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폭력의 기원 - 폭력의 동물적 기원을 탐구하다
야마기와 주이치 지음, 한승동 옮김 / 곰출판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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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디자인이 참 예쁘다.

"인간 폭력의 기원" 이 과연 무엇인지 시원하게 밝혀 줄거라 기대했는데 솔직히 원하는 답을 찾지 못했다.

역자가 마지막에 정리한 바에 따르면, 유인원들은 폭력을 행사하긴 하지만 인간처럼 대량 학살은 자행하지 않고, 우리가 이런 대규모의 무자비한 폭력을 저지르는 원인은, 지켜야 할 자산이 많은 농경 사회의 출현, 그리고 언어를 통해 본 적도 없는 조상들로까지 정체성을 확대시켜 급기야 오늘날의 민족이니 국가를 만들어 낸 사회성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앞서 읽은 <호모 사피엔스, 그 성공의 비밀> 에서도 인간의 독특한 본능인 문화적 속성과 사회성에 대해 이야기했다.

고릴라를 연구하는 저자의 주장에 따르면, 대형 유인원들 역시 사회를 이루고 있으나 인간처럼 집단을 이루면서 짝 생활, 즉 가족을 형성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집단으로 모여 사는 이유는 포식자로부터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다.

오랑우탄은 단혼제로 암컷과 수컷의 체격이 거의 비슷해 무리를 이루지 않고 가족끼리 살아간다.

침팬지와 고릴라는 수컷이 훨씬 큰데 암컷은 핵심 수컷들의 무리에서 보호를 받고 교미 상대가 되어 아이를 키운다.

단 한 명의 암컷과 수컷이 교미하지 않고 여러 명과 교미를 하는데 인간처럼 가족을 이루지 않는다.

다만 아이를 키워주는 친밀도 있는 사람과는 성년이 되어서도 교미하지 않는다.

이 부분이 참 인상적이었다.

근친상간의 터부는 비단 인간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고 영장류 사회에서도 자신을 키워 준 어미하고는 자녀가 교미하지 않는다.

단 아비가 자녀 양육에 참여하지 않으면 딸과 교미하게 된다.

인간 역시 가족을 이룰 때 교미할 수 있는 상대는 오직 배우자 뿐이다.

아버지와 딸, 혹은 어머니와 아들, 숙부와 조카, 조부와 손녀 등은 절대적으로 성관계가 금지된다.

이런 근친상간의 터부 덕분에 인간은 가족을 이루고 평화롭게 공동육아를 시행하면서 집단을 이룰 수 있게 됐다.

유전적으로도 열성 형질을 피하기 위해 근친상간의 회피가 종 번식에 이득이 된다.

수컷의 새끼 살해도 인상적이었다.

아이를 키울 때는 암컷이 발정하지 않기 때문에 교미 상대가 부족하게 되면 수컷은 새끼를 죽여 버리고 암컷을 차지한다.

보노보의 경우는 육아 기간에 임신을 하지 못하지만 발정은 빨리 가능해짐으로써 새끼 살해를 피한다고 한다.

섹스가 단순히 쾌락의 차원이 아니라 매우 핵심적인 본능이고 오히려 모성애나 부성애가 이차적으로 만들어진 감정 같다.

유인원들은 집단을 이루어 먹이를 나눠 줌으로써 함께 공감하고 협력한다.

앞서 읽은 책에서도 인간이 사회를 이루는 중요한 속성 중 하나가 바로 고기의 공유였다.

인간 뿐 아니라 모든 생물의 궁극적 생존 목적은 먹이와 성행위라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고 사회성 역시 인간의 중요한 본능임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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