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문화 순례 - 세비야에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까지
김창민 엮음 /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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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루한 제목과는 달리, 내용은 아주 유익하고 재밌다.

스페인에서 유학한 교수들이 문화와 역사 각 부분을 나눠서 쓴 책이라 그런지 밀도가 있고 내용도 전문적이라 스페인을 입체적으로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

제목만 좀 더 멋지게 바꾼다면 훨씬 많이 읽힐텐데 아쉽다.

스페인의 문화와 역사에 대해 궁금한 사람이라면 강추하는 책.

책을 읽을 때마다 느끼는 바지만, 좋은 책을 쓰기 위해서는 일단 자신이 쓰는 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갖춰야 하는 것 같다.

너무나 많은 출판물 속에 살고 있어 오히려 좋은 책을 고르기가 더 힘들어지는 세상이다.

그럴 듯한 사진 좀 싣고 책 디자인 화려하게 하고 광고 좀 붙여서 문구만 멋지게 뽑으면 베스트셀러가 나오는 요즘 시대는 마치 책 공해 속에 사는 것 같아 좋은 책을 고르기 위한 안목이 특히 필요한 듯하다.


1. 첫 부분에 나온 스페인의 합스부르크 시대와 현대사의 프랑코 독재 시대, 그리고 카탈루냐와 바스크로 대표되는 민족주의 운동 부분이 가장 유익했다. 

특히 민족주의가 어떻게 탄생했는지 그리고 이 두 지역의 움직임이 어떻게 다른지 명확히 구분할 수 있게 된 좋은 시간이었다.

간단히 말해 카탈루냐는 상업주의 전통으로 인해 개방적이고 문화적이며 근대적인 오늘날의 가치관과 잘 들어맞지만, 바스크 지역은 전통사회로의 회귀를 추구하는 보수주의 때문에 현대 민주주의와 대립하여 폭력적인 양상을 띈다는 것이다.

또 카스티야 중심으로 정치가 발전했으나 오랜 국토회복과정 동안에 군사적 덕목이 중시되어 보수적이고 종교적이며 권위주의가 팽배했다.

프랑코 사후 민주주의 국가로 회귀할 수 있었던 것을, 책에서는 스페인 내전의 아픔을 반복하지 않으려는 국민들의 열망 때문에 타협한 덕이라고 한다.

좌우 대립이 매우 날카로운 한국 사회에서 눈여겨 볼 대목 같다.

정의를 구현하는 것보다 (절대적인 정의가 과연 있을까?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보편적이고 명확한 정의가 과연 인간 사회에서 존재할까?) 내전을 피하고 평화로운 나라를 만드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다.


2. 스페인의 회화사도 유익했다.

도판도 많이 실려 있어 좋았다.

벨라스케스에서 고야에 이르기까지, 또 피카소와 달리, 미로 등으로 대표되는 현대 미술가들의 활약상도 흥미롭게 읽었다.


3. 건축 부분을 맡은 분은 학자가 아니라 그런지 분석적이기 보다는 유명 건축물을 나열하는데 그쳐 아쉬웠다.

영화사 부분은 흥미롭게 읽었다.

"오픈 유어 아이즈"를 아주 지루하게 봤던 기억만 나는데 중요한 영화였던 모양이다.


4. 마지막에 관광과 축제를 정리한 부분도 인상적으로 읽었다.

스페인 하면 관광대국인데 조상한테 받은 덕분으로 끝이 아니라 국가에서 정책적으로 관광산업에 큰 투자를 하고 그 결과물로 오늘날 엄청난 수익을 올리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우리나라도 그렇게 될 수 있다고 하는데, 동북아 끝에 붙어 있어 여전히 세계와 큰 교류가 없는 고립된 이미지가 강한 나라라 과연 가능할지 의문이다.

프랑스만 해도 문화유산이 넘쳐나고 스페인은 태양이 내리쬐는 자연환경도 있고 여러 문화권의 유산이 공존하며 프라도 미술관의 엄청난 작품들이 큰 자산인데 한국과 비교는 어려울 것 같다.


스페인은 신혼여행지로 간 곳이라 책을 읽을 때마다 특별한 기분이 드는 나라다.

스페인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알 수 있는 정말 유익한 시간이었다.


<오류>

89p

이 전쟁은 1833년 페르난도 7세가 세 살 먹은 손녀(이사벨)을 후계자로 남기고 죽자 보수적이고 종교적인 전통주의자들이 여성의 왕위 계승을 배제하는 살리법에 호소함으로써 이 아이의 왕위 계승을 저지하고, 대신 페르난도 7세의 동생이며 '편협하고, 경건하고 고집이 센 전통주의자' 돈 카를로스 마리아 이시드로를 추대하려고 함으로써 일어났다.

-> 이사벨 2세는 페르난도 7세의 손녀가 아니라 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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