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근대회화 100선 - 1900~1960
국립현대미술관 엮음 / 얼과알 / 2002년 4월
평점 :
절판


2002년 월드컵이 한창일 때 대규모 근대 미술전이 열렸었던 모양이다.

도록으로 출간됐는데 한 권의 책 형식이라 특이하다.

책 크기 때문인지 도판이 다소 작고 색감이 어두운 게 아쉽지만 1900년부터 1960년까지의 근대회화 초창기 시절을 대표하는 작품들이 100점이나 실려 있어 미술사의 흐름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

아쉬운 점은, 당시 전시를 주관했던 학예사 정준모씨가 다시 출간한 <한국 근대미술을 빛낸 그림들>과 거의 일치해 새로운 관점이 없다는 것이다.

이름과 디자인만 바꾸고 내용은 똑같은 개정판 개념이었던 모양이다.

다시 보면서 정리하는 기분으로 읽었다.

막연히 우리 미술은 서구에 비해 아류작, 지방 화가라고만 생각했는데 전통사회에서 현대사회로 넘어오는 과정에서 회화라는 양식을 완성하고 세계의 조류에 발맞춰 발전해온 역량을 새삼 확인했다.

특히 수묵화의 현대화는 동양적 전통이라는 선입견 때문인지 훨씬 더 드라마틱해 보인다.

고루하게만 느껴졌던 현대 수묵화의 변신이 정말 놀랍다.

이당 김은호 등은 말할 것도 없고 변관식, 노수현, 이상범, 허백련 등에 이어서 장우성, 장운상, 박소운, 이유태 등 여러 화가들의 현대적 감각과 기법에 진심으로 감탄했다.

화가들은 대체적으로 장수해서 젊은 시절 그림과 노년의 그림들이 또 다르다.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좋은 작품들이 정말 많았다.

이런 걸 보면 이중섭이나 이인성 등 30대 요절한 화가들의 삶이 너무나 안타깝다.

젊은 시절에 이미 회화사에 이름을 남길 정도였으면 노년으로 갈수록 얼마나 많은 작품과 창의성을 보였을까.

회화가 단순히 자연을 재현하는데 그치지 않고 작가의 관념과 창의성을 녹여내고 다양한 미학적 실험을 하는 예술임을 새삼 깨달았다.

관심이 적었던 비구상 작품들에 대해서도 흥미가 생긴다.

정말 좋은 독서 시간이었다.


<인상깊은 구절>

10p

주로 문인사대부들에 의해 진작된 남종화는 고답적인 정신세계를 지향함으로서 화공들에 의한 기술적 바탕의 북종화를 천시하기에 이르렀는데 그와 같은 풍조는 아직도 전통화단에서 왼전히 불식되고 있지 않은 편이다.

1920년대에서 40년대에 이르는 사이 전통화단에 영향을 미친 일본화의 감성과 방법은 주로 진한 채색과 리얼리즘에 의한 현실경의 묘출을 지향하는 것이었다. 사생에 근거한 제작의 태도는 과거 관념의 유희로서의 작화방법과 대조를 이루면서 그만큼 설득력을 지닐 수 있었다. 있는 것, 보이는 것을 솔직하게 받아들인다는 리얼리즘의 정신은 지금까지 관념의 체계로 이해하였던 동양의 회화관에 커다란 변화의 동인이 되었다.

16p

서양화에 대한 전통이 전혀 없는 한국에서 건너간 김관호가 이미 서양화의 전개가 반세기를 기록하고 있는 일본의 학생들과 겨루어 당당히 1등을 하였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같은 예외적인 사례를 제쳐놓으면 전반적으로 20년대 초까지는 습작의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인상이다.

72p

원경과 근경, 중경에 전통적인 방법으로 풍경을 배치시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대적인 운필법을 통해 전통회화가 현대적 화법과 만나 전통 수묵산수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 준 작품인 동시에 노수현 회화의 전형을 보여주는 수작이다.

148p

우리 주변의 야일한 자연에 관심을 두기 시작하여 첩첩산중의 폭포와 노송이 어우러진 중국의 전통산수화에 등장하는 소재나 구성으로부터 벗어나 우리 눈에 익은 일상적인 자연을 바탕으로 한 그림들을 그려내기 시작하였다.

162p

당대는 물론 후대에도 천재화갈 불리웠던 이인성은 1950년 비운의 죽음을 맞으면서 신화적인 인물로 미화되기도 하지만 반면 관전작가라는 이유로 비판적 평가를 받기도 한다. 그러나 그의 천부적인 예술적 감각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191p

장운상은 고운 필선과 밝은 색채로 그렸으며 이들은 모두 철저한 묘사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그의 회화는 어디까지나 대상의 재현이고 그것을 통해서 정서나 감동을 전하는 고전적인 미학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오류>

42p

김영기는 서울에서 청강 김규진의 장남으로 태어나

->청강은 김영기의 호이고, 아버지 김규진의 호는 해강이다.

162P

일본의 궁내성이 이인성이 같은 해 열린 <제13회 제국미술원 전람회>에 <여름 어느 날>이라는 작품으로 입선하자

-><여름 어느 날> 이 아니라 <가을 어느 날>이다.

184p

박노수, 세세옥, 권영우 등이 그들이다.

->세세옥이 아니라 서세옥이다.

219p

소치 허련의 손자이며 그의 아버지 허영도 화가였다.

->허영이 아니라 허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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