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사교계 가이드 - 19세기 영국 레이디의 생활 에이케이 트리비아북 AK Trivia Book
무라카미 리코 지음, 문성호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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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들의 오타쿠적 성향과 서구 문화에 대한 동경은 참 대단하다.

학문적인 측면으로까지 승화시켜 이런 좋은 책을 내는 걸 보면 감탄스럽다.

19세기 빅토리아 시대의 상류 사회 모습은 어떤가 궁금해 읽게 됐다.

분량은 많지 않지만 주제에 딱 맞는 상세한 설명과 함께, 컬러 도판이 많이 실려 있어 책의 품격이 더해진다.

<오만과 편견> 등 19세기 영국 소설을 읽을 때 등장하는 사교계의 실제 모습이 생생하게 그려진다.

프랑스 대혁명과 같은 귀족들의 몰락 없이 근대화에 성공했기 때문에 영국은 여전히 왕실과 계급사회가 굳건히 존재하는 것 같고 일본도 그런 의미로 영국 사회에 관심이 많은 모양이다.

노동으로 먹고 살아야 하는 프롤레타리아인 나같은 독자는 사실 굳이 읽을 필요도 없는 책이지만, 하여튼 소설과 그림에 자주 등장하는 드레스 입은 여인들에 관한 이야기가 흥미롭다.


<인상깊은 구절>

30p

사교계란 귀족이나 지주 등 상류 계급 사람들이 교제하는 커뮤니티다. 거기에는 권력, 권위를 가능한 한 적은 수의 사람들이 쥐게 하며, 신참자가 너무 많이 늘어나지 않도록 막으려는 힘이 존재한다. 사교계에 속한 집안에서 태어나고 자란 사람이라면, 당연히 몸에 익혔을 터인 풍습도 외부 사람들은 알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귀족 세계의 기본적인 교제 룰을 익히고 있는지의 여부가 안과 밖을 판별하는 기준이 되었다.에티켓이 사교계를 '천한 사람들'로부터 지키는 벽이 되었고, 또한 벽을 통과하기 위한 암호가 되기도 했던 것으로 보인다.

37p

돈을 아끼지 않고 지위를 사려는 것은 일반적인 중류 계급의 부인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우선 친한 친구, 친척이나 지인부터 시작해서, 지인의 지인, 또 그 지인의 지인을 소개받아 나아가게 될 것이다.

82p

당시의 젊은 독신 여성에게, 특히 런던 사교기의 무도회나 정찬회는 신분과 수입이 어울리는 독신 남성과의 만남의 장이었고, 결혼 상대를 붙잡기 위한 장소였다. 즉, 젊은 여성의 풀 드레스에는 낮에는 보닛이나 장갑, 하이넥 옷으로 꼭꼭 숨겨두었던 피부를 이 때다 하고 노출하였고, 여성적인 매력을 발휘해 이성을 매료시키는 역할이 있었다. 여성에게 요구되던 도덕과 조심성이 이면성을 지니고 있었다고 할 수 있겠다.

87p

흔들림 없는 지위가 확보된 '고귀하게 태어나고 자란' 상류 계급 사람들이야말로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고 행동하는' 자유와 독립이 허용되어 있었다. 룰을 설정하는 것도 그들 자신이었으며, 깨트리면서 즐기는 것도 자유였다. 신분이 낮은 외부인들이 드레스코드를 실수해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일이 없도록 전전긍긍하는 것과는 달리, 지배 계급인 그들은 에티켓을 조금 위반하는 것 정도로 사교계에서 쫓겨나는 일은 없다. 자신들 자체가 사교계이기에.

109p

"'가정 초대회'가 성공하기 위한 최대의 비결은 가능한 한 많은 저명인을 모으는 것입니다. 단순히 칭호가 있기만 한 것이 아니라, 재능이나 인격으로 사교계에서 부동의 지위를 점유하는 그런 남녀가 좋습니다."

137p

'약속'을 깰 자유를 얻기 위해서는 태어날 때부터 고귀한 신분이거나, 아니면 다양한 희생을 지불하고 얻은 부, 명성, 권력이 필요했던 건지도 모른다.

176p

빅토리아 시대의 무도회란 여성이 주최하고, 여성이 주역이며, 여성의 아름다움과 행동을 피로하는 것이 목적인 공간이다. 참정권도 없고, 재산의 보유도 제한되어 사회적인 권리가 남성보다 대폭 억제되어 있던 그녀들은, 결혼에 따라 자신의 인생이 크게 좌우된다는 것을 잘 이해하고 있었다. 여성은 무도회라는 '사냥터'에서, 그저 자신의 매력을 빛냄으로써 남편 후보의 눈에 머물고, 선택받기만을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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