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세 미술관에서 꼭 봐야 할 그림 100 손 안의 미술관 2
김영숙 지음 / 휴먼아트 / 2013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이번 휴가 때 오르세 미술관에 갈 예정이라 미리 읽게 됐다.

작은 판형이라 도판의 크기나 선명도가 다소 떨어져 아쉽지만 많이 알려진 그림들이라 감상에 큰 불편은 없었다.

좋아하는 그림들과 화가들

1) 드가. 사진의 한 장면처럼 어떤 부분을 뚝 잘라놓은 것 같은 독특한 시점과 구도가 인상적이다.

2) 마네. 강렬한 평면성과 색채가 마음에 든다. 특히 베르트 모리조의 초상화나 <발코니>를 보면 이 여류 화가의 우아함과 개성을 너무 잘 잡아냈다. 그가 왜 벨라스케스의 그림에 열광했는지 이해된다.

3) 휘슬러. 대상이 중요한 게 아니라 색채들의 조화를 추구하는 태도가 매력적이다.

4) 세잔. 이 책에 소개된 <목맨 사람의 집>과 <목욕하는 사람들>의 단단한 양감이 색채감과 잘 어울어져 기억에 남는다.

5) 그리고 역시 고흐! 론 강의 별이 빛나는 밤의 아름다운 밤 풍경! 고흐는 낭만주의자 같다.

역시 회화의 본질은 사물이나 선이 아니라 색채와 구도, 곧 평면인 것 같다.

인상파 화가들이 우키요에를 봤을 때 의 충격과 열렬한 환호가 너무나 이해된다.

<세계미술관기행>의 오르세편에 선정된 그림과 거의 90% 이상 일치하고 거기서 따온 문맥도 많다.

본인이 연구자가 아닌 이상 어쩔 수 없이 어딘가에서는 정보를 가져올 수밖에 없는 듯 하고 이런 것이 대중서 필자들의 한계인 것 같다.

이런 책들의 한계에 비하면 조용준씨의 <유럽도자기여행>이나 유홍준씨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는 정말 질적으로 다르다는 생각이 더욱 든다.

그리고 이 책의 도판이 너무 밝게 나와 <세계미술관기행>에 비해 색감 전달이 상당히 떨어진다.

이를테면 고갱의 <백마>에서 이 책의 설명에 나오는 푸른 색 말이 전혀 푸른 색으로 안 보여 의아했는데, <세계미술관기행>을 보니 정말 푸른 색으로 그려져 이해가 됐다.

색감 표현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



<인상깊은 구절>

100p

후기로 갈수록 르누아르는 점점 더 인물화에 집착하게 되었고, 그럴수록 전통 회화에 대한 향수가 짙어지는 경향이 있다. 인상주의식의 그림은 어떤 장소를 스치게 되었을 때 한순간 받은 '인상'을 잡기에는 좋지만, 인물의 섬세한 표정이나 도드라지는 특징과 성품을 잡아내기에는 아무래도 한계가 있었던 것이다.

 그는 이탈리아를 여행하면서 '데생', 죽 '선'을 중요시하는 라파엘로의 그림에 크게 매료되었고, 이후 살롱전에 다시 도전하면서 공공연하게 고전미술에 대한 애착을 표현하곤 했다.

115p

드가의 참신함은 무엇보다 '너무나 일상적이어서 진부하기까지 한 소소함'을 화폭에 담음으로써 세상 모든 것을 다 '볼거리'로 만들고, 그리하여 무심코 스쳤을 익숙한 장면을 경이롭게 만드는 힘에 있다. 

139p

세잔은 아내를 모델로 마흔 점이 넘는 유화 작품을 비롯해, 셀 수 있을 정도로 많은 양의 데생과 수채화를 남겼다. 이는 그녀 말고는 누구도 초인적인 인내를 발휘해야 하는 그의 모델 역할을 해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렇게 그린 <세잔 부인과 커피포트>에서는 오르탕스의 미화된 아름다움, 성품, 또는 그녀와 화가 사이의 친밀함 등 전통적인 초상화가 추구하는 그 어느 것도 발견할 수 없다

149p

파리를 떠나 아를에 도착한 고흐는 론 강의 밤 풍경에 깊이 매료되었고, 동생 테오에게 '캄캄한 어둠이지만 그조차도 색을 가지고 있는 밤의 모습을 그리겠노라고 의욕적인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그리고 자신의 말대로 그 밤을 짙은 푸른색과 노란색으로 잡아냈다.

 고흐의 풍경화는 이처럼 자연과 대상의 사실적인 묘사와는 상당히 거리가 멀다. 대상의 풍경이 아니라 자기 마음 속 풍경이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그는 보이는 것 저 너머의 환상적이고 초월적인 세계를 그린다기보다 자신의 삶을 따라다니는 고통, 격정, 분노 등을 모두 대상 속에 잔뜩 이입시킨 채 그렸다.

 그림과 관련하여 테오에게 보낸 편지에서 그는 "단순하게 하여 색채가 사물들에 더 많은 스타일을 부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는데, 이는 그가 형태의 자연스러움이나 현실감이 돋보이는 공간의 조화보다는 색채들이 불러일으키는 정서에 집착했음을 보여준다.

167p

세뤼시에와 동료 화가들은 이 그림을 두고 "화가들은 본능적으로 자연을 베껴야 한다는 관념에 시달리게 되는데, 우리는 이 풍경화를 통해 그러한 모든 멍에로부터 해방되었음을 느낀다"라고 말했다. 드니는 퐁타방 화가들의 이 혁신적인 화풍을 두고 "회화란 전쟁터의 말이나 나체의 여인, 또는 개인적인 일화를 그리기 이전에 순수하게 근본적으로 일정한 질서에 의해 배열된 색채로 뒤덮인 평면이다"라고 말했는데, 이는 오로지 형태와 색채의 조화로만 나아가는 추상화의 출현을 예언한 것이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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