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해 국호 연구 서강학술총서 76
최진열 지음 / 서강대학교출판부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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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전작들, 북위 사회에 관한 책들을 흥미롭게 읽은 터에 같이 읽게 됐다.

막상 도서관에 신청을 해서 받아보니 한문이 너무 많고 어렵게 느껴져 읽을까 말까 고민했던 책이다.

그렇지만 역시 역사는 아무리 어려워도 결국 사람 사이의 이야기라 독자를 끌어들이는 마력이 있다.

발해가 고구려를 계승했지만 고구려를 역사에서 지우고 싶었던 당나라에 의해 고구려 대신 "발해"라는 이름으로 불리워졌다는 게 이 책의 요지다.

<구당서>에는 대조영이 고구려의 별종으로 나왔고, <신당서>에는 속말말갈인으로 나온다.

이 차이 때문에 과연 대조영의 혈통이 어디인가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는데, 저자는 북송 때 쓰여진 신당서에서 의도적으로 고구려와의 단절을 부각시키려 말갈인이라 명시했다고 주장한다.

딱 떨어지는 근거는 없지만 당나라 때부터 고구려의 흔적을 지우기 위해 묘지명에 고구려 본적 표기를 안하고 대신 발해 고씨로 표기했다는 정황 근거를 든다.

발해만에 있어서 발해라고 국호를 지었나 싶었는데, 실제로 발해만은 발해와 큰 관계도 없었던 것 같고, 저자는 고구려의 흔적을 지우기 위해 당에서 발해라고 지칭했다는 것이다.

왜 하필 발해일까?

당시 한족 이외의 이민족들은 성씨가 따로 없어, 이들을 내지로 사민시키면서 군현 지배를 위해 성을 부여할 때, 국명을 썼다고 한다.

이를테면 고구려는 고씨, 백제는 그 뿌리인 부여씨 이런 식으로 말이다.

당시 유명한 한족의 성씨가 바로 발해 고씨였다.

문벌을 사칭하기 위해 기왕이면 유명한 발해 고씨를 가져다 쓴 것이다.

백제나 다른 중앙아시아 이주민들은 그 나라의 국명을 그대로 성씨로 쓴 반면, 돌궐이나 고구려는 당나라를 힘들게 했던 나라들이라 본적지에서 이들의 출신국을 지워 버리고 다른 본적지로 대신했다.

대조영 역시 고구려 속민으로 성이 없었고 조영이라는 한자 이름 역시 당나라에서 사여받은 걸로 추측된다.

이 때 고구려를 연상시키는 고씨 대신, 크다는 의미로 大 라는 성을 쓰게 한다.

고구려 이주민들이 흔히 쓰는 발해 고씨에 착안해 나라명은 발해로 정함으로써 고구려 계승 의미는 축소시키고 대신 고구려 유민들이 세운 나라임은 간접적으로 표현해 줬다는 것이다.

이런 내용은 정황증거에 의한 저자의 추론이라 딱 맞는 근거가 없다는 점이 아쉽다.

당시 발해인들 자신이 남긴 역사서가 없으니 본인들의 국호를 뭐라고 했는지조차 정확히 알 수 없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그렇지만 결국 발해는 고구려 보다는 말갈인의 나라라는 생각이 든다.

크게 보면 고구려를 계승했다고 할 수 있겠으나 고구려의 속민이었던 말갈인이 세운 나라이고 대조영도 혈통은 말갈인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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