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과학은 어렵습니다만 - 털보 과학관장이 들려주는 세상물정의 과학 저도 어렵습니다만 1
이정모 지음 / 바틀비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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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를 네이버 오디어 클립의 초대 손님 코너에서 처음 접했다.

과학자 탐구가 주제였는데 저자는 다윈의 일생에 대해 화려한 말솜씨로 나를 사로잡아 마침 신간이 나왔길래 도서관에 신청해서 읽게 됐다.

시의성 있는 정치 얘기들이 많은 걸 보니 아마도 어디 칼럼 등에 연재했던 글 모음인 것 같다.

글솜씨 보다는 말솜씨가 더 낫고 객관적인 평가가 아직 어려운 동시대의 정치 얘기는 책보다는 인터넷 게시판이 훨씬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뭐든지 자기가 이야기할 수 있는 전문성을 가진 분야에 대해서만 언급하는 게 안전한 듯 하다.

특히 사회 현상을 비판하는 글을 쓸 때는 견강부회를 매우 조심해야 하는데 이렇게 신중한 칼럼니스트를 본 적이 많지는 않다.

그 외는 재밌게 읽었다.

맨 첫 부분에서 지구의 나이가 6천 년이냐, 46억 년이냐에 관한 창조과학 발언이 장관 청문회에서 나왔다는 사실에 대한 비판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미국처럼 창조과학이라는 사이비 이론이 대세는 아닌 모양이다.

저자의 말 중 가장 공감했던 것은 과학은 단순한 지식이 아니라 생각하는 방법이고 삶의 태도라는 사실이다.

제일 답답할 때가 양의학, 한의학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특히 신토불이 등과 연관해 민족의학 운운할 때다.

차라리 현대의학과 전통의학이라고 하면 이해를 하겠다.

의학에 동서양 구분이 어딨겠는가.

의학은 그냥 천문학, 물리학, 생화학처럼 학문일 뿐이다.

나도 과학이 매우 어렵다.

저자는 과학관장인데, 단지 보여주는 전시에 그칠 게 아니라 관람객을 교육하고 직접 과학 실험에 참여하는 기관이 되야 한다고 역설한다.

매우 고차원적인 목표라 많은 인력과 노력이 필요하겠으나 궁극적으로 이런 과학 교육이 과학적인 삶, 과학적인 사회가 될 수 있는 길이라는 생각이 든다.

다른 말로 하면 음모론에 휘둘리지 않고 "합리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 사회 말이다.

중력파, 태양계와 비슷한 외계 행성 발견, 새로운 원소 이야기 등 잘 몰랐던 흥미로운 이슈들이 많았다.

당장 네이쳐 같은 과학 잡지부터 보고 싶다.

얼마 전에 읽은 <발트해>라는 책 역시 해양 잡지의 특별판이었다.

쉬운 것부터 접근해 봐야겠다.


<인상깊은 구절>

171p

"과학자에게는 자유로운 과학 연구를 위해서 정치적으로 적극 나설 의무가 있습니다. ... 과학자는 어렵게 얻은 정치적, 경제적 신념을 똑똑히 밝힐 용기가 있어야 합니다."

아인슈타인이 에이브러햄 링컨 탄생 130주년에 한 말이다.

187p

동물의 왕국에는 우두머리에 대한 충성심이나 애틋함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만약 그렇다면 그 집단은 다음 세대로 이어지지 못할 것이다. 동물의 왕국은 배신의 연속으로 이어진다.자연에 평화로운 죽음이란 없다. 그것이 바로 자연사다. ... 인간사는 기본적으로 계약과 신뢰로 이루어져 있다. ... 동물의 왕국에서는 오직 서열 1위만이 행복하다. 인간 사회가 동물의 왕국과 다른 것은 서로 존중하고 공정한 규칙 안에서 경쟁하고 협력하기 때문이다.

238p

"기존 교과서에는 우주론이 없다. 역사적인 맥락, 인문학적인 배경이 없는 채 그저 별까지의 거리나 별의 밝기를 측정하고, 느닷없이 별자리도 배운다. 별자리는 서양 신화를 그려 넣은 것으로 과학적으로 아무런 의미가 없는 지식이다. 황도 12궁도 마찬가지다."

... 그는 초등학생들에게 별자리를 아주 재밌게 설명하였다. 정말로 뛰어난 능력을 보여주었다. 문제는 거기에는 별자리에 얽힌 동서양의 신화만 있고 과학이 없었다는 것이다. ... 지구의 잔전과 공전 그리고 세차운동과 우주의 좌표가 빠진 별자리 이야기는 그냥 신화다. 신화만 이야기하면서 과학으로 아이들을 이끌었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아르키메데스의 유레카 일화만 얘기하고서 부력을 설명했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 과학의 대중화란 어렵다는 이유로 본질적인 것을 빼고 주변 일화를 설명하는 게 아니다. 본질에 접근하는 수준에 문화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과학의 대중화다.

262p

자기는 과학이 어려워서 일찌감치 포기했으면서 왜 아이들에게만 과학이 신나고 재미난 것이라고 거짓말을 하는가. 다 어렵다. 역사도 어렵고 (아니다, 역사는 재밌다. 다른 모든 학문보다 훨씬 접근도가 높고 스토리텔링이 강해 쉽게 즐길 수 있다. 그래서 이른바 재야사학자도 넘쳐나는 것이다) 영어도 어렵고, 지리도 어렵다. 그리고 과학은 더더욱 어렵다. ... 과학은 쉬운 게 아니다. 쉬워서 하는 게 아니라 어렵지만 그 어려움을 극복하고 깨달을 때 그리고 뭔가 새로운 것을 알아내고 만들었을 때 재미가 있기 때문에 하는 것이다. ... 과학을 쉽고 재밌게만 가르치려다 보면 우리는 핵심을 빼놓고 과학자 주변의 일화만을 들려주게 된다. 과학관에서 이뤄지는 교육은 어렵더라고 과학의 본질에 도전해야 한다. ... 건물 건축비 예산을 확보하는 일은 의외로 쉽다. 전시물과 장비를 사는 것도 그다지 어렵지는 않다. 그런데 전문가를 고용하는 데는 아주 인색하다. 심지어 인건비는 곧 혈세 낭비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한국 풍토가 무형의 지적 가치에 대한 평가가 특히 인색한 듯 하다. 전문가의 의견을 돈을 많이 지불하고 듣는다는 것이 대해 저항감이 큰 것 같다)

283p

이제는 완전히 다른 시대다. 부모의 지난 인생 경험이 자식에게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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