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나로부터 벗어나는 법 - 행복한 삶을 위한 10가지 길
바바라 버거 지음, 강주헌 옮김 / 나무생각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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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나? 어 난 불안하지 않은데...    

그렇지만, 책 표지의 영어로 된 질문 "Are you happy now?" 여기서 난 멈칫 했다.  불안한 자기 자신을 느끼기에는 이미 많은 나이를 먹었고, 살면서 이젠 어느 정도 나 자신에 대해 둔감해 지는 것을 배워왔다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지금 굉장히.. 엄청나게 삶에 대해 만족하거나 행복한 건 아니니까, 무언가 보다 행복한 삶을 사는 법을 가르쳐 주겠지.. 이러면서 책을 읽기 시작했다. 

개인적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평탄한 삶을 살았던 사람 보다는 고통 속에서 스스로의 힘으로 일어난 사람을 더 신뢰하는 편이기에.. (내가 하지 못하는 것을 해 내는 사람의 이야기를 엿보는 것도 때로는 큰 위로가 되는 법이다. ) 책 내지에 소개된 저자의 평탄치 않았을 삶과 그 삶을 어떻게 바로 세웠는지에 대한 궁금증도 책을 내가 계속 읽게 만든 원동력이 되긴 했다.  고등학생 시절에 베트남 전 반대하다 정치적 망명자가 되어 유럽에 정착.. 살다가  돈 없이 세상에 버려진 세 아이를 가진 이혼녀에서 세계적 베스트셀러 저자가 된 사람..그 실제의 경험담에서 빚어진 삶의 지혜를 담은 책?? 이쯤되면 자연스럽게 책에 손이 가게 된다.

 이 책의 장점은 일단 읽기 쉽다. 책에서 전하는 메시지 자체도 어렵지 않지만, 그걸 전하는 방식도 이웃집 언니가 이야기 하듯 편안하면서도 솔직하다. 저자는 삶에 대한, 인생에 대한, 관계에 대한 달콤한 위안이나 가치, 당위 보다는 직접 본질 문제를 거론한다.

삶이, 환경이 힘들다고 느낀다면. 지금 행복하지 않다고 느낀다면 애써서 그 감정을 부인하려고 할 게 아니라, 그냥 현실 그자체를 먼저 받아들이라고 말한다. 불행하다/ 행복하다/ 좋다/ 싫다/ 옳다/그르다 이런 판단을 내려 놓고 먼저 주어진 현실을 현실 그 자체로 인정할 때 우리는 한 발 나갈 수 있다고 한다.  

예를 들자면, 실직을 했다. 그래서 난 우울하다. 인생의 실패자 같다.. 보통 사람은 이런 식으로 생각한다. 그런데, 저자는 우리에게 묻는다.  실직한 사람이라고 인생의 실패자일까?? 실직을 인생의 실패라고 규정하고 있는 사람은 누구인가? 그 판단은 진실한가? 똑같이 실직한 사람이라도 어떤 사람은 행복하고 어떤 사람은 불행하다. 또 아픈 사람이라도 어떤 사람은 불행하고 어떤 사람은 불행하다. 결국 문제가 되는 것은 현실을 받아들이는 방식이다.

다른 무엇보다.. 사람을 힘들게 하는 것은 주변 환경이나 타인과의 관계가 아니라, 바록 그것을 어떻게 느끼고 받아들이는가에 달려 있다. 그러니 일단 수없이 꼬리를 물고 일어나는 생각과 판단을 멈추는 연습을 하라. 

생각 너머에, 판단 너머에 존재가 있고, 존재는 늘 행복하다..   

