샐러리맨 아트 컬렉터 - 저 같은 직장인도 미술품을 모을 수 있을까요
김정환 지음 / 이레미디어 / 2018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을 좋아하지만 책 내용이 좋지 책이라는 물질 자체는 전혀 관심이 없다.

궁금하고 알고 싶은 분야가 무궁무진해서 기존의 책을 다시 보는 경우도 별로 없다.

그렇게 좋아하는 책도 도서관에서 빌려 보는지라, 예술품을 수집하는 것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었는데 최근 약간의 호기심과 욕구가 생겨 읽게 됐다.

정말로 소유하고 싶다기보다는, 평범한 소시민이 나름 큰 돈을 들여 작품을 구매할 정도로 예술에 대한 지대한 욕구를 가진 그 심리가 궁금해서다.

어차피 자산가들은 내가 감히 흉내낼 수 없는 계층이므로 별로 궁금할 것도 없지만, 소시민적 컬렉터들은 어느 정도 예산을 세우는지, 어디서 작품의 정보를 얻는지, 생업과 예술에 대한 욕구는 어떻게 조절을 하는지, 보관은 어떻게 하는지 그런 사소한 것들이 궁금하고 마음을 나누고 싶어진다.

저자는 증권맨이면서 그림을 직접 그리고 평론을 하는 어찌 보면 두가지 직업을 가진 사람이라 단순한 독자인 나와는 또다른 계층인 것 같기도 하다.

본인이 직접 작업을 하는 화가이니 작품을 보는 안목이나 수집의 의미가 남다를 것 같다.

고무적인 것은 대부분의 작품이 100만원 미만이고, 많아도 500만원을 안 넘는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얼마 전에 읽은 고미술 책에서도 삼국시대 토기 등이 100만원 안쪽이라고 했다.

1년에 한 번씩 작품을 구매해 보면 어떨까?

책에도 평범한 샐러리맨 부부 컬렉터 이야기가 나온다.

뉴욕 우체국과 도서관 직원인 보겔 부부가 한 사람의 월급으로 아껴서 살고 평생 2500 점의 작품을 수집해 미술관에 기증했다고 한다.

자녀가 없었을까?

아끼고 사는 것은 나도 얼마든지 할 수 있는데 자녀 교육 때문에 안 될 것 같다.

부부간의 합의도 중요하다. 

어쩜 이렇게 취미가 딱 맞는 사람끼리 부부가 됐을까?

훌륭한 화가들은 작품 수집도 열정적으로 한다는 대목에서 뭉클했다.

렘브란트의 수집벽은 파산을 맞을 만큼 어리석은 행동으로 거론되는데, 예술가들은 정말로 예술 그 자체를 사랑하는 사람들인 것 같다.

미술품 가격이 오를지 여부보다는 컬렉터로서의 기쁨을 느끼라는 주제가 마음에 든다.

저자가 가지고 있는 작품들을 설명해 주는 부분은 흥미로웠다.

그렇지만 솔직히 현대미술은 아직 제대로 이해를 못하겠다.

실제로 그림을 보면 느낌이 달라질 수도 있겠으나 도판과 저자의 설명만으로는 현학적이라는 느낌 뿐이다. 

어떻게 보관을 할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는데, 미술품 자체가 곧 현금화 할 수 있는 재산이다 보니 매우 신중하고 까다롭게 보관법을 설명한다.

집에서 매일 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이런 수장고를 따로 만들어야 한다면 평범한 컬렉터들 입장에서는 보관도 쉬운 문제가 아닐 듯 싶다.



<인상깊은 구절>

27p

"모든 미술품은 교양있는 인류 전체의 것이다. 미술품 소유는 그것을 보존하려는 사려깊은 의무와 결합되어 있다." -괴테

52p

"인생에서 살아갈 만한 가치를 부여하는 어떤 것이 존재한다면, 그것은 아름다움을 감상하는 일이다." -플라톤

(아름다움이 우리를 구원할 것이라는 문구가 정말로 현실에서 뚜렷히 느껴진다)

107p

미술품은 두 가지 속성을 지니고 있다. 하나는 장식적 요소이다. 즉 작품의 크기, 무게, 재료, 매체, 물리적 상태 등의 외적 속성이다. 다른 하나는 지적 요소이다. 즉 작품의 미술사적 가치, 품질, 미술가의 창조적 역량 등의 내적 속성을 말한다.

