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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사대부가의 살림살이 ㅣ 조선의 사대부 12
이민주 지음 / 한국학중앙연구원(한국정신문화연구원) / 2016년 12월
평점 :
이 시리즈는 좋은 주제들도 있지만, 의례적인 측면에 너무 중점을 둔 책들도 많아 지루한 경우도 종종 있어 아쉽다.
조선 시대 사대부들이 어떻게 경제 생활을 영위했는지 좀더 자세히 나오면 좋았을텐데 거기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
관직에 나갈 경우는 녹봉도 있고 크고 작은 현물들을 선물 등의 형태로 얻을 수 있었을텐데 지방 사족으로서는 토지가 없는 경우 매우 곤궁했을 것 같다.
남인으로 오랜 유배 생활을 겪은 정약용이 뽕나무 심기를 권하는 글은 다소 놀랍다.
사극에 나오는 것과는 달리 양반들도 쌀 떨어지면 글만 읽고 있지는 않았던 것이다.
다른 책에서 본 것처럼 지방 양반들도 농지를 넓히고 개간을 하기 위해 많은 애를 썼다.
양반들의 경제 생활에 대한 보다 많은 연구서들이 나오면 좋겠다.
조선은 재정이 풍족한 국가가 아니라 관직에 제수되도 스스로 관복을 만들어 입어야 했다.
어떤 책에서 보니 번을 서기 위해 차출된 군인들도 스스로 병기를 준비해야 했으니 정말 자급자족의 사회였던 것 같다.
<인상깊은 구절>
18p
살림살이를 신경 쓰는 것은 바로 학문을 하기 위한 전제조건이었으며, 이황의 생각은 아들 준에게도 그대로 전달되었다.
"살림살이 등의 일도 사람으로서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네 아비인 나도 평생 그 일을 비록 서툴게는 했지만 그렇다고 어떻게 전혀 하지 않을 수야 있었겠느냐. 다만 안으로는 오로지 문장을 하면서 밖으로 살림살이를 하면 士風 을 떨어뜨리지 않아서 해로움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만일 문장을 완전히 저버리고 살림살이에만 정신을 팔면 이것은 농부의 일이며 시골 속인들이 할 일이기 때문에 이렇게 여러 말을 하는 것이다."
20p
허형은 생활이 어려우면 학문을 할 수 없으므로, 먼저 생활대책을 세운 다음에 학문을 해야 한다고 했다.
"학문을 하는 사람은 살림을 잘하는 것이 가장 급선무가 된다. 생활이 어려워지면 학문을 하는 길에 방해가 된다. 선비는 마땅히 농사로 생활 대책을 마련하여야 하며, 장사는 비록 눈앞에 보이는 작은 이익을 좇는 것이 되지만 과연 의를 잃지 않도록 처신한다면 또한 나쁠 것이 없다."
(恒産 은 독서인의 필수조건이라는 말이 생각나는 대목이다. 노동자는 일을 해야 하고 자본가만이 교양인으로서의 삶이 가능한 것 같다)
22p
정약용은 아들 학연에게 공손하고 성실하게 경전을 정밀히 연구할 것을 진정으로 당부했지만, 경전 읽기에 집중하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살림살이가 보장되어야 하는 것도 현실이므로 품위를 지키면서 경제적 이들을 취할 수 있는 뽕나무 심기를 장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