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자기 여행 : 에도 산책 - 일본 열도로 퍼진 조선 사기장의 숨결 일본 도자기 여행
조용준 지음 / 도도(도서출판)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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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도자기 여행 시리즈를 읽으면서 도자기, 즉 식기의 아름다움에 눈을 떴다.

도자기라고 하면 박물관에 있는 고려청자 같은 유물인 줄만 알았지 우리 실생활에 쓰는 그릇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지금은 그릇에 관심갖는 사람들도 있지만 여전히 식당에 가면 스테인리스 그릇에 밥을 주고 좋은 레스토랑에 가도 예쁜 식기는 본 기억이 없다.

어제 간 커피숖도 아메리카노 한 잔에 6천원을 받는 곳인데 아무 문양도 없는 투박한 흰색 컵을 주길래 깜짝 놀랬다.

커피맛은 차치하고라도 이 정도 가격의 커피를 마시려면 그래도 좀 괜찮은 컵에 줘야 하는 거 아닌가 싶어서다.

책에도 그런 말이 나온다.

맛은 기본이기 때문에 요리의 완성은 식기라고.

저자의 책을 읽으면서 도자기, 곧 그릇은 바로 우리가 영위하는 문화라는 것을 깨달았고 우리의 고려청자, 조선백자가 박물관에서나 자랑스러워 하는 전통유산에 그치지 않고 일본이나 유럽처럼 여전히 우리가 향유하는 경쟁력 있는 공예품이 되면 얼마나 좋을까.

책에 실린 수많은 일본의 자기들을 보면서 눈이 호강했고 감탄의 연속이었다.

유럽이나 중국의 화려한 도자기와는 또다른 개성적이고 훌륭한 작품들이 참 많았다.

수많은 도자기 사진들을 실은 저자의 노력에 진심으로 감사한다.

다만 색감이 좀 어두운 점이 아쉽다.

일본어가 익숙치 않아 책에 등장하는 많은 인물이나 지명 읽을 때 좀 어려웠다.

저자도 기왕이면 많은 가마들을 소개시켜 주려다 보니 약간 난삽한 느낌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매우 성실하고 재밌는 일본 도자기 책이다.

우리도 이런 훌륭한 식기 문화가 일반화 됐으면 좋겠고 이번 일본 여행 때 여기 소개된 미술관과 그릇샵들을 방문해 보고 싶다.

오사카에 갔을 때도 저자의 책을 읽고 <오사카시립동양도자미술관>에 갔었다.

이번에도 도쿄에 가면 책에 나온 미쓰비기념미술관과 이데미츠 미술관에 갈 생각이다.


<인상깊은 구절>

183p

결코 포기하지 않은 다미키치의 불굴의 의지도 칭찬할 만하지만 일면식도 없는 타지 사람을 오직 추천 서신 하나만으로 믿고 끝까지 책임을 진 당시 일본 사회 승려나 사기장들의 신심도 정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혼탁한 세상이기는 했지만 신뢰가 사회 밑바당에서 그 만큼 중요한 가치로 존재하고 작용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243p

아마도 후루타 오리베의 이런 인기와 질시에 쉽게 순응하지 않는 호방함, 전국의 다이묘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다도 사범이라는 사실 등이 막부에 부담이 되어 스승 센노 리큐와 마찬가지로 할복 명령을 받게 된 이유가 되었을 것이다.

262p

로산진에 대해 말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그가 요리와 그릇의 일체, 요리에 가장 잘 어울리는 그릇 연구에 평생 매진했고, 결국 그런 그릇을 직접 만들고자 도예가가 되었다는 사실이다. 요리 미학의 종점은 맛이 아니라 (맛은 기본이고) 어떤 그릇에, 어떻게 담느냐로 완성되는 것이다.

276p

가토 다쿠오는 자신의 책에서 1961년 테헤란의 박물관에서 러스터와 처음 만난 것을 회고하면서 '나는 현란하게 빛이 나는 러스터웨어를 보면서 그 아름다움에 완전히 매료되었다. 그래서 내 손에 저 도자기를 꼭 가져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기술했다. 그의 손자로 역시 도자기를 굽고 있는 가토 료타로는 "할아버지가 백혈병 투병 이후 자신은 오래 살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죽은 후에 무언가 남겨야 한다는 생각이 매우 강했다"로 회상한다.

 그는 책에서 '나는 누구도 하지 않았던 무엇인가를 하기 원했다. 러스터웨어 복원이라는 아주 특별한 꿈이 없었다면 그렇게 열심히 일하지 않았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일찍 세상을 떠날까 봐 걱정했지만 이처럼 일에 몰두하고 즐긴 덕택에 그는 88세까지 살았다. 삼채와 러스터의 준 축복이었다.

297p

버나드 리치는 도자기를 예술과 철학 그리고 디자인 및 공예의 결합으로 보았다. 게다가 도자기를 라이프 스타일 그 자체로 생각했다.

311p

일본에는 '미타테'라는 고유의 미적 수사가 있다. '미타테'는 '다시 본다', 즉 '새롭게 본다'는 뜻이다. 사물을 처음 보듯 새롭게 보는 것이 미타테의 핵심 속성 가운데 하나다. 

 다도의 가치 또한 미타테에서 발견할 수 있다. 차를 끓이며 정성을 다해 한 잔을 따라 내는 다도는 매번 반복되는 행위이지만 처음이라는 마음가짐을 지키지 않고서는 좋은 차를 우려내기 힘들다. 야나기 무네요시는 민중들의 작품이 갖는 소박한 외연 안에 잠재된 깊은 예술적 가능성을 찾아내기 위해 미타테의 관점으로 이들을 보고자 한 것이다. 그것이 바로 야니가 무네요시가 중심이 되어 시작한 민예운동의 핵심이다.

482p

쓰타야 서점의 기본 철학은 '책이 아닌 라이프 스타일을 판다'는 것이다. 그런 철학이 시대에 걸맞은 혁신의 아이콘이 되었다. 쓰타야 서점에서는 심지어 일본도도 판매한다. 일본도에 관한 책들 옆에는 시퍼렇게 날이 서 있는 일본도들이 놓여 있다.

 사실 시대는 모든 것이 섞이고 융합하는 '울트라 퓨전'으로 가고 있다. 도자기라고 해서 인사동 구석에만 있을 필요는 없다. 팔리는 장소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관심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504p

이토록 대대적인 외국 시찰단 파견은 세계적으로도 전례가 없는 일이다. 그만큼 일본은 서구 문물 배우기에 절실한 반면 우리는 서양을 철저히 배척하겠다며 전국 곳곳에 척화비를 세웠다. 일본이 대규모 사절단을 파견하던 그 해에 말이다!



<오류>

102p

가와다 사토미의 꽃으로 둘러싼 용 그림 도기 상자

->설명과 사진이 매치되지 않는다. 사진은 꽃과 여우 그림이다.

244p

자신에게 다도의 가르침을 배웠던 2대 쇼군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히데요시 잔당과의 내통을 이유로

->이에야스는 1대 쇼군이고 2대 쇼군은 그의 아들인 히데타다이다.

400p

'숀즈이'는 명나라 마지막 숭정 연간에 구워진 청와백자 도자기의 일종을

->청화백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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