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스커레이드 게임 매스커레이드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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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스커레이드 시리즈 4번째 이야기다.

이번에도 무대는 특급 호텔 코르테시아도쿄다.

이 호텔에서 몇 번이나 사건을 해결한 적이 있는 닛타는 이제 팀장이 되었다.

1편의 약간 어리숙한 호텔리어의 모습은 이제 완전히 사라진 것처럼 보인다.

내가 읽지 않은 이야기 속에서 그의 실력은 더 좋아진 모양이다.

가끔 이번 잠입수사에 동행한 다른 형사들과의 대립을 보면 형사보다 호텔리어에 더 가깝다.

사건 해결이 우선이 다른 형사에 비해 그는 절차와 준법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닛타가 다른 수사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주는지 알 수 없어 비교하기 조금 어렵다.


하나의 살인 사건, 또 다른 살인 사건, 이어지는 살인 사건.

이 사건들의 연관성이 발견되고, 각 사건 담당팀들이 모여 하나의 가능성을 생각한다.

이번에 살해당한 사람들이 모두 살인자이거나 그와 유사한 일을 한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의 피해자 가족들은 모두 알리바이가 분명하게 있다.

이 알리바이를 무너트릴 가능성 하나로 제기된 것이 교환 살인이다.

각각의 피해자 가족들이 다른 가족의 가해자를 돌아가면서 죽인다는 설정이다.

이 피해자 가족들이 얼마나 큰 고통을 받으면서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지 보여주면서 가능성을 높인다.

여기에 한 블로그가 법의 처벌 범위와 인간의 정의에 대해 말하면서 실제 사건을 언급한다.

그리고 이들이 한 호텔에 투숙하려고 한다. 코르테시아도쿄 호텔이다.


코르테시아도쿄 호텔은 닛타에게 아주 익숙한 곳이다.

데스크에서 그는 잠재적 용의자들이 입실 수속하는 것을 지켜본다.

이전에 그와 함께 일했던 나오미는 미국에 가 있다.

한 팀이 아닌 세 팀이나 이 잠입 수사에 참여하고 있다.

이 중에서 여성 팀장인 아즈사 경감은 법의 경계를 살짝 넘어선다.

바에서 유족들을 몰래 촬영하고, 그들이 투숙한 방에 도청기를 설치한다.

닛타는 당연히 이것이 불법이고, 호텔에서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관리관의 암묵적인 묵인 아래 이 행위는 그대로 진행된다.

실적을 위해 묵인했고, 문제가 생기면 부하 직원의 일탈로 치부할 계획이다.

이것은 아즈사도 알고 있는 일이다.

여자 형사에 팀장이기에 약간 더 무리하게 진행하는 부분도 있다.


피해자 가족들이 한 명씩 투숙하고, 감시의 눈길은 그들을 따라다닌다.

이때 예상하지 못한 사람이 한 명 나타난다. 바로 나오미다.

이런 일에 최적의 호텔리어가 그녀라는 것을 아는 윗사람이 그녀를 불렀다.

다시 닛타와 나오미 콤비가 활약을 펼칠 시간이다.

이들은 크리스마스 이브를 앞두고 투숙하는 다양한 손님들 속에서 용의자를 찾아내야 한다.

이런 와중에 닛타를 아는 대학 동창이 투숙한다.

전직 검사 출신인 그녀는 닛타에게 한 투숙객에 대한 정보를 요구한다.

당연히 닛타는 정보를 모두 알려줄 수 없다.

다만 최소한의 정보를 주고, 왜 그런 부탁을 하는지 알아낼 뿐이다.


누가 범인인지 찾아내는 것이 목적이지만 그에 못지 않게 죄의 형량 부분이 중요하다.

피해자들의 형량이 너무나도 가볍게 느껴지는 피해자 가족들.

그들이 느끼는 강한 상실감과 고통 등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이들의 감정을 대변해주는 멀티밸런스라는 블로그.

이 사이트의 개설자와 연결되는 피해자 가족들, 그리고 같은 호텔의 투숙.

의심스러운 부분이 너무나도 많다.

심정적으로 그들의 마음에 동의를 한다고 해도 형사에겐 살인자를 잡는 것이 더 중요하다.

살인자들의 형량을 정하는 것은 그들의 일이 아니다.

작가는 각각의 사연을 풀어내면서 그들의 심정에 공감하게 한다.


여전히 매끄럽게 이야기가 진행된다.

강하게 호텔리어의 자세와 행동을 보여주면서 그들의 삶을 인정한다.