그러니 다만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라.. 온전하게 자신을 느끼라. 삶을 느끼고 음미하라. 우리는 과거에 대한 집착이나 미래에 벌어질 일에 대한 기대나 걱정 때문에, 혹은 타인에 대한 염려와 기대 때문에 바로 지금 이 순간을 놓치면서 살아가는 존재들인지도 모른다. 그러니.. 모든 염려, 기대, 걱정을 내려 놓고 지금 이순간, 불어오는 바람과 햇살을 마음껏 바라본다면 행복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책을 읽으면서 무엇보다 공감가는 점은 우리 각각은 자신의 삶에 대해서만 책임질 뿐이라는 대목이다. 그러니, 다른 누군가의 기대나 행복을 위해 우리 자신을 놓치는 것보다는 자신에게 충실한 게 낫다. 상대방이 설혹 나로 인해 힘들어 하거나 불행해졌다고 하더라도 그건 그 사람이 감당해야 할 몫일 뿐, 내가 그것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니, 어떤 시에서 나의 한 치 피부 아래 슬픔은 너는 알지못한다고 했던 게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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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 - 장영희 에세이
장영희 지음, 정일 그림 / 샘터사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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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아침 뉴스에서 장영희 교수가 암으로 별세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예전에 [문학의 숲을 거닐다]란 책을 읽은 적이 있어서.. 그녀는 나에게도 낯선 한 사람의 수필가가 아니라, 왠지 언제든 찾아가 두런두런 이야기를 해도 될 거 같은 지인의 느낌으로 남아 있었다. (물론, 나 혼자만의 느낌이지만...)    

적극적인 독자 가운데 일부는 편지를 쓰거나, 직접 찾아가거나 해서 자신이 좋아하는 작가와 실제의 인간적인 만남을 이뤄가는 사람들도 있지만,  원체 게으르고 소극적인 나는 그저 좋아하는 작가의 책을 읽으면서 그 작가의 일상을 상상하고 공감하는 걸로 충분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장영희 교수의 글을 읽으면서, 내가 그녀의 제자였었으면, 그래서 인생의 고비 때마다, 이런 저런 넋두리를 늘어놓을 수 있었더라면, 아니, 최소한 가까이에서 하루 하루 열심히 사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면 좋았을텐데 하는 맘이 들었다. 그만큼 그녀의 글에서 보이는 그녀의 이미지는 따뜻하면서도 강인하게 느껴졌었다.  

거의 7년 가까이 암과 싸우면서 몸도 마음도 다 힘들었을텐데, 여전히 세상을 바라보는 그녀의 시선에는 따뜻함과 아름다움이 배어 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물론 그녀도 일이 마구 꼬이거나, 사람에게서 상처받거나, 삶이 서툴다고 느껴지는 순간들이 있는 모양이다.  

그런데, 말 그대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다시 일어서곤 한다. 다시 희망을 품고 다시 따뜻한 눈으로 삶과  사람 앞에 당당히 서는 그녀의 모습이 아름답다. 물처럼, 공기처럼 늘 함께 하고 있기에  쉽게 간과되어 버리는 바로 지금 이순간, 내가 누리고 있는 많은 것들의 소중함과 아름다움을 호들갑스럽지 않게 재발견하게 해 준다.  

읽는 사람을 편안하게 이끌어주는 글.. 그런 글은 결코 쉽게 쓰여지지 않는다. 아름답고 편안해 보이는 그녀의 삶이 결코 쉽게 이루어진 것이 아닌 것처럼.   

어딘가에 있을 그녀의 책들을 다시 꺼내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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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눈 뜨면 세수하고 밥 찾아 먹고 서둘러 출근해서 미친 듯이 일한다.. 그러다 보면 점심 시간이고 그 때 인터넷 서핑을 하다, 책 몇 장 넘기다 보면 다시 환자들이 몰려드는 시간... 다시 기계처럼 일하다 보면 하루 해가 저문다. 이렇게 살아온 지가.. 참 오래 되었다.  

아무 생각 없이 산다. 장기하의 노래 중에 [별 일 없이 산다]는 게 있었다. 처음 들을 때 참 신선한 충격이었다. 현재의 내 모습이 그들의 노래와 겹쳐 보였으니까.  그런데, 88세대, 현재의 기성 세대에 편입되지 못한 경계역의 젊은이의 방황과 슬픔과 소외를 노래한다는 평을 받는 장기하의 노래들이 기성 세대에 완전 편입된 (?) 40대에 막 접어드는 나의 정서와 같음을 느끼는 게 정상적인 걸까?? 

