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멸의 목소리 1 - 남성 성악가편
유형종 지음 / 시공사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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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 전에 춘천으로 파견나가서 기숙사에 한 달 살 때, 한림대학교 도서관에서 이 책을 빌려 읽은 기억이 난다.

1권은 남성 오페라 가수, 2권은 여성 편이었는데 그 때만 해도 오페라에 대해 전혀 모를 때라 인물 나열이 지루하게만 느껴졌다.

그럼에도 이 책을 읽고 나서 오페라 가수들에 대해 조금씩 관심이 생겼고 지금도 잘 모르긴 하지만 약간의 배경 지식이 생겨 재독하니 훨씬 재밌다.

내가 알고 있는 성악가라고는 얼마 전에 타계한 루치아노 파바로티 뿐이라 아쉽지만 세월의 무게를 이겨낸 불멸의 이름을 획득한 가수들이 실려 있다.

오페라 가수라고 하면 고음을 지르는 테너만 유명한 줄 알았는데 의외로 베이스나 바리톤 배역들도 스타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됐다.

또 몸을 쓰는 일종의 육체 노동이라 그런지 쇠퇴기가 빨리 오고 화가들보다 수명도 짧은 것 같다.

언어의 문제도 있어 다양한 오페라를 소화하기 위해 여러 언어를 잘하는 것도 유리한 듯 하다.

플라시보 도밍고도 잠깐 언급된다.

내가 이름을 알 정도로 현존하는 최고의 테너이고 무엇보다 아주 다양한 레파토리를 소화해 낸다고 한다.

유명 가수는 어떤 배역이든 다 잘하는 줄 알았는데 레파토리를 넓히는 것도 노력을 많이 해야 하는 큰 시도인 듯 하다.

여러 가수들이 다 흥미로웠지만 딱 한 사람을 꼽으라면 프랑코 코렐리다.

사진으로 보니 아주 잘 생긴 이탈리아 가수인데 뛰어난 자질을 가졌음에도 무대에 오르기 전에 끊임없이 긴장하고 자신을 채직찔하고 그럼에도 막상 오페라가 시작되면 누구보다 훌륭하게 배역을 소화해내는 완벽주의적이고 강박적인 성격이 인상적이었다.

내가 강박적인 성격이라 이런 심리가 너무나 이해가 된다.

나는 비록 이런 위대한 예술가들처럼 훌륭한 성과를 내지는 못하지만 끊임없이 자신을 채찍질하고 몰아세우고 스스로를 압박하는 그 심리를 잘 알 것 같다.

기악처럼 이른 나이에 데뷔한 사람보다는 다른 직업을 갖고 있다가 성년이 넘어서 전문 성악가로 접어든 사람도 많아 놀랬다.

요즘말로 하면 아이돌 연습생 보다는 오디션에 합격해 가수가 된 경우가 가능한 모양이다.

그만큼 오페라가 일상화 되고 오랜 역사와 문화를 가진 서구 사회라 가능할 것 같다.

심지어 어떤 가수는 옥스퍼드 역사학 박사학위까지 가지고 있었다.

같이 실린 사진들도 훌륭하고 글솜씨도 무난해 편하게 읽었고 올레 TV로 오페라를 감상해 볼 생각이다.


<인상깊은 구절>

196p

코렐리는 격정적인 음성이 뿜어내는 야성적 이미지와는 달리 공부를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굉장한 음성을 갖고 있는데도 무대에 오르기 직전에는 거의 죽음을 앞둔 사람처럼 긴장한 상태였으며, 무대에 올라서도 몸이 풀리고 제대로 연기가 나오려면 시간이 필요했다고 한다.

"테발디는 준비가 끝났고 오케스트라도 스튜디오에 모였는데 벌써 도착한 코렐리가 나타나지 않는 것입니다. 어디 갔나 찾아보았더니 글쎄 로레타가 고개 숙인 남편의 등을 두드리며 이제 되었으니 스튜디오에 입장하라고 격려하는 거예요. 그러고 나서야 스튜디오에 올라왔는데, 막상 노래를 시작하니까 언제 그랬냐는 듯 끝내주더라고요!"

"나는 항상 긴장해 있었습니다. 데뷔 초기에는 높은 B나 C음이 나오지 않을까 두려워했고, 막상 높은 음을 잘 부르게 된 다음에는 그걸 잃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했습니다. 공연이 없는 날에도 목소리가 제대로 살아 있을까 계속 의심했지요. 나는 내 모든 공연을 녹음합니다. 공연이 끝나면 그걸 듣느라 3시간이나 보냅니다. 지치고 휴식이 필요한 시간이었지만 그렇게 못 했던 것이지요. 테이프를 듣고 만족하면 기분이 좋아져서 잠을 설치고, 그렇지 못하면 절망해서 잠을 이루지 못합니다. 무슨 인생이 이렇답니까?"

201p

자기 과시적 태도를 지녔던 델 모나코와 달리 코렐리는 자신의 부족함을 고민하고 또 발전시키고자 노력한 가수였다.

"수면 중에도 노래를 부릅니다. 나는 언제나 스스로를 향상시키고자 정진하기 때문에 절대 편안히 쉬지 않습니다. 만일 내게 완전히 자유로운 석 달간의 휴가가 주어진다면, 오로지 성악 테크닉을 향상시키는 데 쓸 겁니다."

225p

그가 택한 방법은 위대한 이탈리아 선배 테너들을 공부하는 것이었다. 그 방법이란 네 사람을 선정해 그들의 레코드를 계속 들으면서 거의 독학으로 스스로 깨우치는 것이었다. 현명하게도 베르곤치는 그들의 음성을 모방하려 들지 않았다. 그가 연구한 것은 테크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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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2-23 09:1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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