량치차오, 조선의 망국을 기록하다
량치차오 지음, 최형욱 옮김 / 글항아리 / 2014년 8월
평점 :
절판


한문투의 번역이라 확 와 닿지는 않았지만 역자의 성실한 주석 덕분으로 그런대로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

제 3자의 눈으로 보는 객관적인 조선 망국의 마지막 순간이랄까, 매우 비판적이고 냉정하다.

고종과 민비의 무능함과 탐욕스러움이야 익히 알고 있었지만, 대원군까지 이렇게 신랄하게 당대인의 비판을 받았을 줄은 미처 몰랐다.

대원군은 아들인 고종에 비해 강단있고 청렴하며 비록 쇄국정책을 펴긴 했으나 민족의식이 살아있는 지도자로 생각하고 있었던 터라 다소 충격이다.

하긴 전제 왕권 시기에 권력이 국왕이라는 하나의 원천에서 나오지 않고 다른 곳으로 나눠져 있었으니 그 갈등 관계만으로도 충분히 국력 낭비였을 것이다.

무리한 경복궁 중건으로 그나마 있던 재정도 파탄나고 국제정세에 어두워 쓸데없이 잔혹한 천주교 박해를 일으켜 외국과 마찰을 빚었으니 그도 조선 멸망에 크게 일조한 셈이다.

생각보다 일본은 조선 합병을 위해 오랜 시간 동안 공을 들였고 경쟁자들인 청국과 러시아를 전쟁을 통해 물리치고 외국과 각종 조약을 통해 조선의 보호국임을 승인받았으니 가장 간절히 원하던 사냥꾼에게 조선이라는 먹잇감이 떨어진 셈이다.

아무도 망한 나라를 위해 목숨을 버리지 않았는데, 오직 안중근 의사만이 결연한 의거를 행하였음에 저자가 감동해 마지 않는다.

결국 일본 입장에서 보면 그는 테러리스트였겠지만 일본에 한을 품은 조선이나 중국에게는 기개를 만천하에 떨친 의로운 사람이었을 것이다.

<현대 일본을 찾아서>라는 미국 사학자의 책에 따르면, 이 당시 이토 히로부미는 이미 실권자의 자리에서 물러난 상태였고 그나마 강제 병합을 반대했던 평화주의 정치가를 죽여 오히려 식민지화가 더 빨라졌다는 부정적 평가를 내렸었다.

그럼에도 한 개인의 이 놀라운 애국심과 용기는 지금도 감동스럽다.

외교에서 도덕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현대에도 전쟁이 손해이기 때문에 평화를 유지하고 있을 뿐 약육강식의 세계임은 마찬가지니 실력을 기를 수밖에 없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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