난 예전에 한 사십이 되면 인생에서 어려운 일은 없을 줄 알았다. 삶에 어느 정도 익숙해져서 모든 게 다 술술 풀릴 줄 알았다. 어떤 면에서는 인생의 절정을 지나 원숙미를 풍기게 될 줄 알았는데, 막상 그 나이가 되어 보니.. 여전히  서툴고 모든 게 어렵다.  

서툰 것에 대해, 어려운 것에 대해 둔감해지는 법은 배웠다. 그래서 남들 앞에서 티 나지는 않는데, 혼자 고요히 있다보면, 스스로 나는 무얼하면서 사는 건지, 난 왜 이런 모습인지 의아할 때가 있다. 말로는 혼자 조용히 책 보는 걸 좋아한다고 말하면서도 때로는 내가 진짜 책 읽는 것을 좋아해서 책을 읽는지 진짜 나 자신의 내면과 대면하는 걸 두려워하기 때문에 책을 읽는 건지 헷갈릴 때가 있다.  

조용히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자신의 마음의 갈피들을 따라 떠오르는 생각들과 느낌에 귀를 기울여 보았을 때, 너무도 보잘 것 없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까 두려워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진짜 나자신과 대면할 용기가 없기에, 가급적 다른 많은 일들을 만들고 꾸민다.  

책을 읽거나 인터넷 서핑을 하거나 텔레비젼을 보거나, 뜨게질을 하면서.. 스스로 자신이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사실은 중요한 일이 아니라, 무의미하게 시간을 보내지 않는다는 스스로의 위안을 만드는 건 아닌지?? 

요즈음 내가 읽는 자기 계발 서적들은 하나같이 자신이 진짜 원하는 그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느끼라고 한다. 세상 사람들은 모두 자신만의 문제에 골몰해 있기에 다른 사람의 내면의 진심을 알아차릴 만큼 타인에게 깊은 애정과 관심이 없고 그러므로 그 사람 자신이 자신에 대해 느끼는 그 판단 그대로를 대부분 수용한다고 한다. 맞는 말이다. 그래서 우리는 누구나 밝은 사람, 자신감 있어 보이는 사람, 따뜻하고 여유 있는 사람 (실제의 그의 모습이 그런지 아닌지는 별로 관심이 없다. 다만, 우리가 접하는 동안 그렇게 보이기만 하면 된다 )을 선호하게 된다고 한다.  또 생각의 힘이란 게 너무 절대적이여서 우리 누구도 자신의 생각 이상의 사람이 될 수는 없다고 한다. 구구절절 맞는 소리다.  

그런데, 진짜 중요한 문제는 자신이 정말 원하는 게 무엇인지 알 만큼 자신에 대해 알지 못한다는 게 아닐까?? 다른 사람들은 어떨지 몰라도 난 그렇다. 하루 하루 문제 없이 살고는 있는데, 물론 더 나은 모습의 사람으로 발전하면서 살고도 싶은데, 어디로 향해야 할지,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할지 여전히 알지 못한다고 느낀다.   

그래서 삶은 여전히 막막하고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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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질녘 꽃지에서
 

꽃이 지는 곳이라고 해서 꽃지해변이란다.  

사진으로 보아서는 해가 뜨는 장면인지 해가 지는 장면인지 나는 잘 구별하지 못하겠다. 그러나, 내가 본 건 서해를 조금씩 물들이며 지는 해였다. 꽃이 저렇게 아름답게 졌던가?? 

무언가 말할 수 없는 애잔함과 쓸쓸함이 느껴졌었다. 사람의 인생이 저렇듯 아름답게 저물수 있다면 좋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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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았던 월요일이 거의 끝나가고 있다.  

