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컬렉션의 맛 - 한 컬렉터의 수집 철학과 민화 컬렉션
김세종 지음 / 아트북스 / 2018년 7월
평점 :
다소 가벼운 제목과는 달리 내용은 흥미롭고 편안하게 읽을 만한 에세이다.
무엇보다 도판의 질이 너무 좋다!
명화나 유물 소개시 도판이 허접해 책의 품격을 떨어뜨리는 경우도 있는데 비해, 컬렉션이라는 주제에 맞게 저자의 귀한 수집품들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게 훌륭한 도판이 실려 있어 보는 즐거움이 있다.
1부는 수집에 관하여, 2부는 저자가 평생 수집한 민화에 관한 이야기다.
1부는 동어 반복이 많아 다소 지루했고 2부의 민화 이야기는 흥미롭게 읽었다.
민화를 궁중장식화에 비해 하위 장르로 취급하고 단순히 공예품으로만 본다는 비판이 신선하다.
책에 나온 것처럼 야나기 무네요시가 조선의 진짜 고급 예술 장르 대신 서민들이나 즐기는 민화를 조선의 미학인양 찬양했다는 비판을 읽은 적이 있다.
그러나 저자는 민화 자체가 궁중화와는 전혀 다른 장르이고 오히려 현대적 미감과 추상성, 해학성이 돋보이는 한국 전통의 훌륭한 예술이라고 의미를 부여한다.
그러고 보니 오방색의 강렬한 색감이나 단순하면서도 한 눈에 확 들어오는 구성 등이 복잡하고 세밀한 전근대 회화와는 다른 현대적 조형성이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하다.
민화에 대한 책을 보면 저자의 비판대로 민화 자체의 예술성 측면에서 접근한다기 보다, 도상 설명만 늘어 놓아 민화를 회화로써 본 적은 없었던 것 같다.
피카소가 아프리카 가면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말이 과연 우리 민화에서도 통용될 듯 싶기도 하다.
인터넷 검색을 하니, 올 여름에 예술의 전당에서 저자의 민화 수집품을 전시했었는데 못 가봐서 아쉽다.
민화에 대해서는 좀더 관심을 가져 보기로 하고, 저자가 밝히는 수집 철학에 대해서도 생각해 봤다.
횡적 수집, 즉 양에 집착하기 보다는, 종적 수집 그 질에 초점을 둔다는 철학이 독특하다.
예술품 수집은 많은 재원이 들기 때문에 선택과 집중은 어쩔 수 없는 개인 수집가의 한계 같다.
가끔 TV에 일반인 수집가들이 소개되는데 멋있어 보이기 보다는, 저 많은 수집품을 제대로 진열도 못하고 나중에 죽게 되면 자식들이 어떻게 처분할까? 이런 걱정부터 든다.
나에게는 일생을 건 의미있는 수집이었을지 몰라도 보편적 가치를 인정받기란 어려운 일이니 결국 내가 죽으면 한낱 고물에 불과한 게 아닐까?
나는 수집에 대한 욕구도 없지만 책에 대한 무한한 애정 때문에 내가 구입한 책을 한번도 버린 적이 없다.
책을 버리는 것은 내 자신을 버리는 느낌이 들어 대학교 때부터 내 돈으로 구입한 책들은 지금까지 이고 지고 이사를 다닌다.
버리질 못해서 책을 함부로 사지도 못한다.
내가 죽으면 책을 땅 속에 묻어 달라고 하던가 아니면 불태워야겠다는 생각도 가끔 한다.
책에 대한 이런 부담감이 싫어 도서관에서 빌려 읽어 마음이 편하다.
저자는 수집이 미적 감각, 즉 안목을 발전시키는 과정이라고 한다.
좋은 작품을 수집하기 위해 많은 명품들을 감상하고 비교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박물관에 가서 유물들을 감상하고 도록들을 보면서 연구하고 나만의 기준으로 수집을 하는 행위는 멋진 취미 같다.
자꾸 봐야 안목이 길러진다는 말은 정말 맞는 것 같다.
도판에서 보는 것과 박물관이나 미술관에 가서 실물을 봤을 때의 느낌은 확실히 다르다.
여행도 그렇다.
책에서 그 지역에 대한 글을 읽었을 때와, 직접 다녀와서 읽을 때 와닿는 감동이 다르다.
외국은 자주 나갈 수 없으니 전시회를 좀더 열심히 다녀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