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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제르바이잔 - 코카서스 땅, 기름진 불의 나라
류광철 지음 / 21세기북스 / 2009년 11월
평점 :
아제르바이잔 대사를 지낸 저자의 전문성이 돋보이는 책이다.
너무 자세한 설명이 많아 다 이해하지 못한 부분도 있었다.
뒷장의 아제르바이잔 경제 현황 등은 많이 지루했고 특히 나고르노-카라바흐(NK) 분쟁 편은 상세한 설명이 많아 여러 번 읽어야 했다.
아제르바이잔의 역사 편을 가장 기대했는데 어찌나 복잡한지 여기가 제일 지루했다.
이 책을 읽게 된 이유도 저자의 전작들을 워낙 흥미롭게 읽기도 했지만, 이란의 역사를 읽을 때 아제르바이잔이 같은 정치적 공동체인 것 같아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서였다.
사파비 왕조라고 하면 16세기에 이란을 지배한 세력인 줄 알았는데, 창업주 샤 이스마엘이 아제르바이잔 출신이라고 한다.
지금은 이란 땅인 타브리즈가 아제르바이잔과 같은 역사 공동체였던 것 같다.
이란 관련 서적에서도 아르메니아인이 종종 등장하는데, 코카서스 3국과 러시아, 이란, 오스만 터키를 함께 이해해야 할 듯하다.
이 지역에 대한 개념이 전혀 없는 상태로 세부적인 상황까지 이해를 하려니 지루하고 어려운 부분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는 아주 흥미롭게 읽었다.
특히 원래는 아제르바이잔 땅이었다가 아르메니아 쪽으로 넘어간 NK 지역에 대한 기술이 인상적이다.
200여 년 동안 러시아 지배를 당하면서 같은 종교를 가진 아르메니아인들에게 군 요직을 맡긴 반면, 이슬람을 믿는 터키계였던 아제르인들은 상대적으로 소외당해 소련이 무너진 후 분쟁이 일어나자 군사력의 약세로 이 지역을 상실하고 만다.
같은 정교회여도 아르메니아와는 원수인 반면 그루지야와는 송유관을 통해 긴밀하게 협력하는 모습이 특이하다.
바쿠의 유전 개발 부분도 정말 재밌게 읽었다.
단지 원유를 캐내기만 하면 되는 게 아니라 어떻게 운송할 것이나 송유관 문제가 매우 중요하다는 걸 처음 알았다.
더군다나 아제르바이잔은 내륙 국가이기 때문에 인접 국가의 항구까지 원유를 보내는 송유관 건설이 아주 중요하다.
현재는 바쿠에서 그루지야와 터키를 연결하는 BTC 송유관을 이용하는데, 러시아가 그루지야에 압력을 가하는 등 국제 정치에 따른 변동이 심하다.
아제르바이잔에 석유와 천연가스가 엄청나게 매장되어 있어 자원 빈국인 아르메니아를 압도하고 있는 반면, 아르메니아는 5천만에 달하는 디아스포라가 특히 미국 등에서 많은 원조를 가져오기 때문에 버티고 있다.
마치 미국의 유대인이 이스라엘을 지원하는 것과 비슷한 양상이다.
아제르바이잔 역시 헤이다르 알리예프가 개발독재를 통해 나라를 발전시켰고 현재는 아들인 일함 알리예프가 장기 집권 중이다.
전형적인 개발독재이나 나라를 안정시키고 자원을 잘 관리해 경제 성장을 일으켰고 그 아들이 아버지 숭배를 지속하고 있기 때문에 국부로 추앙되지만 정권이 바뀌면 어떻게 될지 궁금하다.
문득 떠오르는 사람이 박정희다.
저자는 헤이다르의 업적이 워낙 크기 때문에 정권이 바뀌어도 그 공로를 폄하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으나 오늘날 박정희의 평가를 보면 쉽게 단정지을 수 없을 듯하다.
이름도 생소한 코카서스의 한 나라에 대해 생각해 본 좋은 시간이었고 외교관이면서도 이렇게 전문적인 책을 쓸 수 있는지 정말 존경스럽다.
얼마 전에 읽은 전 이란 대사의 <페르시아 이야기>와 너무 비교된다.
더군다나 저자의 문장력이 비교적 고른 편이라 가독성이 좋다.
다른 책들도 같이 읽어 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