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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폴란드사
김용덕 지음 / 한국외국어대학교출판부 지식출판원(HUINE) / 2013년 4월
평점 :
생각보다 지루하지 않고 쉽게 잘 읽힌다.
폴란드라는 나라 자체가 생소하다 보니 겨우 퀴리 부인이나 쇼팽, 코페르니쿠스 정도 생각날까 그 외에는 아무런 이미지도 없는 나라인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개최한 <폴란드, 천 년의 예술> 이라는 전시회에서 얀 마테이코의 대형 역사화를 보면서 관심이 생기게 됐다.
러시아 미술사에 대한 관심도, 한가람 미술관에서 봤던 러시아 이동파 전시회부터였으니 이런 순회 전시가 확실히 문화의 저변 확대에 많은 도움이 되는 듯하다.
폴란드는 동유럽의 넓은 평원을 차지하고 있는 나라로, 러시아와 스웨덴, 독일, 오스만 제국, 오스트리아 등과 끊임없는 전쟁을 벌였고 급기야는 123년 동안 나라가 없어지기까지 했다.
퀴리 부인 전기에서 잠깐 봤던 기억이 난다.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외세 지배가 있었는지는 미처 몰랐다.
1918년 1차 대전 후 독립했다고 하니 식민지 역사, 그것도 같은 유럽인에 의한 지배 역사가 이렇게 긴 줄은 몰랐다.
선거로 왕을 뽑는 전통도 독특하다.
신성로마제국만 선거후 제도가 있는 줄 알았는데, 폴란드도 왕을 대귀족들이 선거를 통해 뽑았고 이런 점이 절대왕정시대에 나라를 흔들리게 했을 것 같기도 하다.
요즘 같은 민주주의 시대의 선거와는 다른 개념인 것 같다.
폴란드가 독립 투쟁을 하던 18세기에 미국으로 건너가 미국 독립 전쟁에 참여해 훈장을 수여받은 장군들이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미국에 동상도 있고 거리 이름도 이들을 기념하기 위해 붙여졌다고 한다.
도판이 많아 책이 예쁜데, 아쉽게도 대부분 모르는 그림들이었다.
전시회에서 봤던 얀 마테이코의 작품들만 일부 알아 봤다.
삼국분할 이후 1차 대전을 끝으로 폴란드가 독립하기까지, 또 2차 대전에서 나치 독일의 침략을 받아 나라가 폐허가 되고 소련에 영토를 뺏기고 공산주의화 되는 과정, 그리고 1980년대 이후 민주화까지 현대사가 매우 흥미롭다.
누군가 폴란드의 역사와 한반도가 비슷하다고 하더니만, 과연 이 민족도 독일과 러시아, 오스트리아라는 강대국 사이에 끼어서 때로는 모스크바까지 점령한 화려한 시절도 있었으나 대체적으로 외세에 의해 시달림을 많이 받았던 듯하다.
저자가 폴란드사를 전공한 분이라 그런지 폴란드가 오늘날 민주공화국이 되기까지 수많은 투쟁 과정이 애정어린 눈으로 잘 그려져 영웅들과 민중의 항쟁을 읽을 때는 가슴이 뜨거워졌다.
2010년 카티인 숲 학살 현장 방문 도중 비행기 추락사고로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관료들이 전원 사망했던 보도는 나도 들었던 기억이 난다.
<인상깊은 구절>
286p
나폴레옹이 만들고 포니아토프스키가 지켜낸 바르샤바공국은 이후 1815년에 세워지는 폴란드 왕국과 같이 변형된 형태로 계속 이어지며 삼국분할이 끝날 때까지 폴란드 국체의 일부분으로 존속했습니다. 바르샤바공국이 1809년에 벌어진 전쟁에서 패배하여 사라졌거나 아니면 폴란드왕국으로 이어지지 않았다면 11월봉기와 같은 역사적 기회는 만들어지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포니아스토프스키는 조국이 패망한 암울한 시기에 당대 유럽 최고의 엘리트들과 교류하고 나라를 위해 싸우다가 초개와 같이 목숨을 버릴 줄 알며 애국자란 이런 것이다 하는 본보기를 보여준 영웅이었습니다. 게다가 일개 사병들과도 허물없이 지내던 뛰어난 재능을 자랑하던 귀족이자 군인 그리고 정치인이었던 유제프 포니아토프스키는 조국에 영광을 가져다주고 절망에 빠진 폴란드 민족의 사기를 진작시키며 자부심과 보람을 느끼게 해준 바로 그런 위인이었던 것입니다.
306p
당시 많은 폴란드인들이 공동의 적인 오스트리아에 맞서 싸우기 위해 서둘러 헝가리로 달려갔습니다. 도착한 폴란드인들은 헝가리 군대 산하에 폴란드군단을 창설했습니다. 폴란드 장군인 유제프 벰이 헝가리 독립 운동에서 명성을 떨치며 탁월한 지휘관의 진면목을 유감없이 보여줬습니다. 한번은 오스트리아 군대가 헝가리 대포를 포획하는 장면을 보게 된 벰 장군이 말을 타고 혼자서 적진을 향해 내달리며 다음과 같이 독일어로 외쳤다고 합니다. "이 개만도 못한 놈들아, 저리 비켜라. 이 대포는 내꺼다." 말채찍을 휘두르며 달려오는 장군을 본 오스트리아 군인들이 너무 놀라 유제프 벰이 자신들의 진영을 관통하는 것을 그저 멍하니 바라만볼 뿐이었습니다. 하지만 총알 하나가 벰 장군의 손을 맞추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부상당한 손가락을 가위로 자른 뒤 벰 장군은 전투를 계속 지휘했습니다. 헝가리 군대가 대승을 거둔 것은 물론입니다. 그래서 유제프 벰 장군은 조국 폴란드에서뿐만 아니라 헝가리에서도 존경받는 영웅이 된 것입니다.
(위대한 지도자들은 범인과는 다른 불굴의 용기와 카리스마와 넘치는 애국심이 있는 것 같다. 마치 백 척이 넘는 일본의 군함 속을 겨우 12척의 배를 이끌고 가장 앞장 서 돌파한 이순신 장군의 일화를 보는 것 같다.)
<오류>
268p
1975년에 러시아와 오스트리아 그리고 프로이센이 세 번째로 폴란드를 분할했습니다.
-> 1975년이 아니라 1795년이다.
432p
1999년 2월 6일에 마침내 56명으로 구성된 정부 대표단과 자유노조를 포함한 재야 대표단이 원탁회의에 마주보고 앉았습니다.
-> 1999년이 아니라 1989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