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후기 법률문화 연구 AKS 인문총서 15
심재우 외 지음 / 한국학중앙연구원(한국정신문화연구원)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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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적인 책이라 나같은 평범한 독자가 재밌게 보기는 어려워 아쉽다.

나열된 여러 자료들을 모아 당시 시대상과 법률적 환경, 의의 등을 고찰하는 대중서로 나오면 좋겠다.

박지원의 형정론이 기억에 남는다.

책에 따르면, 연암 박지원은 요즘에 알려진 분위기와는 달리. 주자학을 비판한 노장 철학자나 양명학자가 아니라 인간의 교화를 추구한 주자학자였다.

이는 정약용 역시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현대의 관점으로 당대를 보는 오류라는 생각이 든다.

그는 보수적인 주자학자들에게 개방을 요구하고 염치를 지키라고 주장했다.

이름을 중시함으로써, 즉 평판에 신경쓰는 문화를 만들어 악한 일을 막고 선한 일을 하도록 유도하자는 것이다.

인간의 명예욕을 꿰뚫어 보는 주장이라 신선했다.

허생전을 통해 인간의 욕망과 이기심을 긍정하면서도 적절한 도덕적 제재를 통해 자율적 도덕공동체를 추구한다.

인간의 선한 본성을 믿고 형벌보다는 예교로써 나라를 다스렸다는 조선이, 서구에 비해 인권이나 자연법이 발달하지 못하고 촌락에서의 폭력이 일상화 되고 특히 여성이 극단적으로 억압됐던 것을 보면 인간의 기본적인 속성인 욕망 내지는 이기심을 부정하는 근본주의적 태도가 현실에서는 나쁜 결과를 초래했다.

이를 보면 명예욕을 긍정하고 악행을 막기 위해 허용 가능한 선에서 좀더 강한 수단을 강구하자는 주장이 현실적으로 들린다.

그런 그도 시대적 한계를 넘어서지 못했는지, 음란한 짓을 한 여동생을 물에 빠뜨려 죽인 오빠를 인간적 관점에서 감형하자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슬람 사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명예살인이 아닌가.

여동생을 죽일 때 오빠가 얼마나 마음이 아팠겠는지를 감형의 근거로 삼자는 것이다.

자신의 명예를 실추시킨 노파를 칼로 열 여덟 군데나 찔러 죽인 여성을 의인으로 칭송해 방면한 정조의 판결도 확실히 오늘날과는 조선이 매우 다른 사회였음을 보여준다.


<인상 깊은 구절>

20p

범죄는 당대 사회적 관념에서 용납할 수 없는 사회적 일탈행위를 말하며, 국가에 의한 처벌이 필수적으로 동반된다.

33p

<심리록> 수록 사건들에서 자신이 선별한 살인사건 사례를 통해 촌락사회에서의 폭력 문제, 소문의 기능, 아전의 부패상, 술과 범죄의 연관성, 법에서의 여성 문제 등 법과 사회의 제 양상을 검토했다.

36p

조선의 재판제도는 법률이 정한 기관, 법률의 규정, 법률이 정한 절차가 아니고서는 어떠한 인신에 대한 구속도 불법인 근대의 재판제도와는 거리가 먼 것이었고 따라서 재판과 형법체계는 본질적으로 중세적 성격을 벗어나지 못했다고 평가한 것에서 볼 수 있듯이, 김선셩은 기본적으로 조선시대 재판을 인민이 항거할 수 없는 법적 강제력으로 파악하고 있다.

