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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벤스 ㅣ Art Classic 10
유스투스 뮐러 호프스테데. 콘스탄티노 포르쿠 지음, 이지영 옮김 / 예경 / 2009년 1월
평점 :
가장 좋아하는 화가가 루벤스와 티치아노이다.
루벤스 역시 티치아노를 무척 존경했다고 한다.
바로크 시대의 역동적이고 강렬한 명암 대비 기법을 시작한 대가라고 하면 카라바조가 대표적일텐데, 그림이 너무 어둡고 강렬해 밝은 분위기의 루벤스가 더 마음이 간다.
여신들 관능미나 그리는 타락한 화가라는 네티즌 평을 보고 마음이 아팠던 생각이 난다.
이렇게 강렬하고 역동적이고 아름다운 여성의 신체를 그리는 위대한 화가가 모두에게 인정받지 못하고 퇴물 취급받는다는 게 속상했다.
그림의 본질이야말로 색채인데, 루벤스의 작품은 정말 화면에서 빛이 난다.
값비싼 물감들을 아낌없이 화폭에 쏟아 부었던 모양이다.
꿈틀거리는 역동적인 신체의 동작들을 어쩜 저렇게 생생하게 그려내는지.
아무리 찬사를 거듭해도 부족한 느낌이다.
보통 이런 번역서들은 문체가 어색하기 마련인데, 역자가 번역을 참 잘해서 한 눈에 들어온다.
책의 저자 역시 현학적인 설명보다는 루벤스라는 화가의 생애와 넘치는 인간적 매력, 그리고 작품의 위대함에 대해 친절하고 알기 쉽게 묘사해 준다.
도판은 정말 감탄할 정도로 훌륭하다.
미술전문 출판사라 역시 다르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그림의 위대함과 넘치는 매력이야 말할 것도 없고, 인간적으로도 참 훌륭한 삶을 살았던 것 같다.
외교관으로서도 승승장구해 기사 작위도 받았고, 피카소처럼 사업적 재능도 뛰어나 공방을 운영하면서 부를 이룬다.
무엇보다 두 아내와의 애절한 사랑 이야기가 여자인 내 입장에서 제일 마음에 든다.
첫번째 아내와도 매우 화목했고 그녀가 일찍 죽자 크게 상심하면서 애도했다.
두번째 결혼은 무척 파격적으로 50대의 나이에 16세의 헬레나 푸르망을 맞는다.
우리나라로 치면 영조와 정순왕후의 국혼과 비슷한 경우랄까?
이렇게 어린 아내와도 사이가 무척 좋았는지 10년의 결혼생활 동안 자녀를 다섯 명이나 낳는다.
또 안트베르펜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소문난 이 어린 신부를 미의 여신으로 화폭에 자주 등장시킨다.
나이를 초월한 애틋한 부부관계가 아닐 수 없다.
말년에 통풍으로 오른손을 쓸 수가 없을 정도로 망가져 마지막 자화상에서는 장갑으로 가리고 있는 모습이 너무나 안타까웠다.
르누아르가 류마티즘으로 노년에는 손에 붓을 묶어서 그렸던 일화가 생각난다.
귀가 들리지 않는 음악가와, 손을 쓸 수 없는 화가라니 인생은 정말 비극 그 자체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