좋은 호텔의 서비스는 그 호텔의 격을 보여준다. 경험하면 알 수 있다.

여기에 살인 사건의 용의자가 투숙하고, 아주 바쁜 크리스마스 이브란 설정이 덧붙여진다.

호텔의 크리스마스 이벤트, 의심스러운 손님들의 투숙.

하지만 왠지 호텔의 긴장감은 이전보다 덜 한 것 같다.

사소한 사건들을 불러오는 손님들이 적다 보니 그런 모양이다.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형사들의 감정이 개입하기 시작하고, 반전이 펼쳐진다.

내가 생각한 반전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반전이다.

그리고 마지막에 밝혀지고 풀어내는 이야기는 가해자와 피해자 가족의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마지막 장면을 보고 이 시리즈 다음 이야기도 나올 수 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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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피베리
곤도 후미에 지음, 윤선해 옮김 / 황소자리(Taurus)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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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와이에 특이한 호텔이 하나 있다.

이 호텔은 한 번 온 손님은 다시 받지 않는다.

최대 머물 수 있는 기간은 3개월이다. 적지 않은 기간이다.

하지만 작고 조용하고 아름다운 이 호텔은 장기 여행객에게 인기가 좋다.

이 호텔의 이름은 원두에서 따온 ‘피베리’다.

호텔이라고 하지만 게스트하우스에 더 가깝고, 부부가 운영한다.

실제는 이 부부 중 아내 가즈미 씨가 홀로 운영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주인공 기자키는 여행 좋아하는 친구의 소개로 이곳에 오게 되었다.

전직 학교 교사였는데 스캔들이 생기면서 교사를 그만두었다.


호텔 피베리에 도착하는 날 함께 탄 비행기에서 작고 예쁘게 생긴 여성이 내린다.

그녀를 포함해서 이 호텔 피베리의 투숙객은 모두 다섯 명이다.

호텔은 조식은 간단하게 제공하지만 저녁은 특별히 제공하지 않는다.

숙소 앞에 작은 수영장이 있어 수영하는 것이 가능하다.

호텔에 있는 차를 타고 시내로 나갈 수 있는데 길이 쉬어 장롱면허인 기자키도 운전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운전은 어느 정도 이 호텔과 이 섬에 익숙해지고 난 다음이다.

그리고 하와이의 섬들이 얼마나 다양한 기후대가 존재하는지 알려준다.

도착해서 화산공원에 갔다가 생각보다 훨씬 추운 기운에 감기에 걸린다.


한적한 곳에 위치하고, 특별한 목적 의식을 가지고 온 곳이 아니다.

누구처럼 밤하늘의 별 사진을 찍기 위해서도, 결혼을 약속한 남친에게 멀어지기 위해서도 아니다.

번잡하고 복잡한 마음과 일상에서 벗어나기 위해 왔다.

평온한 일상이 이어진다. 물론 예상하지 못한 관계가 이루지기는 한다.

이런 일상에 예상하지 못한 사건이 일어나면서 심각해진다.

그것은 투숙객 중 한 명이 호텔 수영장에서 익사한 채 발견된 것이다.

호텔에 기록한 그의 인적 사항은 모두 거짓이다.

그의 정체를 알 수 없다. 경찰에 신고하고, 영사관에 알릴 뿐이다.

하지만 또 한 명이 오토바이 사고로 죽으면서 상황은 더욱 나빠진다.


익사 사고와 오토바이 사고로 사람들이 죽는다는 것을 처음 든 생각은 연쇄 살인 사건이다.

하지만 누가, 왜 이들을 죽인 것일까? 남은 사람들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범인에 대해 추측해보지만 쉽게 떠오르는 인물이 없다.

죽은 사람이 남긴 이 호텔에 머무는 사람들 모두 거짓말을 하고 있다, 에 진실이 있을까?

기자키는 자신이 학교에서 일으킨 스캔들을 가즈미 씨에게 말한다.

혐오의 대상이 될 수 있는 말이지만 그녀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결혼을 피해 온 구와시마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사실이지 않은가.

강요된 선택, 아주 부족한 배려, 섬세하지 못한 표현 등.

이들은 이 호텔 피베리에서 자신의 모습을 찾는다. 한 편의 성장소설 같다.


한 번도 한 곳에 장기 체류하는 해외 여행을 해 본 적이 없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이런 호텔이라면 한 번 머물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물론 이런 살인 사건은 사양이다.

소소한 로맨스와 섬세한 감정 표현이 가독성을 높여준다.