111p

"영감은 아마추어를 위한 것이다. 나머지 사람들은 그냥 일을 하러 가야 한다. 모든 최고의 아이디어는 일을 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것이다. 일 자체에서 떠오르는 것이다. 그렇게 아이디어가 찾아오는 것이다." -척 클로스

114p

미술품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그 가치도 달라지기 마련이다. 사람들의 변하는 감성으로부터 미술품도 자유로울 수 없다는 의미다. 이를 감지하기 위해서는 세계 미술 시장의 흐름을 유심히 살피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118p

먼저 미술 시장의 활성화 기능이다. 갤러리는 작가와 컬렉터 간의 상업적인 매개를 통하여 미술 시장을 활성화시키고, 새로운 미술 시장을 통하여 미술의 발전을 도모한다. 또한 지속적인 고객 확보와 관리를 하여 미술 시장의 기능을 유지시키고 확대한다. 이것이 갤러리의 기능 중 가장 중요한 역할이다.

 두 번째는 작가 지원 기능이다. 갤러리는 작가에게 전시 기회를 주고, 작품 판매를 하여 간접적인 자본을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마지막으로 문화 공간으로서의 기능이다. 갤러리의 가장 기본적인 목적이 작품 판매에 있으므로 이를 위해 작품을 전시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한편으로는 전시를 통해 일반인들에게 훌륭한 미술품을 감상하게 하는 기능과 역할을 담당한다. 이 점에서는 미술관 못지 않은 문화적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갤러리스트의 가장 중요한 업무는 좋은 미술품 유통을 통해 미술 시장을 활성화시키는 것이다. 따라서 유능한 갤러리스트가 되기 위해서는 작품의 예술성, 작가의 가능성, 작품의 상업적 가치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125p

오늘날에 어떤 물건이 예술품이 되기 위해서는 먼저 예술가가 그것을 예술품으로 선택하고, 명명해야 한다. 이후에 그 물건을 예술 제도 안으로 진입시키면, 미술관, 갤러리, 미술 비평가, 관람객과 미술 시장, 유명 컬렉터가 작품으로 인정하고 가치와 의미를 부여한다.

 오늘날 예술은 단순히 아름다운 완제품이 아니라, 과정인 것이 되었다. 그 과정 가운데서 작품의 매매도 중요한 단계를 이루며, 비로소 매매됨으로써 작품으로 인정받는다. 현대 미술품의 높은 가격에는 매수자가 작품 창작에 참여한다는 자부심과 스스로 창조자가 된다는 약간의 허영, 사치도 포함된다. 

142p

"모든 예술가에게는 시대의 각인이 찍혀 있다. 위대한 예술가는 그러한 각인이 가장 깊이 새겨져 있는 사람이다." -마티스

144p

삶과 재산, 명예를 걸고 자신이 선택한 화가들과 생사고락을 같이 한 그는 볼라르화랑을 열었다. 이곳은 아방가르드 예술의 중심지이자, 예술가들의 천국이 되었다. 무명 화가들을 위한 지속적인 전시와 작품 판매는 화가들의 꾸준한 작품 활동을 가능하게 했다. 그러나 볼라르는 그림과 화가를 단지 경제적 부를 이루는 도구로만 보지 않았다. 진심 어린 지원과 격려로 화가들에게 큰 위로와 믿음을 주었다. 세잔, 피카소 등 많은 화가들이 그에 대한 보답으로 초상화를 그려주었고, 볼라르는 세상에서 가장 많은 초상화를 남긴 남자가 됐다.

146p

이렇듯 과거에도 미술가들의 예술성을 발견하고 세상과 소통하도록 도와주는 화상이 존재했다. 그들은 작품이 당장 반응을 이끌어내지 못해도 묵묵히 작가들의 생활을 지원하고 지지하며 막역한 신뢰를 쌓아 나갔다. 시대가 쉽게 받아들여 주지 않는 작품에 끈기 있게 매달린 화가와 오랜 심적, 재정적 후원으로 인내한 화상에게 시대가 감응할 때, 시간을 초월하는 명작이 탄생할 수 있었다.

