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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 - 장영희 에세이
장영희 지음, 정일 그림 / 샘터사 / 2009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얼마전 아침 뉴스에서 장영희 교수가 암으로 별세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예전에 [문학의 숲을 거닐다]란 책을 읽은 적이 있어서.. 그녀는 나에게도 낯선 한 사람의 수필가가 아니라, 왠지 언제든 찾아가 두런두런 이야기를 해도 될 거 같은 지인의 느낌으로 남아 있었다. (물론, 나 혼자만의 느낌이지만...)
적극적인 독자 가운데 일부는 편지를 쓰거나, 직접 찾아가거나 해서 자신이 좋아하는 작가와 실제의 인간적인 만남을 이뤄가는 사람들도 있지만, 원체 게으르고 소극적인 나는 그저 좋아하는 작가의 책을 읽으면서 그 작가의 일상을 상상하고 공감하는 걸로 충분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장영희 교수의 글을 읽으면서, 내가 그녀의 제자였었으면, 그래서 인생의 고비 때마다, 이런 저런 넋두리를 늘어놓을 수 있었더라면, 아니, 최소한 가까이에서 하루 하루 열심히 사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면 좋았을텐데 하는 맘이 들었다. 그만큼 그녀의 글에서 보이는 그녀의 이미지는 따뜻하면서도 강인하게 느껴졌었다.
거의 7년 가까이 암과 싸우면서 몸도 마음도 다 힘들었을텐데, 여전히 세상을 바라보는 그녀의 시선에는 따뜻함과 아름다움이 배어 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물론 그녀도 일이 마구 꼬이거나, 사람에게서 상처받거나, 삶이 서툴다고 느껴지는 순간들이 있는 모양이다.
그런데, 말 그대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다시 일어서곤 한다. 다시 희망을 품고 다시 따뜻한 눈으로 삶과 사람 앞에 당당히 서는 그녀의 모습이 아름답다. 물처럼, 공기처럼 늘 함께 하고 있기에 쉽게 간과되어 버리는 바로 지금 이순간, 내가 누리고 있는 많은 것들의 소중함과 아름다움을 호들갑스럽지 않게 재발견하게 해 준다.
읽는 사람을 편안하게 이끌어주는 글.. 그런 글은 결코 쉽게 쓰여지지 않는다. 아름답고 편안해 보이는 그녀의 삶이 결코 쉽게 이루어진 것이 아닌 것처럼.
어딘가에 있을 그녀의 책들을 다시 꺼내 읽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