44p

분석 결과 그는 당시 여성의 성,정절이 가부장제를 중핵으로 한 사회적 관계망에 의해 전유되었고, 이 관계망의 감시와 처벌이 살인까지도 불러 일으킬 정도로 여성의 일상생활 전체가 국가, 사회, 가족 등에 감시받았다고 주장했다. ... 인명사건에서 가족, 친족 간의 갈등과 배우자 살인이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했는데, 특히 가족 내 여성이 범죄 희생자로 등장하는 사례에 주목함으로써 여성의 위상과 열악한 가족 내 지위를 파악하고자 한 연구가 하나둘씩 나오고 있다. ... 이들 연구는 조선후기 가부장 질서의 강화 속에서 폭력에 노출된 가족 내 여성의 취약한 지위, 법률과 판결에서의 불평등 문제를 사례 분석을 통해 살펴보고 있다. ... 그는 검안이 실린 사건의 원인을 유형화하여 당시의 사회상을 광범위한 폭력, 취약한 여성의 지위, 윤상과 소문, 이권으로 인한 갈등, 새로운 문제들이라는 범주로 나누어 각각의 사례를 살펴보면서 당시의 사회구조에 대한 인상으로 사적인 폭력의 광범위한 유포를 꼽았다. 그리고 음주로 인한 적지 않은 사고의 발생, 취약한 여성의 지위 문제도 사건에서 드러나는 당시 사회상의 중요한 특징이라고 주장했다. ... 이들은 가족간 갈등의 핵심은 부부 관계이며 또한 부부 간 폭력 발생의 핵심적인 원인이 남편의 아내에 대한 성적 독점욕인데, 이것이 배우자 살해를 초래하는 원인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105p

자백을 받아내기 위해 신장, 압슬, 낙형 등이 형신 과정에서 사용되었다. 물론 요즈음의 시각으로 보면 이는 강압적이고 불법적이며 고문행위에 가깝다고 할 수 있으나, 당시에는 합법적으로 간주되었다. ... 1646년의 강빈 사건처럼 자복하지 않더라도 억지로 결안과 조율을 거쳐 처형하는 일도 종종 있었다. 사실 이러한 사건은 대부분 강제로 죄명을 뒤집어씌우는 경우라 할 수 있다. 물론 대부분의 추국이 형신 아래에서 이루어졌기 때문에 자복했다고 해서 모두 죄를 인정했다고는 볼 수 없지만 자복하지 않더라도 결안을 행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심지어는 자복하지 않는 혐의자를 먼저 처형하고 후에 결안을 작성하는 사례조차 있었다.

117p

박지원은 부끄럽지 않으려는 인간의 욕망에 기댄다면 질서 유지가 가능하다고 보았다. 일종의 명예욕을 활용하여 선한 행위를 장려하고 악행을 못하게 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형별과 포상의 정치는 결국 한계가 있는 방법이요, 명예를 장려하는 정치는 어디서든 제한이 없다." ... 그는 스스로 명예를 알고 욕망을 추스를 줄 아는 자율적 도덕성을 기대했다. 이른바 주자학이 기대하는 '자율적 도덕공동체'의 기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연암의 이러한 주장은 개인의 욕망(이기심)을 긍정적으로 보면서도 공감에 기초하여 개인의 이익 추구에 도덕적 제재를 가함으로써 사회 질서를 유지해야 한다는 아담 스미스의 사고를 떠올리게 한다.

144p

주자학자들 역시 식색을 인간의 기본적인 욕망으로 인정하고 있었지만 만일 삶의 욕망과 의리가 마찰을 일으키고 생리를 의리에 앞세우기 시작한다면, 주자학의 도덕정치는 근저에서 붕괴할 것이 명백했다.

167p

<은애전>은 복수 행위가 법적으로 허용되었던 당시의 사회적 인식을 잘 보여준다. 우리의 관점으로 볼 때 김은애의 복수 살인은 사실 지나치게 잔인하다고 말할 수 있다. 그녀의 행위는 노파를 난자해 온통 피범벅이 될 정도로 폭력적이고 광기어린 것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은 과도한 것이기는커녕 조사관들의 감탄과 공감을 자아낼 만한 정당한 행위로 미화된다. 반면 피살자인 안 여인은 창기 출신인데다 천성이 '간사하고 거짓말을 잘하는' 성격으로 감히 양가집 여자를 무고했으니, 정조의 표현대로 "정말 살을 발라 죽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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