이 사이를 파고든 미스터리는 호기심을 자극하기 충분하다.

마지막에 진실이 밝혀질 때 중간에 나온 몇 가지 행동들이 이해된다.

관광지의 화려한 풍경이나 역동적인 스포츠의 재미는 없지만 아름답고 여유로운 풍경은 마음에 와 닿는다.

객관적 입장에서 다른 사람의 미묘하게 변하는 감정을 파악하는 부분은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은근히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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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스커레이드 호텔 매스커레이드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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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스커레이드 시리즈 첫 권이다.

형시 닛타 고스케와 호텔리어 야마기시 나오미 콤비가 처음 만난 작품이다.

작가 생활 25주년 기념작이란 타이틀을 가지고 있다.

매스커레이드는 가면, 가면무도회란 의미를 가진다.

이 의미는 실제 가면을 쓴 채 들어가는 호텔이란 뜻이 아니라 호텔에 온 사람들이 쓴 가면을 의미한다.


연쇄살인으로 추정되는 살인사건이 펼쳐지고, 형사들은 다음 살인 장소로 코르테시아도쿄로 추정한다.

살인을 막고, 범인을 잡아야 한다. 당연히 경찰들은 호텔에 잠복한다. 문제는 외모 등이다.

오랜 세월 한가지 직종에 종사한 사람들은 외모에서 그것이 드러난다.

호텔에 잠복근무해야 하는 형사가 자신의 형사란 사실을 내보일 수는 없다.

호텔 데스크에 일할만한 인물로 뽑힌 형사가 닛타다.

당연히 불만 가득하고, 이 형사를 호텔리어처럼 보이게 교육시키는 인물이 나오미다.

서로 다른 입장을 가진 둘은 티격태격하고, 결국 힘을 합친다는 전형적인 설정이다.

하지만 이 설정을 넘어선 재미를 만드는 것은 호텔이란 공간과 그곳을 찾아온 다양한 사람들이다.

이들의 다양한 목적은 연쇄살인사건 수사란 큰 틀 속에서 각각의 에피소드로 재미를 준다.


가장 중요한 소설 속 트릭은 읽으면서 어딘가에서 본 설정을 통해 알 수 있었지만 범인은 알 수 없었다.

다양한 군상의 다양한 요구 조건을 최대한 맞추려고 하는 호텔리어의 행동을 보면서 약간의 거부감을 느낀 것은 아마도 고객들의 요구조건들이 황당한 것들도 많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 정도까지 맞추어 주어야 하는가 하는 근본적인 의문이 들기도 했다.

한 명의 호텔리어처럼 성장하는 형사를 보는 것도 즐겁지만 진짜 재미는 닛타가 나오미와 대화를 하는 도중 얻는 아이디어와 사건의 단서 등이다.

여기에 또 한 명의 감초 같은 형사가 등장하는데 바로 노세다.

노세가 얼마나 훌륭한 형사인지는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조용히 드러난다.

노세에 대한 닛타의 인상이 점점 바뀌는데 이것을 지켜보는 것도 하나의 재미다.


작가는 이 소설을 쓰기 위해 실제 한 호텔에 장시간 머물렀다고 한다.

이 경험이 소설 곳곳에 아마 녹아 있을 것이다.

트릭이 그렇게 기발하지는 않지만 호텔에서 생긴 작은 사건들을 하나의 단계로 이용해 풀어가는 것은 대단한 필력이 필요한 일이다.

적지 않은 분량임에도 아주 잘 읽힌다.

최근에 매스커레이드 시리즈 4권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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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심한 사람들만 남았다 - 세상이 멸망하고
김이환 지음 / 북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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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오랜만에 김이환의 장편 소설을 읽었다. 

사 놓고 읽지 않은 책도 많은 작가 중 한 명이다. 

최근에는 단편집에서 주로 그를 만났는데 내가 기대한 것과 조금 차이가 있었다. 

그런데 이번 장편은 기발한 전개와 상황이 나를 웃게 만들었다. 

수면 바이러스에 의해 팬데믹이 온 것은 코로나 19와 연결해서 생각할 수밖에 없다. 

실제 ‘세상이 멸망하고’란 단서가 붙어 있지만 아직 사회 기반 시설이 완전히 무너진 것은 아니다. 

처음에는 조금 황당했지만 이 독특한 설정이 예상하지 못한 즐거움과 웃음을 주었다. 

 

수면 바이러스가 전 세계로 확산된지 3년이 지났다. 

이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아무리 깨워도 일어나지 못하고 잠만 잔다. 

