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의 달인, 호모 쿵푸스 - 공부하거나 존재하지 않거나! 인문학 인생역전 프로젝트 1
고미숙 지음 / 그린비 / 2007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반디 앤 루니스 서점에서 친구를 기다리다가 산 책이다
정말 얼마만에 책을 사 보는지 모르겠다
몇 번 망설이다가 계산대로 갔다
그러면서도 미련을 못 버려, 다른 책으로 바꿀 수 있나요? 환불은 되나요? 등 구차한 질문을 던졌다
내가 생각하기에 이 책의 가격은 비싸게 느껴진다
겨우 200페이지에 불과한 이 얇은 에세익 12000원이라는 건 쉽게 받아들여지지가 않는다
이 가격이면 돈을 좀 더 주고 그림과 사진이 많은 "아틀라스 세계는 지금" 같은 책을 사겠다고 혼자 궁시렁 거렸다
대체 책값은 왜 이렇게 비싼 걸까?
책값이 5천원 내외, 혹은 만원 안쪽만 됐어도 훨씬 덜 망설였을 것이다
북디자인이 특별히 예쁜 것도 아니고, 하여튼 부당하게 비싼 걸로 느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계산대로 책을 가져간 것은, 호기심 때문이었다
저자의 전작, "열하일기" 를 매우 매우 지루하게 읽은 덕에 이 여자의 글솜씨를 신뢰하지 못하긴 하지만 그래도 학자가 말하는 공부법에는 관심이 간다
강유원의 "몸으로 하는 공부" 가 훨씬 진지하긴 하지만 이 책의 장점은 쉽게 쓰여져 읽기 편하다는 데 있고 또 역시 공부를 전문으로 하는 사람이라 그런지 고개를 끄덕이며 감탄할 만한 문구들이 많아 많이 옮겨 적었다

나 역시 책을 좋아한다
그것도 인문학적 호기심을 만족시켜 줄 좀 어려운 책, 수준있는 책을 좋아한다
그렇지만 공부는 싫다
뭔가 생산해 내는 공부는 역시 어렵고 또 지루하다
내가 바라는 것은, 돈과 상관없는 분야에 대해서도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가벼운 마음으로 교양서를 읽는 모습이다

고전을 읽자는 저자의 주장에는 동의하는 바다
세월의 흐름을 이겨내고 시대마다 새롭게 해석되는 고전은 대중문화와 비교할 수 없는 인류 문명의 정수일 것이다
암송에 대한 주장도 새롭게 들린다
확실히 소리를 내어 읽으면 느낌이 남다르다
암기와는 다른 암송, 한 번쯤 생각해 볼만 하다
지적 파티를 열자는 주장도 새롭다
혼자 하는 공부, 혹은 독서보다는 함께 나누는 책읽기가 훨씬 더 즐겁고, 또 그런 의미에서 알라딘 같은 블로그가 활성화 된 것이리라
독서모임 같은 것, 흥미롭다
그렇지만 주제를 정해서 강제성을 띄고 하는 건 싫다
뭐든 부담되는 건 싫다
가볍게 만나 차 한 잔 마시면서 사교의 장으로 대화를 나누는 것, 이런 건 좋다
결국 나는 생산적인 사람이 못 되는 것 같다

내가 보기에 고미숙이라는 사람은 에너지가 넘치는, 솔직히 말하자면 상당히 오버하는 사람 같다
하여튼 공부에 대한 욕구는 대단한 것 같다
제도권 밖에서도 대중을 향한 글쓰기로 성공할 수 있다는 걸 보여 줬다는 점에서는 바람직하지만, 내 취향은 아니다
그래도 시시껄렁한 잡문들 보다는 뭐, 훨씬 건전하고 바람직하다

학생들의 자율에 맡기면 토론은 100% 실패한다는 말에 동의하는 바다
확실히 공부는 강제성이 있고 좀 애를 써야 얻는 게 있다
결국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 지루한 것을 좀 파고 들어야 비로소 관심사를 찾아보고 즐길 수 있는 수준이 되는 것 같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슈샨보이 2007-05-25 07: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비싸다는데 동의. 인터넷으로 샀는데 받고서는 책(분량,느낌 등)에 비해 너무 비싼 가격이라 생각되네요. 출판사에서 베스트셀러 작가라고 인세를 많이 줘서 그러나 아님 고미숙 선생님이 이제 많이 달라고 하시나? ㅋㅋㅋ 암튼 비싼감이 없지않아 있습니다.

marine 2007-05-25 0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훗, 그러게 말입니다 전 서점에서 직접 사서 더 비싸게 느껴지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