념이었나 싶기도 하다.

제일 황당했던 기사가, 신임사화 때 사사된 이이명의 딸이 저지른 행동이다.

이이명의 외아들 이기지에게는 아들 둘이 있었는데 하나는 장님이고 오직 이봉상만이 후사를 이을 수 있었다.

그런데 이이명이 사사당하고 이기지도 고문 끝에 사망하자 하나 남은 조카 이봉상을 연좌제로부터 지키기 위해 비슷한 또래의 종복을 자진케 하여 조카가 사망했다고 속이고 피신을 시켰다는 것이다.

훗날 영조 즉위 후 이이명이 복권되자 숨어살던 이봉상은 세상에 나오게 되고 이씨 부인의 사례가 가문을 살린 이야기로 실리게 되었다.

오늘날의 관점으로 보자면 자기 가문 살리기 위해 엉뚱한 목숨을 죽게 만든 이기적인 행동으로 비난받아 마땅한데 시대에 따라 가치관이 이렇게 다른가 싶다.



<오류>

76p

고 사인 이정영의 처는 곧 조태채의 딸입니다. ... 또한 외삼촌인 임원군 표와 남편의 동기인 집안들에게 그런 짓을 하게 되어

-> 이정영은 임원군 이표의 아들이다. 그러므로 조태채의 딸에게 임원군은 외삼촌이 아니라 시아버지이다. 인터넷에서 검색된 실록에도 외삼촌으로 올라와 있어 이 부분이 의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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