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프로젝트 - 무엇이 인생의 차이를 만드는가
헬렌 피어슨 지음, 이영아 옮김 / 와이즈베리 / 2017년 5월
평점 :
절판


제목과 주제는 흥미로운데 내용은 출생 코호트 연구 과정이라 당황스럽다.

독자는 이해하기 쉬운 단순하고 명확한 결론을 원하는 반면, 저자는 이 연구의 어려움과 위대함을 비롯해 지난 70여 년 간의 긴 과정을 설명하는데 전 페이지를 할애한다.

원래 과학이란 간단 명료한 당위적 주장은 아니기 때문에 이해는 간다.

1일 1식, 이런 식의 주장이야 말로 사이비 과학의 특징이니 진정한 과학이라면 모호한 여러 증거들을 복잡하게 보여주는 수밖에 없을 듯 하다.

그렇지만 평범한 독자들을 위해 좀더 단순하고 알기 쉽게 주제를 요약해 줬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부제 <무엇이 인생의 차이를 만드는가> 의 답이 들어 있는 줄 알았다.

출생 코호트는 출생 당시부터 사망에 이르기까지 한 인간의 삶을 기록하면서 성공적인 삶을 만드는 결정적인 요인은 무엇인가를 연구하는 거대한 작업이다.

수십 년에 걸쳐 추적 관찰을 해야 하니 보통 어려운 일은 아닌 듯 하다.

더군다나 국가에서 어서 연구하라고 자금을 넉넉히 대주는 것도 아니고 책을 보면 그야말로 사명감을 가진 연구자들의 눈물나는 노력으로 연구가 이어져 오고 있다.

안타깝게도 시간이 갈수록 사회적 이동은 어려워지고 있다.

흔히 말하는 계급의 고착, 빈부격차의 확대가 강화되는 것이다.

어떤 가정에서 태어났는가가 그 사람의 사회적 계급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팩터가 됨을 연구에서 보여준다.

간단히 말해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면 계속 가난한 상태에 머물게 될 가능성이 매우 큰 것이다.

약간의 희망이 있다면 부모의 양육태도도 중요하기 때문에 한국처럼 교육열이 높은 사회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는 듯 하다.

거기에 학교의 교육 의지가 있다면 높은 계급으로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

출생 코호트의 결론이 복지제도 확대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렇지만 가난이 계급 고착의 결정적인 요소임은 분명하니 저소득층에 대한 지원, 특히 양육 부분에 대한 국가적 투자가 중요하긴 할 듯 하다.

사교육의 병폐만 듣고 사는 나라에서 노동계층 부모의 무관심이라는 주제는 생소한 느낌마저 든다.

이미 알고 있는 육아 상식, 이를테면 임신 중 흡연은 저체중 출생아를 낳게 하고, 엎드려 재우는 것은 영아 돌연사 위험이 있고 하루 한 시간 이상 밖에서 놀게 하는 것이 신체 발육에 중요하다 등이 막연한 주장이 아니라 출생 코호트라는 긴 시간의 대규모 연구를 통해 밝혀져 오늘날 의학 교과서에 실리게 됐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현대의학의 강점은 실험을 통해 입증할 수 있는 근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예라 생각된다.


<인상 깊은 구절>

287p

부모의 직업, 학력, 소득보다는 부모가 좋은 '학습 환경'을 조성해 주는 것이 아이의 지능과 사회성 발달에 더 중요한 역할을 했다. 밀레니엄 코호트는 '훌륭한' 가정교육의 범위를 더 넓히는 역할을 했다. 그 결과 대화하면서 아이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따뜻하게 반응해 주고, 규칙적인 식사 시간과 취침 시간을 정해 주고, 부모의 권위를 지키며 훈육하는 것이 아이의 미래를 더 밝게 만들어 준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체벌 같은 가혹은 훈육은 나쁜 결과를 낳았다) 아이를 잘 키우겠다는 의욕이 그 실행 방식만큼이나 중요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아이들을 격려하고 책을 읽어 주고 밖으로 데리고나가 시간을 함께 보내는 것이 좋은 학군으로 이사하는 것보다 결과적으로는 더 이득이 된다. ... 이미 부모들이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증명해 주었기 때문이다. 코호트 연구들이 대개 그렇다. 새로운 법칙을 만들어 내기보다는, 사람들이 이미 알고 있는 사실(아이들에게 책을 읽어 주고 대화를 나누어야 한다 등)을 뒷받침하는 증거를 제시해 준다. 과학적 근거를 아는 것만으로도 부모의 결심은 더 단단해질 수 있다. ... 대개 과학은 단순한 핵심 메시지를 알려주거나 어떤 결과를 보장해 주지는 않는다.

310p

영국의 출생 코호트들이 아직까지 무사히 존재하는 이유는 연구자들이 영국인답게 평정심을 잃지 않고 자신의 일을 계속해 왔기 때문이다.

359p

과학자들은 인내심이나 끈기와 같은 자질들이 성공의 결정적인 예측 변수이기 때문에 어린 나이부터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결국, 행복하고 건강하고 부유한 인생을 살려면 지적인 능력뿐만 아니라 사회적이고 정서적인 기술까지 기르고 닦아야 한다는 뜻이다. 직업에서 성공하고 삶의 난제들은 잘 해결하려면, 그저 머리가 좋기보다는 근면하고, 신뢰감을 주며, 임무를 완수할 수 있어야 한다.

362p

한 연구에서, 16살에 매일 신체 활동을 한 사람은 성인이 됐을 때 정신적으로 더 건강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예측 가능한 연관성이지만, 확실한 데이터가 더해지면 그 위력은 훨씬 강해진다. 지금 연구자들은 10대들이 언제, 얼마나 자주 남들과 교제하는지, 그리고 그것이 육체적, 정신적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조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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