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사냥꾼 - 어느 책 중독자의 수다
존 백스터 지음, 서민아 옮김 / 동녘 / 2006년 7월
평점 :
절판


도서관에서 우연히 빌린 책이다
신간 코너에 꽂혀 있길래 책 수집에 관한 내용인가 보다 하고 집어 들었다
대충 훑어 보는 식으로 읽었는데 결론은 별로 재미없다이다
이런 책에 관한 책은, 역시 한국 사람이 쓴 책이 재밌다
기본적으로 영어권 책에 관해 아는 게 너무 없기 때문에 공감할 수가 없었다
책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베스트셀러와 다름없는 앤 페이먼의 "서재 결혼시키기" 도 아주 재밌게 읽지는 못했던 것이, 저자가 하는 내용의 70-80%는 못 알아 들었기 때문이다
차라리 표정훈의 "탐서주의자의 책" 과 같은, 한국인이 쓴 책이 훨씬 더 실감나게 다가온다
저자가 얘기하는 무수한 작가와 책들이, 나에게는 낯선 단어들로 들리니 책을 읽으면서 참 아쉬웠다

좀 뜬금없는 소리이긴 하지만 문득 드는 생각이, 내가 영어권 사람이었으면 어땠을까 싶다
저자는 오스트레일리아 사람인데 역시 영어권 태생이라 미국이나 영국 등지의 책을 부담없이 읽는다
영어 배우려고 혈안이 된 이 시점에서, 모순적이게도 영어 공용화 운운하는 건 맞아 죽을 소리일 수도 있겠으나, 순진한 공상에 잠시 빠져 보자면 고종석이 말했던 "우리 모두는 그리스인이다" 라는 막연한 소리가 문득 실감나게 다가온다
영어가 됐든 뭐가 됐든 하나의 통일된 언어권에 산다면, 혹은 공용어 수준으로 읽고 쓰고 말할 수 있다면 체험할 수 있는 문화의 폭이 훨씬 더 넓어지지 않을까 이런 뜬금없는 생각을 해 본다
할 수 있는 언어가 그저 한국어 뿐이다 보니, 세종대왕께는 늘 감사하는 마음으로 책을 읽지만, 가끔 외화나 외서 볼 때 짧은 외국어 실력이 한탄스럽기 그지 없다
그래도 책은 좀 나은 편인데 번역된 외화를 보면, 그저 뜻만 막연히 알아들을 뿐 제대로 영화를 감상하기란 요원한 일이다
당장 아리랑 TV에서 우리 드라마에 영어 자막을 입힌 걸 보면, 간신히 뜻 전달만 될 뿐 대사의 맛을 살린다는 건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어쨌든 이 책을 읽으면서 영어를 습득하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고, 외국어 능력이야 말로 사고와 경험의 폭을 넓힐 수 있는 첩경임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워낙 모르는 책들이 많아 재밌게 읽지 못했음을 밝힌다
그리고 또 하나, 나는 수집벽이 없기 때문에 많이 공감하기 어려웠다
우표를 모은다거나, 그 흔한 곤충채집 한 번 해 본 적이 없고 그림 경매 역시 꼭 내 집에 걸어 놓고 볼 필요가 있을까 싶을 만큼 소유한다는 것에 대한 기쁨이 크지 않기 때문에 솔직히 초판본 찾아 헤매는 그 심정을 100% 이해하기는 어려웠다
나에게 책이란, 언제나 읽어야 할 것은 많은데 시간은 부족한 그런 것이기 때문에, 읽은 책을 또 읽는다든지 꼭 초판본으로 구해 읽어야 한다든지, 이런 것과는 거리가 먼 것이다
그러나 일단 한 번 내 손에 들어 온 책은, 그 안에 너무 많은 추억과 시간들이 들어 있기 때문에 버리지 못한다
아마도 책을 수집하는 사람들은, 서가에 꽂혀 있는 것만으로도 큰 기쁨을 느끼는 것 같다
저자 역시 밝힌 바지만, 내 손에 들어오기 전까지의 그 흥분감 때문에 더욱 희귀한 것을 모으려고 애쓰는 것 같다

제일 재밌었던 표현은, 도서관에서 책의 가치를 보전하는 것은 켄터키 프라이드 치킨이 부활해서 달걀을 낳는 것과 같다는 것이었다
그만큼 한 번 도서관에 들어간 책은, 보관할 가치가 확 떨어진다는 소리다
일견 이해가 되는 것이, 도서관의 책들은 죄다 겉표지를 벗겨 버리고 큼직하게 도서관 마크를 찍어 볼품없어진다
책커버도 책을 읽고 싶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인데 도서관 책은 그야말로 알맹이만 봐야 하니, 보는 즐거움이 반은 깍여 버린다
요즘은 북디자인에도 엄청나게 공을 들이는 추세니, 어쩌면 출판업계가 사는 길은 북디자인에 더욱 신경을 써 독자로 하여금 소유하고 싶게 만드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서점에 가면 책들이 워낙 예쁘게 나와, 그냥 수집품으로서 갖고 싶다는 충동이 들기도 한다
특히 그림과 사진이 많은 화려한 책들은 그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꼭 사고 싶다는 욕심이 생긴다
이런 북디자인이야 말로 전자책에 맞설 무기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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