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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행사의 길을 가다 - 압록강 넘은 조선 사신, 역사의 풍경을 그리다 ㅣ 이상의 도서관 51
서인범 지음 / 한길사 / 2014년 10월
평점 :
570여 페이지에 달하는 분량이라 부담스러웠는데 본격적인 학술서라기 보다는 일종의 역사기행문이라 부담없이 쉽게 읽힌다.
다만 너무 상세하게 사신로를 탐방하는 바람에 다소 지루하다.
또 유명한 지역들이 아니라 정확히 어디를 지칭하는지 금방 와 닿지가 않는다.
지명을 한자어로 표시하고 있어 구글 지도에서 찾기도 힘들었다.
직접 가보지 못하고 글자로만 상상하는 독자를 위해 좀더 소상히 주변 지역을 설명해 주면 이해하기가 더 쉬웠을 것 같다.
그럼에도 꼼꼼한 기행문을 당시 역사와 어우러져 흥미롭게 읽었다.
연행로라고 하면 단순히 중국에 사신을 보냈다는 정도로만 알고 있었는데 자세히 살펴보면 얼마나 지난하고 힘든 일이었는지를 저자가 세심하게 그려낸다.
몇 달에 걸치는 긴 여정의 힘든 것이야 말할 것도 없고, 동등한 국가가 아닌 부모의 나라로 떠받드는 이른바 상국으로 가는 지라 끊임없는 뇌물 요구에 시달렸다.
사신은 공식적인 사절들이니 가는 길에 적어도 숙소 정도는 마련되어 있는 줄 알았는데, 잠자리는 커녕 비적들의 습격까지 감당하면서 스스로를 보호해야 하고 지역을 통과할 때마다 관리들에게 뇌물을 바쳐야 했다.
중국의 사신들도 조선에 올 때 이렇게 힘들었을까?
오히려 그들이 한 번 조선에 오면 엄청난 뇌물을 바치느라 허리가 휜다고 들었다.
조선은 왜 이렇게도 열심히 명나라를 섬겼을까.
성리학적인 사고방식으로는 사대가 단순히 오늘날의 외교 차원이 아니었을 듯 하다.
오늘날의 대등한 국제적 외교관계로 조선시대를 읽어서는 안 될 것 같다.
여진족에게 사행로가 점령당하자 바닷길을 따라 조공을 하고 처음 가는 행로라 배가 난파되어 사신들이 죽는 참변까지 벌어진다.
망해가는 나라에 조공을 바치기 위해 죽음을 무릅쓰고 험한 해로를 헤쳐 나가던 당시 조선 위정자들의 모습이 후손의 눈으로 보면 안타깝다.
저자가 직접 찍은 사진들인 듯 한데, 비교적 화질이 선명해서 보기가 좋다.
<인상깊은 구절>
469p
이처럼 많은 애로사항 중에서도 사신을 가장 피로하게 했던 건 일을 시작하는 단계에서부터 일이 끝나는 단계에 이르기까지 끝없이 인정물품을 요구하는 중국의 관료, 환관, 서리들이었다. 적은 외교비용을 가지고 압록강을 건넌 사신의 주머니는 점차 줄어들었다. 북경에 도달했을 때 그 행낭은 거의 텅 빈 상태였다. 물론 북경에서의 본격적인 외교전을 앞두고 사신을 괴롭게 한 것이 비단 부족한 비용뿐만은 아니었다. 부주의한 언사 한마디도 외교활동을 수포로 만들어 버릴 수 있었다. 이처럼 엄중한 상황 속에서도 우리나라 선조들은 오로지 왕명을 완수하려 고군분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