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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유럽 근현대사 - 제국 지배에서 민족국가로
오승은 지음 / 책과함께 / 2018년 2월
평점 :
300 페이지 정도의 얇은 책이다.
흥미로운 주제를 보여주는 제목에 끌려서 선택했다.
복잡하게만 느껴지던 동유럽사를 간략하게 정리했다.
적은 분량 탓인지 소략하는 느낌이지만, 동유럽 지역사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을 세울 수 있었다.
동유럽은 합스부르크와 오스만 제국 사이에 끼어 수많은 민족들이 뒤얽혀 살아 왔으나 이 거대한 제국들이 사라진 후 민족국가라는 새로운 정치체제 수립에 진통을 겪고 거기에 소련식 사회주의까지 더해져 몹시도 복잡한 역사를 이뤄왔다.
마지막 장에서 모든 문제의 근본은 신자유주의, 동등한 관계를 맺지 않는 서유럽 중심주의로 기술하고 있지만 너무나 피상적인 느낌이다.
지정학적 특성을 언급할 수는 있겠으나 국제사회에서 타국의 배려를 바란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 같다.
민족주의는 비단 극우 파시즘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좌파 사회주의에서도 매우 유용한 전략이었다.
<인상깊은 구절>
117p
산적들은 18~19세기 발칸 민요에서 의적으로 묘사되기도 했으나, 실상은 무슬림 관리들뿐만 아니라 가난한 기독교 농민들을 착취하는 도둑이었다.
219p
어떤 정권이 됐든 폭력적, 억압적 수단에만 의존해서 권력을 유지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정통성이란 통치권에 대한 사회 구성원들의 근본적 믿음으로, 이것이 확립돼야 국민이 법을 지킬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으며, 집권세력이 내린 명령과 지시사항이 하부로 내려가 효율적으로 집행될 수 있게 된다. 특히 20세기 대중정치의 시대에서는 정통성이 무엇보다 중요한 요건이었다.
241p
헝가리 혁명 진압은 개혁파의 요구가 좌절됐음을 의미하는 동시에 흐루쇼프 개혁정책의 한계와 모순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었다. 흐루쇼프는 개혁을 표방했지만 제국주의 정책 기조를 버린 것은 아니었다.
277p
동유럽 사람들에게 '민주주의'는 자유와 평등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실업, 가난, 경제적 계층화'와 동의어가 되어버렸다. '신자유주의'라는 민주주의 파괴자가 민주주의의 수호자로 둔갑하면서 생긴 결과였다.
286p
포퓰리즘 정당의 주요 공략 대상은 체재이행에서 아무 것도 얻지 못한 사람들의 실존적 가난과 심리적 공포다. 우파는 동유럽 사회가 두 개의 적대적 집단, 즉 가난하고 힘없는 다수의 민중과 기득권 세력으로 나뉘어 있다고 보고, 자신들은 부패한 엘리트들에 맞서 민중의 보편의지를 대변한다고 주장했으며, 이는 대중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