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차이나반도 남행 - 중국.미얀마.싱가포르.말레이시아.태국.캄보디아.라오스.베트남.중국 전운성 교수의 세계농업문명 기행답사 3
전운성 지음 / 이지출판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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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수의 기행문이라 여행기 외에도 동남아 여러 국가들의 기본적인 배경지식이 많이 나올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너무 간략해 약간 실망스럽다.

기행문은 궁극적으로 에세이 수준의 문장력이 있어야 읽을 만 한데, 이 정도가 되려면 하루키의 <먼 북소리> 수준은 되야 하니 전문 작가가 아니면 도달하기 어려운 목표이고, 그렇다면 배경지식 전달에 좀더 노력을 해야 읽을 만한 기행문이 나오는 것 같다.

단지 자기 여행 루트만 기록한다면 너무나 평범한 책이 되버린다.

정수일씨의 <문명의 보고 라틴 아메리카를 가다>도 그랬고, 손호철 교수의 <레드 로드>도 그렇고 이 책 역시 비슷한 맥락이다.

<박한제 교수의 중국역사기행>은 전공자로서의 식견과 중국 곳곳에 대한 애정이 글에 녹아 있어 위진남북조 시대에 흥미를 갖게 되는 계기가 됐다.

동남아시아에 대해서 잘 몰라 기행문을 택했는데 앞으로는 가능하면 이런 기행문 보다는 좀 쉽게 쓰여진 학술서를 읽는 게 나을 것 같다.

밤잠도 못 자고 읽고 있는데 아까운 내 시간... 

앞쪽 미얀마나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태국 부분은 주마간산 식의 기행문이라 아쉬웠는데 저자가 오래 일했던 캄보디아, 라오스, 베트남 편은 상대적으로 유익했다.

강원대가 동남아 국가들과 이런 농업 교류를 맺고 있는지 몰랐다.

공산주의의 이상이란 허망한 것인가 싶은 생각도 든다.

공산주의 정권 후 집단농장 체제로 바뀌면서 생산량이 현저히 떨어졌고 개방 후 다시 세계 2위 쌀 생산국이 됐다는 베트남의 사례를 봐도 그렇다.

저자는 직접 동남아의 농업 현장에서 일한 경험이 있어서인지 이른바 좌파 지식인들의 현학적 명분론과는 매우 다르게 실제적인 문제점을 지적하고 비판하고 있어 신선했다.


<인상깊은 구절>

133p

미국 고위층을 만난 북한정권에 대한 공개된 이광요의 논평을 보면, 북한 집권자들은 정신병자 같은 집단이다. 중국은 이러한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기를 원할지 모르나, 일본이 핵무장을 한다고 해도 한중 국경에 미군이 나타나는 것보다는 핵무장한 북한을 더 선호할 것으로 보았다. "나는 종교적 가치를 크게 신봉하는 사람은 아니다. 나는 기도가 사람을 치유한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다만, 기도는 사람을 안심시킬 수는 있다. 그리고 신을 믿는 사람들은 위기가 닥칠 때 엄청난 힘을 발휘한다고 생각한다."  ... 한국인의 격정적인 행태를 언급했다. "한국인은 무서운 사람들이다. 잘 조직되고 훈련된 조동자들과 학생들이 거리에서 경찰관과 싸우는 모습은 전투 장면 같다. 그들은 타협할 줄 모르는 맹렬한 성격이고, 권위에 도전할 때는 폭력적이고 정력적이다. 그러면서 한국인들은 역동적이고 부지런하며, 의지가 강하고, 유능한 국민들이다. 그들의 경쟁문화는 그들을 성취지향적으로 만든다" 그는 한국경제 발전의 성공 요인을 박정희 대통령이 여론과 언론을 무시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왜냐하면, 어떤 국가의 지도자들은 자신의 관심과 정력을 언론과 여론의 호의적인 평가를 받는 데 소모한다. 그런데 대통령은 이러한 여론을 무시하고 자신의 정력을 오직 일하는 데만 집중시키고 평가는 역사의 심판에 맡긴 자세가 아니었다면, 오늘 우리가 보는 이런 대한민국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 남한의 인구는 북의 두 배이고, 훨씬 부자이며 미국의 좋은 무기들을 얻을 수 있는데, 북한의 군사력에 압도된 듯한 북한에 대한 두려움으로 차 있는 것에 이상하다고 느꼈다. ... 아무리 중국과 소련이 개방과 개혁을 취한다고 해도, 지나친 낙관론자들의 견해에 동의할 수 없다. 개혁과 개방 운운해도 동서관의 화해는 기본적으로 제약이 있다. 공산당의 본질은 200~300명의 무고한 시민을 무참히 몰살시키는 항공기 폭파 등을 서슴지 않는 야만정권이다. 이 점만 유념한다면 남북한 교류는 한국에 많은 이점이 따를 것이다. 

