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근대미술을 빛낸 그림들
정준모 지음 / 컬처북스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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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읽은 <한국 미술 100년>을 너무나 흥미롭게 읽어 근대 미술을 정리하는 목적으로 읽게 됐다.

108점의 많은 그림들을 양질의 도판으로 소개하고 간략하게 화가들의 일생에 대해서도 언급해 정리하는데 도움이 됐으나 시대상과 작가 나열이라는 지루한 집필 방식이 아쉽다.

앞서 읽은 책처럼 당시 시대 분위기와 예술 작품이 갖는 시대사적 의미에 대해 보다 깊이있는 분석이 주가 됐다면 훨씬 의미있는 책이 됐을 것 같다.

특히 마지막에 실린 근대미술가 개론 편은, 시대사적 사건과 화가들만 잔뜩 나열해서 지루했고 식민당국인 일본의 예술 정책을 평면적으로 비난하는데 그쳐 아쉽다.

미술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서양의 대가들을 먼저 접했고 모더니즘으로 범위를 넓히다 보니 이제는 우리 미술에 대해 관심이 생긴다.

우리 근현대 미술의 다양함과 완성도에 대해 너무 무지했던 탓에 막연히 서구에 비해 내세울 게 없다고만 생각했다.

덕수궁 미술관에서 열린 근대 회화전을 관람하면서부터 조금씩 관심이 생겼고 이번에도 책에 나온 작가들의 그림을 검색해 보면서 눈길을 끄는 훌륭한 작품들을 많이 만났다.

특히 고루하다고만 여겼던 수묵화가 현대적인 미의식과 만나 얼마나 세련되고 개성있게 변모되는지 새삼 감탄했다.

이당 김은호에서 시작되는 신감각주의 영향으로 박노수와 장우성, 장운상 등의 수묵채색화가 마음을 끈다.

근대 화가들의 대부분은 일본 유학을 통해 서화가 아닌 미술을 받아들였고 프랑스와 미국 등지에서 유학하는 경우도 생각보다 많았다.

단순히 아카데미즘에 그치지 않고 앵포르멜이나 큐비즘, 표현주의, 야수파 등 당시 유행하는 시대적 흐름을 자기화 하는 여러 화가들의 노력과 성과가 대단하다.

재불 화가 이성자는 이 책에서 처음 접했다.

6.25 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에 세 아이를 떼어놓고 프랑스로 유학갔다고 나와서 찾아 봤더니 남편의 외도로 이혼 후 아이들과 생이별 하고 떠난 아픈 사연이 있었다.

검색해 보니 책에 소개된 작품 보다 감각적이고 인상적인 그림들이 많다.

또 요절한 화가들도 있지만 의외로 장수한 화가들도 많아서 놀랬다.

피카소가 92세까지 살아 대단하다고 생각했는데 손동진이 98세, 문학진이 96세, 김병기가 무려 103세로 여전히 생존 중이고, 한묵이 103세, 장발이 101세, 채용신, 김흥수, 이성자, 김영기, 김인승, 장우성, 전혁림, 천경자 등도 90대까지 장수했다.

장수와 화가는 흥미로운 관계 같다.

서양 미술은 쉽게 관람하기 어렵지만 우리 근현대 미술은 당장 미술관에 갈 수 있다는 점에서 너무 좋다.


<인상깊은 구절>

222p

남종화의 정신은 사실적 정신이 아니라 관념적인 것이다. 따라서 대상을 분석하고 해부하는 것보다는 대상이 담고 있는 뜻의 전달이 중요시된다. 그런 뜻은 손끝의 재주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극히 담백한 정신의 표출이 주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기교에 앞서 뜻이 존중되어야 한다고 남종문인화의 시조라 불리는 당대의 왕유가 말한 것처럼 의재는 평생 이 가르침을 지켰다.

245p

이 논쟁의 요지는 임화의 '예술 운동이 정치 투쟁 전선에 적극 참여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주장에 대해 김용준이 '프로다운 예술 형식을 먼저 창조할 것'을 요구하면서 비롯되었다. 김용준은 계급 해방의 수단이자 이를 촉진하는 예술은 예술이 아니라고 주장하면서, 예술로서의 기본 형식과 내용을 갖춘 프로 미술을 통해 본질을 잃지 않는 정신주의적 프로 미술을 주장하고, 기능론에 편중된 프로 미술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히며 마르크스주의 미학, 볼셰비키 예술론을 비예술이라고 정면으로 비판했다. 김용준은 가장 근본적인 것은 프롤레타리아 의식의 문제이며, 자본주의에 대한 반동으로 무정부주의, 사회주의가 출현했다면, 예술에서 반 전통은 반 아카데미즘이고, 따라서 반 전통적인 입장에서 출현한 미래주의, 입체주의, 표현주의, 러시아 주성주의를 프로 미술의 형식으로 제시했다. 김용준의 주장은 임화를 비롯한 프로 미술계로부터 무산계급적 현실 인식에 기반하지 않은 데카당한 이론이란 지적을 받았지만, 심영섭, 김주경 등은 김용준과 같은 입장을 취하기도 했다.


<오류>

22p

대조전에 오일영과 이용우가 그린 <봉황도>와 <백학도>

-> 오일영과 이용우가 <봉황도>를 그렸고, 김은호가 <백학도>를 그렸다.

277p

이용우, 보성전문학교 창설

->이용우는 화가이고 보성전문학교 창설자는 이용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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