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마뇽 - 빙하기에서 살아남은 현생인류로부터 우리는 무엇을 배울 수 있는가
브라이언 페이건 지음, 김수민 옮김 / 더숲 / 2012년 5월
평점 :
품절


정말 오랜만에 읽는 과학책이고 너무너무 재밌었다.

좋은 책은 내용의 수준과는 별개로 독자를 빨아들이는 흡입력이 있는 것 같다.

우리의 조상인 크로마뇽인, 그리고 그 주변을 수만 년간 함께 지켰던 조용한 이웃 네안데르탈인에 관한 멋진 서사시가 펼쳐진다.

제목은 크로마뇽인이지만 절반은 네안데르탈인에 관한 이야기이고 사라져 버린 이들에 관한 이야기가 너무나 흥미롭다.

네안데르탈인들은 아프리카를 벗어나 먼저 유럽으로 가서 오랫동안 빙하기를 이겨내며 번성했으나 4만 5천년 전쯤 크로마뇽인들이 건너오면서 점점 사냥 영역을 뺏기기 시작했고 갈수록 혹독해지는 빙하기를 견디지 못해 멸종하고 만다.

저자는 이들에게 "조용한 이웃"이라는 표현을 썼다.

네안데르탈인들은 10만 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소수의 무리를 지어 찌르는 나무창을 이용해 사냥을 하면서 생존해 왔다.

이들을 조용한 이웃이라 부르는 이유는 언어가 없었기 때문이다.

음성 표현은 가능했겠으나 크로마뇽인들처럼 구체적으로 감정이나 생각을 언어로 표현할 수 없었기 때문에 사회를 이루지 못했고 정보 교환이 안 되어 기술적 혁신도 불가능했다.

그들은 혹독한 빙하기에서는 살아 남았으나 훨씬 똑똑한 이웃이 아프리카를 건너오자 결국 자신들의 영역을 내주고 변방으로 쫓겨나 멸종하고 만다.

저자는 크로마뇽인들이 빙하기에서 살아남은 가장 큰 이유로 기술혁신과 더불어 영적 믿음을 꼽고 있다.

동굴 벽화로 대변되는 이들의 예술적, 종교적 활동은 서로 협력하면서 거친 자연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힘을 주었다.

인간은 협력할 줄 알았기 때문에 무리를 지어 생존할 수 있었고 언어를 통해 서로의 감정을 나누고 영적 세계에 대한 믿음을 함께 추구하면서 격려했다.

인간의 예술적 재능과 종교적 속성은 수십 만년의 빙하기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생존 전략이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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