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은 왜 무너졌는가
정병석 지음 / 시공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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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자의 눈으로 본 조선 쇠망사라고 할까?

맨날 정치 얘기만 읽다가 경제사적인 관점을 들으니 무척 신선하고 재밌다.

조선이 500년이나 되는 긴 시간 동안, 특히 양란을 무사히 잘 치뤄내고 왕조를 안정적으로 유지한 것은 그만큼 폐쇄적인 사회였고 성리학 이데올로기가 강력하게 사회를 억압했던 탓이라고 한다.

사실 제일 궁금했던 게 노비제, 특히 서양처럼 다른 인종을 노비로 삼거나 전쟁포로, 범죄자나 채무자도 아닌데 같은 민족을 그렇게 오랜 시간 동안 노예로 부릴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노비 세습제가 얼마나 강력한 신분제였고, 조선 사회를 유지한 핵심적인 제도였는지 이 책을 통해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이런 비생산적인 노예노동에 의존했기 때문에 조선은 안정적이었을지는 모르나 생산력 있는 국가로 발전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안빈낙도와 청빈을 강조한 이유가 있었다.

국가 전체가 생산력이 너무 낮아 농민으로부터 양반 사족들이 착취하는 구조였기 때문에 백성들은 매우 가난했고, 사족 역시 소비적인 생활을 영위하기는 어려웠던 것이다.

기본적으로 조선은 작은 정부, 즉 낮은 생산력 때문에 세금을 많이 걷기 힘든 구조였던 터라 사회간접자본에 투자할 수가 없었다.

철학적인 도덕 국가를 추구했던 탓에 개인의 영리 추구도 죄악시 하여 자발적인 상인 계층도 생겨나기 힘든 구조였다.

서구처럼 시민혁명이 불가능했던 이유도, 사족을 대신할 집단, 이를테면 종교인이나 군인, 상인 계층 등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조선의 경제 구조를 잘 분석한 책이라 아주 흥미롭게 읽었다.

오늘날 산업화에 성공하여 세계적인 무역 국가가 된 것을 보면 저자의 주장대로 올바른 제도의 선택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느껴진다.

당장 북한과의 비교만 봐도 알 수 있다.

저자는 강한 국가의 핵심 사항으로 강력한 법치주의를 들고 있다.

법과 제도를 잘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철저하게 실행하는 운영적 측면을 더 강조한다.

조선이 망한 이유도 거대한 철학 담론에만 집중하다 보니 세세한 각론은 무시했던 탓이라 한다.

작지만 작은 사업장을 운영하면서 느낀 바는, 지킬 수 있는 법을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저자도 책에서 지적한 바지만 게임의 룰은 반드시 지켜져야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는데 룰이 너무 복잡하면 선수들이 다 외울 수가 없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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