171p

피에르 술라주의 추상 작품은 어둠에서 반사됨으로써 존재하는 빛, 보이는 것의 재현이 아닌 존재와 실재에 대한 고찰, 자연의 흐름과 공간의 생성에 대한 순간적이고 영원한 기록을 담고 있다.

172p

"예술은 손끝의 재주가 아닌 정신의 소산이어야 한다. 학문과 교양을 통한 순화된 감성의 표현이 예술이기 때문이다." -장우성

 문인화에서 제시는 필수 요건이었다. 조선 시대에는 스스로 제시를 못 쓰는 화가는 화사가 되어도 진정한 화가로 인정받지 못하였다. 화면에 담긴 작가 고유의 철학적 이해와 공감을 위해서라도 제시를 반드시 병행하여야만 했다.

(시서화가 함께 공존하는 수묵화의 매력인 것 같다. 화가가 그림에 얽힌 시정과 추구하는 바를 제시로써 기록하고, 내용뿐 아니라 글씨 자체가 그림과 어우러져 하나의 멋진 예술 형식이 완성되는 것 같다)

187p

사진이 주는 매력은 재현의 의미보다는 역시 사물에 대한 재해석일 것이다. 내가 보면 그냥 평험한 물건이거나 자연 속의 한 장면인데, 사진 작가가 찍어 놓으면 그 물건에 감정이 실리게 되고,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이미지의 재해석이 묘한 매력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206p

"미술품은 지성을 갖추지 않으면 살 수 없는 재화입니다. 자신의 지성을 가시적으로 보여 줄 수 있는 것은 미술품밖에 없습니다. 자본력과 지성, 교양을 보여 주는 총 집합체가 미술품입니다. 미국, 유럽의 최고 상류층은 미술관 이사들입니다. 뉴욕 메트로폴리탄미술관 이사는 돈으로 살 수 있는 자리가 아닙니다. 작품을 보고, 구입하고, 사회에 기증하고, 그제야 자격이 생기는 명예의 자리입니다. 그들만이 누리는 폼나는 사회죠."

231p

"당신이 인지하고 있든 아니든 간에, 당신은 이미 당신이 가려는 길 위에 서 있다. 달리 부연 설명할 필요 없이, 이것이 내가 하고 싶은 가장 중요한 말이다." -아그네스 마틴

246p

"은행원들이 모이면 예술에 대해 이야기하고, 예술가들이 모이면 돈에 대해 이야기한다," -오스카 와일드

258p

김종학 작가는 화가들이 대체적으로 두 부류라고 말한다.

"첫째는 진지한 이들입니다. 자신을 엄격하게 몰아붙이는 이들이지요. 둘째, 인기에 영합하는 이들입니다. 가령 그림 팔아서 돈을 벌면, 예술품이나 골동품을 사는 게 아니라 재규어 자동차를 사는 사람입니다. 화가라면 이중섭, 박수근처럼 죽어서 그림값이 올라야지, 살아생전에 돈을 지녀서 무엇을 하겠어요?"

(진정한 예술가의 자존심과 자부심이 묻어나는 말이다)

326p

"당신은 옷이든지 그림이든지 어느 하나는 살 수 있어요. 다 살 수는 없어요. 입고 있는 옷차림이 유행에 좀 뒤진다 해도 신경 쓰지 마시고 튼튼하고 편안한 옷을 사세요. 그러면 당신은 절약된 그 돈으로 그림을 살 수 있을 거예요."

"하지만 제대로 된 양복 한 벌 사지 않는다 해도, 제가 갖고 싶은 피카소 그림을 살 만큼의 충분한 돈은 없을 겁니다."

"피카소는 당신에게 맞는 값이 아니죠. 당신 또래, 말하자면 당신의 동년배들의 그림을 사세요. 젊은이들 가운데는 언제나 좋은 화가가 있기 마련이죠."

돈을 절약해서 그림을 구입하라는 것과 비싼 작가들 말고, 동년배 작가의 비교적 저렴한 그림을 사라는 것이다. 헤밍웨이가 궁핍했던 시절의 조언임을 감안하면, 이런 조언은 지금도 여전히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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