일요일 하루 쉬고 난 다음 출근하는 월요일은 여러 가지로 심리적으로 부담이 간다. 업무가 많은 날이기도 하고, 몸도 일하는데 적응되지 않아서 왠지 몸도 마음도 서걱거리는 느낌이다.  

며칠전에 고흐와 테오의 편지들을 읽으면서 편지에 대한 내 생각을 좀 끄적거려 보려다 퇴근 시간에 쫓겨 그만 두고 말았다.  그러고는 끝이다.

언제부터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나는 무엇인가를 적지 않으면 생각이 정리되지 않는 듯한 느낌이다.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대충 알겠는데, 내 생각의 갈피들을 글로 옮겨 적지 않으면 어느 새 안개처럼, 혹은 무슨 바람처럼 생각이란 것도 다 사라져 버린다.  

남들도 그런걸까..  

머리 속에 모호한 이미지와 생각들이 입 밖으로 내거나 글로 쓰는 과정을 통해 형체를 갖추고 비로소 드러나는 듯하다.. 뭐, 별로 대단할 것도 없는 생각인데도, 그걸 표현하거나 정리하지 않으면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다녔는지.. 참.. 어이 없을 정도다.  

편지 얘기로 돌아가 보자..  

예전에는 친구들이나 선생님께 편지 쓰는 것을 즐겼던 것 같다. 편지에다가 내가 감명 깊게 읽었던 책 얘기도 쓰고 싯귀도 옮겨적고 무엇보다 내가 지금 현재 하고 있는 생각들이나 자잘한 내 생활에 대한 이야기들을 줄줄 썼던 것 같은데, 이젠 누군가에게 편지를 쓴다는 자체가 어색하고 힘들다. 형식적인 이야기가 아닌, 진심이 담긴, 그런 이야기를  더이상 남에게 털어놓지 않게 된 탓인 것 같다. 또 멀리 떨어져 있는 상대에게 자잘한 나의 일상 이야기를 전하는 게 별 의미가 없을 듯도 싶고, 그렇다고 무언가 진지한 이야기나 속 깊은 이야기를 하기에는, 아무래도 편지는 글 자체가 남는다는 무의식적인 부담감이 있고..  

스스로에게 벽을 쌓고 있는 건지, 남들에게 벽을 쌓고 있는 건지 잘 모르겠다.

그래서 고흐의 편지를 읽으면서 예전에는 고흐와 테오 사이의 어떤 우정이랄까, 공감 같은 것에 더 많이 감동받았던 것 같은데, 이번에 읽은 책에서는 그것 보다는 고흐의 편지글 자체가 신선하게 다가왔다. 고흐의 편지에는 저녁에 퇴근한 가족에게 그날의 사소한 근황을 이야기하듯, 멀리 떨어져 있지만, 동생 테오에게 전하는 자신의 소소한 일상과 그림을 그리면서 떠오르는 자잘한 감상들. 앞으로의 계획과 다짐들, 고민들 그 모든 것들이 솔직 담백하게 담겨져 있었다.  

자기 자신에게 솔직할 수 있어야 타인에게도 솔직할 수 있을 테니까.. 고흐의 글이 진솔하게 느껴지는 게 지극히 당연한 건지도 모르겠다.  

보여지는 자신의 이미지를 너무 중시하다보니, 언제부터인가 진짜 내가 어떤 사람인지 잘 모르게 된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든다. 그래서 더이상 다른 사람에게 나를 드러내야 하는 편지를 쓰지 않게 된건 아닐까.. 내 생각, 내 느낌, 내 생활을 거짓으로 꾸며 쓸 수는 없으니까... 아예 쓰지 않는 거다.. 마찬가지 이유에서 일기를 쓰지 않는 것처럼.. 

얼마전부터 매일 조금씩이라도 이런 이야기들을 써보려고 한다..  나 자신의 생각을 조금씩 정리하면서.. 나 자신으로부터 도망치지 않고 나 자신을 바로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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