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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세계사 - 일본, 유럽을 만나다
신상목 지음 / 뿌리와이파리 / 2019년 4월
평점 :
저자의 전작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일본사>도 정말 재밌게 읽었는데 이 책은 더 재밌다.
역사 전공자도 아닌데 어쩜 이렇게 깊이있는 관점을 가지고 책을 쓸 수 있는지 저자의 분석력에 놀랄 뿐이다.
세계사라고 해서 너무 거창하게 주제를 잡은 게 아닌가 우려했으나 책을 열어 보니 서양이 어떻게 대항해 시대를 시작했는지부터 배경 설명이 잘 되어 있고, 일본이 왜 아시아에서 가장 먼저 근대화에 성공했는지에 대한 자세한 분석이 돋보인다.
저자는 참 쉽게, 그리고 깊이있게 글을 잘 쓴다.
전직 외교관이라고 하는데, 류광철씨 책을 보는 느낌이다.
일본에 대한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우리가 일본에 대해 얼마나 제대로 알지 못하는지, 일본이 얼마나 한국과 다른 사회인지, 또 그 저력이 얼마나 큰지 깜짝 놀라게 된다.
여전히 일본에 대한 역사적 인식은 아스카 시대에 문화를 전수해 주던 때에 머물러 있던 것 같다.
그 후로는 왜구와 임진왜란, 식민지배가 끝인 것 같다.
매우 실용적이고 경제적인 일본과 전통 가치관에 함몰된 한반도의 차이는 왜 생긴 것일까?
정말 반도와 섬나라의 차이일까?
고대사에 대한 책을 읽을수록 한반도의 작은 나라가 중국이라는 엄청난 제국에 함몰되지 않고 주체적인 민족성과 나라를 유지해 온 것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반면 일본은 그마저도 바다 건너 있었기 때문에 중화제국의 거대한 구심력으로부터 일정 부분 벗어나 독자적인 길을 갈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해본다.
포르투갈 역시 마찬가지다.
대항해 시대라고 하면 에스파냐만 생각했는데 저자는 그 시작점에 포르투갈을 놓는다.
이베리아의 작은 반도 국가는, 에스파냐라는 큰 제국에 막혀 살기 위해 바다로 눈을 돌린다.
저자는 미지의 바다로 배를 띄워 항로를 발견한 이들의 도전정신을, 오늘날의 화성 탐사에까지 비유한다.
바다 끝으로 가면 낭떠러지가 있어 악마의 입 속으로 들어간다고 믿었던 시대에, 아무 지식도 없이 무역을 위해 배를 띄운 이들의 모험심과 용기는 참으로 대단하다.
대항해시대라고 하면 아프리카 노예나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몰락에만 초점을 맞춰 경제적, 사회적 동인은 크게 다루지 않았던 것 같은데 저자는 왜 그들이 바다로 나섰는지 그 동력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한다.
오늘날이 서양 위주로 세계화 된 것도 그들의 모험심이 경쟁력을 가졌기 때문일 것이다.
중국은 2천 년 전에 벌써 대제국을 이루고 통일 국가가 되어 주변국을 조공 체제 안에 묶어 두고 번영했으나 그 안에 안주했기 때문에 근대화에 실패하고 2류 국가로 몰락한 듯하다.
어떻게 해서든 아시아의 물자들을 구해 와 교역을 통해 이득을 보려고 애쓰는 경제적 욕구가 강하고 모험심이 충만한 개방적인 사람들이 주를 이룬 유럽이 결국은 세계화에 성공하고 오늘날 선진국이 됐다.
일본 역시 아시아의 다른 오래된 전통 국가들과는 달리, 나라의 문을 열고 적극적으로 유럽인들의 통상 제안을 받아들였기 때문에 가장 먼저 근대화에 성공한다.
메이지 유신이 어느날 갑자기 페리 제독이 배를 몰고 와서 뚝딱 이뤄진 게 아니었다.
서양과의 통상이 얼마나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지 새삼 알고 놀랐다.
오늘날의 세계는 인터넷과 자본주의 시장에 의해 더욱더 개방되고 있으니, 전세계에서 거의 가장 늦게 근대화된 나라가 세계 10위 권의 무역국가가 된 것도 놀랍고, 앞으로도 보다 적극적으로 문호를 열고 모험심을 갖고 밖으로 나가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대항해 시대부터 자본주의의 발생, 일본의 근대화까지 너무나 잘 짜여진 재밌는 역사책을 읽었다.
적극 추천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