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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의 고백
존 테일러 개토 지음, 이수영 옮김 / 민들레 / 2006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기대를 많이 했던 것에 비하면 솔직히 좀 실망했다
나는 교육정책을 분석하고 대안 제시를 한 책을 원했는데, 이 책은 주로 연설문을 모아서 그런지 당위적인, 막연한 내용이 많다
미국 교육은 잘못됐고 옛날로 돌아가라, 대충 이런 게 주요 내용이다
학교 교육의 왜곡 현상은 분명히 심각한 것이지만, 과연 저자의 말처럼 가정에 교육을 맡기는 게 최선일까?
아미쉬를 찬양하지만, 내가 읽은 기사 내용으로는, 아미쉬 공동체가 점점 힘을 잃어가고 있다고 했다
누구 말이 맞는 건지 모르겠으나 21세기 현대 사회에 살면서 과거로의 회귀 현상은 바람직한 대안은 아닌 것 같다
좋은 얘기도 많았다
학생 개개인에게 관심을 가져달라는 말은 모든 교육의 가장 큰 목표가 아닌가 싶다
학교에 다니는 순간부터 아이들은 집단 속으로 숨어 들어가 전체의 일부로 바뀌게 된다
저자는 현재의 학교 시스템으로는 아이들에게 창의적인 교육을 하기 힘들다고 역설한다
교육 제도가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
저자는 현실에서 큰 필요없는 지나치게 많은 지식을 담느라 아이들이 창의력을 발휘할 여지가 없다고 비판한다
물론 그런 면이 분명 있다
정규 수업으로 모자라 보충수업에 자율학습, 학원까지 소화해야 할 학생들의 부담감은 엄청나게 클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가 불필요한 지식의 일부로 제시한 진화론이나 기타 수학적 내용들은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데 기초 교양이 되는 중요한 지식이 아닐까?
문제는 현실과 결합하지 못하고 교실에서 듣고 끝나버리는 죽은 교육 방식에 있을 것 같다
나 역시 과학 수업을 매우 어렵게 생각하고 특히 수학의 경우 여전히 기본적인 마인드를 갖기 못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에서 배운 그 지식들을 바탕으로 지금 관련 서적을 읽을 능력을 갖추게 됐고, 신문이나 방송에서 하는 얘기들도 쉽게 알아 듣는다
학교 교육이 개인을 죽이고 전체화 시키는 점이 없지 않으나, 보통 교육, 의무 교육 덕분에 문맹률이 급속도로 사라지고 오늘날의 정보화 사회가 된 점은 절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저자는 학교가 부모에게서 아이들을 뺏어갔다고 비난하지만, 학교 교육 자체를 부정하는 말은 아닐 것이다
부모에게 교육을 맡긴다면 대부분의 부모가 직업을 가지고 있는 현대 산업사회에서 제대로 교사 역할을 할 부모다 얼마나 될까?
또 그것은 부모, 특히 엄마의 일방적인 희생을 전제로 하는 다소 위험한 발언이기도 하다
저자의 본뜻이 그것은 아니었다고 믿는다
아마도 학교 교육이 지나치게 암기식으로 흐르고 부모들은 학교에 자식을 전적으로 맡겨 버린 채 나 몰라라 하는 현실을 환기시키기 위해 강력한 발언을 한 것이라 믿고 싶다
아이들의 창의성을 발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다소 이상한 결론이 될 수 있겠지만, 어쩌면 모든 학생들이 전부 대학에 가야 하는 현 교육 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대학은 학문을 배우는 곳이다
즉 직업교육이나 실습 현장이 아니라는 얘기다
그렇다면 공부 이외의 재능을 가진 다른 모든 학생들도 꼭 대학에 가야 하는 건 아닐 것이다
공부할 학생들은 대학에 가고, 직업 현장에 뛰어들 학생들은 그에 맞는 교육을 시키는 게 효율적이지 않을까?
그렇다면 그 학생들은 굳이 현실에서 별 필요도 없는 복잡하고 어려운 과목을 배우는 대신, 보다 기초적이고 필수적인 지식을 배우는데 집중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여기에는 학벌 사회를 먼저 타파해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선행되어야 한다
대안 학교에 보다 많은 기회를 주라는 저자의 주장에 공감한다
일률적인 것은 반드시 부패하게 되있다
그래도 미국은 한국보다 훨씬 더 교육 시스템이 개방되어 있는 것 같다
저자는 홈 스쿨링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지지를 보낸다
언젠가 시장에 학교 교육을 맡기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다
자본주의에 공교육을 맡기라는 말이 너무나 도발적이긴 하지만, 어찌 보면 이 책과도 통하는 맥락이 있다
저자는 반복해서 학교가 권력화 되어 창의성을 해친다고 주장한다
공교육에 대항하여 건전한 사교육을 키워야 한다는 말을 역설한다
그렇다면 전적으로 의무교육에 맡기는 것 보다, 일정 정도는 시장에 교육을 개방시키는 것도 일리가 있지 않을까?
바우처 제도를 도입해 원하는 학교에 바우처를 지급함으로써 재정 문제를 해결하면 된다고 말한다
시장에 교육을 맡기라는 책에서는, 무조건 학교 신청만 하면 정부에서는 일정 부분 재정 지원을 해 주고 인가를 내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장에 맡기면 알아서 잘 돌아간다는 주장이 다소 과격하고 낭만적이긴 하지만, "교실의 고백" 에 나온 저자의 주장대로라면, 이미 공교육은 거대한 공룡이 되어 아이들의 미래를 잡아 먹고 있는 꼴이니 그 말도 일리있지 않을까?
저자는 학교가 학생의 개성을 죽인다고 비난했는데, 아마도 한국 고등학교에 와 보면 깜짝 놀라 기절할지도 모른다
창의력을 죽이는 것은 물론이고, 학생들의 가장 기본적인 표현의 욕구마저 억압하는 게 한국 고등학교의 현실이 아닌가
두발단속이나 교문지도 같은 말이 여전히 통용되고 있는 한국에서는, 여전히 갈 길이 먼 것 같다
누구나 자기 아이가 한 사람의 독립된 인격체로써 집단에 함몰되지 않고 특별한 존재로 대우받길 원할 것이다
저자는 이제 학교에만 아이를 맡겨서는 안 된다고 경고한다
부모가 할 일이 훨씬 많아진 셈이다
어떻게 해야 아이의 창의성을 살리면서 바람직한 미래를 구현시킬지는 진지하고 심각하게 고민해 봐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