기업가들이 많이 나와서 투자해 성공하여 정당하게 돈을 벌었다고 내세울 수 있는 사회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요즘 우리나라에서는 엄청난 경쟁을 뚫고 성공한 기업인에게도 부정한 눈초리를 보낸다. 이는 기업들의 투자의욕을 상실시키기 마련이다. 그래서 나온 경제민주화라는 이름으로 각종 규제를 양산하고 기업의 체력을 약화시키는 것이야말로 오히려 경제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등 사실상 실패한 정책이라는 분석도 있다. ... 대학 랭킹은 바로 얼마나 재원을 확보하는가에 달려 있음을 다시금 확인시켜 주는 대목이다. 우수한 교수와 학생들을 유치하기 위한 자금이라든가, 그리고 유치한 인재들을 위한 연구나 학생들의 면학을 독려하기 위한 엄청난 예산 등이 마련되지 않으면 좋은 대학의 명성을 얻는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196p

당시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았던 때여서, 국제사회 분위기는 침략전쟁을 일으킨 북한에 상당히 적대적이었다. 그런 까닭에 전투부대 파병 16개국, 의료지원부대 파병 5개국, 그 외에도 많은 물자지원국 등 당시 전세계 국가의 3/4에 해당되는 67개국이 우리를 돕기 위해 나섰던 것이다. ... 그때의 참전이 오늘날의 눈부신 경제발전에 기여했다는 것을 생각하면 기쁜 일이다. 그리고 태국은 베트남전쟁에도 참전했으나 공산화된 베트남에 비하면 한국은 정말로 대단한 민족이다. 

218p

빛과 공기는 사람이 만들어 낼 수 없다. 물은 사람에 의해 이용조절이 가능하다. 그런데 식량은 사람이 기존의 빛과 공기 그리고 물을 합성하여 만들어 낼 수 있다. 문제는 식량을 생산하는 데는 사람의 두뇌 활동을 필요로 한다. 즉 과학을 바타응로 하는 농업기술의 지본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 특히 식량 확보는 인류 문명의 발전은 물론 사람들의 인성을 높이는 데 매우 중요한 전제조건이었다. 인도의 간디는 "빵이 있어야 신도 보인다"라는 말을 남겼다. 그러나 이러한 현대 농업 기술의 발달에도 불구하고 개도국을 중심으로 하는 식량난은 우리 인류가 나누어 가져야 할 과제이다.

230p

내가 이 곳에서 일할 때, 나의 상대 파트너였던 정부의 국장은 자신의 봉급만큼이나 월급을 주어야 하는 두 명의 가정부를 두고 있었다. 이는 개도국에서 이해가 되지 않는 많은 일 중의 하나이다.

242p

그래도 누군가 가난하지만 생활 만족도가 높은 곳은 선진국이 아니라 빈국에 있다는 주장을 하는 모양이다. 이는 수도승이나 일부 사람의 경우는 그럴지 몰라도 당치도 않는 미사여구를 늘어 놓은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는 기본적인 생활만 충족되면 행복은 소득과 비례하지 않는다는 이스털린의 역설이 틀리다는 것을 현지 방문을 통하여 수없이 보았기 때문이다. 그들도 삶의 질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가난으로부터 벗어나려고 몸부림치고 있었다. 그런데 얼마 전 미국 펜실베니아대 워튼 스쿨의 경제학 교수인 벳시 스티븐슨과 저스튼 울퍼스는 돈 많은 나라 국민들이 더 행복하고, 그 중에서도 돈을 많이 버는 사람일수록 더 행복하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한 일이 있는데, 이는 전적으로 나의 생각과 다르지 않았다.

251p

라오스에 머물고 있을 때, 캄보디아의 킬링필드와 같은 무수한 사람들이 희생되었다는 이야기가 회자되고 있었다. 다만, 캄보디아는 공산 정권이 민주 정권으로 바뀌면서 과거 정부에서 행한 사건 등이 파헤쳐져 그 내용이 낱낱이 공개되어 악랄한 죄상이 세상에 알려졌다. 그러나 라오스의 경우 계속적인 좌익 정부의 집권으로 그러한 사실이 철저히 밝혀지지 않아 실상을 알기 어렵다는 이야기였다.

291p

지구상에는 북한의 김일성과 김정일, 러시아의 레닌과 스탈린 그리고 중국의 모택동 등이 이와 같이 주기적인 방부 처리를 통해 시신을 영구 보존하면서, 이들이 추구했던 생전의 이념을 주입시키고 있다. 꼭 이렇게 해야만 인민의 존경을 받는지는 모르겠다.

333p

중국은 변경 지역에서의 공세적이고 자신만만한 개방적 자세를 취하고 있음을 알았다. 그러니 상대적으로 중국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 나라는 방어적으로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것도 깨달았다. 이는 '일대일로'라는 평화와 공동 번영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는 있지만 내심 국가 이익을 우선시하는 공세적인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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