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제국 최후의 숨결
에밀 부르다레 지음, 정진국 옮김 / 글항아리 / 2009년 5월
평점 :
절판


외국인의 눈으로 본 20세기 초의 대한제국 답사기라는 주제는, 이제는 너무 많이 읽어 식상하다는 느낌을 준다.

다 비슷비슷한 내용이라 약간 지루한데, 이 책의 저자는 꽤나 정확한 지식을 갖고 있어 놀랄 때가 많았다.

역자 후기에도 나온 바대로 성실하고 유능한 통역자가 있었던 것 같고, 고인돌에도 관심을 가질 정도로 저자의 지적 호기심도 왕성했던 듯하다.

조선 산천을 여행하고 꼼꼼하게 기록한 저자의 성실함이 돋보이지만 지루하다.

저자가 직접 찍은 사진들은 개화기에 막 접어든 당시 우리 모습들을 보여준다.

문명국이라 자부하는 프랑스인의 눈에 비친 조선은 전통사회의 끝자락에 속해 있는 사회로, 한마디로 정의하면 불결하고 냄새나고 비위생적이며 미신에 가득찬 나라다.

특별히 인종적 편견이 보이는 것은 아니고, 아마도 근대인의 눈으로 본 대부분의 전통사회가 다 비슷하리라 생각된다.

특히 의학적 혜택을 받지 못해 천연두 등 전염병으로 죽은 시신을 악귀를 쫓는다면서 매장도 하지 않고 문 밖에 버려 두니 오히려 주변 사람들이 다시 병에 걸리는 악순환을 안타까워 하는 모습이 전근대 사회의 어두운 면이 아닌가 싶다.

전에 다른 외국인이 쓴 책에 따르면 순종의 첫번째 아내였던 순명효황후도 복통이 심해서 배가 남산만큼 불렀는데도 남자 의사에게 보이지 못하는 법도 때문에 사망하고 말았다는 내용이 있었다.

조선 민중의 가난함에 대해서는 너무나 상세하게 묘사되어 안타깝다.

고립되어 있을 때는 비교할 대상이 없으니 가난한 상태로 우리끼리 그럭저럭 살아갔으나 개방의 시대에 더이상 못 버티고 소멸된 운명이 슬프다.

대신 푸르른 자연예찬은 참 좋았다.

당시 서울은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숲이 우거진 자연 친화적인 도시였던 것 같다.

하긴 창덕궁에 호랑이가 나타날 정도로 숲이 우거졌다고 하니 오늘날의 메트로폴리탄 도시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