이 때문에 사회의 온갖 시스템이 멈추고, 사람들은 규제로 인해 집안에만 머문다. 

정부가 이들을 위해 식량과 물품을 드론으로 공급한다.  

그런데 이 물품 공급이 어느 날 중단되었다.  

인터넷에는 이 수면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은 사람들은 모두 소심한 사람들이란 가설이 뜬다. 

자신이 소심한 사람이 아니라면 댓글을 달아달라고 하지만 아무도 댓글을 달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배고픔은 나가 식량을 구할까? 말까? 하는 고민이 생긴다. 

정부에서 나가지 말라고 한 말에 소심함이 작동해 주저한다. 

이때 한 여성이 박스를 들고 가는 모습을 본다. 배고픔이 이겼다. 

 

선동이 나나를 만난 것은 배급을 위해 가는 중이었다. 

나나는 배급소 직원이었는데 드론 운영하는 분이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어쩔 수 없이 직접 배달한다. 

이렇게 소심한 두 남녀가 만났고, 소심해서 배급 목적지까지 같이 간다. 

아이가 있는 집에 배급품을 놓아두고 나오고, 또 다른 집에 배달을 간다. 

반지하에 살고 있는 여중생 덕후 지우네 집이다. 

선동에게 갈 배급품은 없다. 앞에 배달한 것이 전부다. 

이때 나나가 편의점 이야기를 한다. 

약탈하는 것이 아니라 외상 장부에 적어놓고 물건을 가져오는 것이다. 

이 소심한 남녀는 편의점에서 자신들이 원하는 물건을 가진다. 

 

지우는 좀비 아포칼립스처럼 상황을 말하지만 이곳엔 좀비가 없다. 

도시는 고요하고, 움직이는 사람조차 그들 이외는 없다. 

지우의 이런 행동은 나중에도 반복된다. 좀비 아포칼립스의 영향 때문이다. 

이런 캐릭터는 다른 소설이나 애니 등에서 자주 볼 수 있다. 

이 소심한 세 남녀가 함께 다니면서 이들의 활동 공간은 더욱 넓어진다. 

다른 소심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관계를 맺어간다. 

어떻게 보면 이런 설정과 단계들이 기존 판타지 세계의 퀘스트와 레벨업과 닮았다. 

 

집 밖으로 나오는 것이 1단계라면 편의점은 2단계다. 

3단계 마트에 가는 일은 더 큰 용기가 필요하다. 

그곳을 점유하고 있는 사람들이 무서운 복장을 하고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심한 사람들만 살아남은 세상에서 그렇게 무서운 사람은 없다. 

이런 사실을 워리어스 중 한 명이었던 영만을 만나면서 알게 된다. 

편의점과 달리 마트는 더 크고 다양한 물건들이 진열되어 있다. 

재밌는 점은 아무 물건이나 가져가도 되는데 소심함 때문에 쉽게 가져가지 못한다. 

가져 갈려고 하다가도 이 부분을 지적하면 내려놓는다. 

이런 아포칼립스 세계라면 나처럼 소심한 사람도 살 수 있을 것 같다. 

 

세상에는 생각보다 소심한 사람들이 많다. 

그들이 모였을 때 그 소심함은 또 다른 재밌는 장면을 만든다. 

그런데 재밌는 것은 이런 현실에서도 전기가 들어오고, 인터넷이 되고, 병원이 운영된다. 

선동의 세계가 점점 넓어지면서 설정이 하나씩 덧붙여진다. 

굉장히 평온한 세상을 관조하는 느낌인데 재밌다. 

음모론이 나오고, 백신 개발도 이루어지는데 미래는 어떨지 모르겠다. 

소심한 사람들의 소심한 마음과 자잘한 행동 등이 나의 가슴에 와 닿는다. 

자극적인 종말론 세계와 완전히 다른 방향에서 이야기를 재밌게 풀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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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스런 선데이 클럽 안전가옥 오리지널 26
엄성용 지음 / 안전가옥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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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가옥 오리지널 26권이다.

작가의 첫 번째 장편소설이다.

이전에 두 권의 단편집에서 만난 적이 있다.

현재 검색되는 단편집은 네 권이니까 반을 읽었다.

결론부터 빨리 말하면 가독성 좋고, 재밌다.

등장인물들의 캐릭터성이 좋고, 이 콤비들의 다음 활약이 기다려진다.

각자 맡은 바가 다르고, 제각각 다른 부분에서 큰 활약을 펼치기 때문이다.

‘혐오스런’이란 단어에서 이 선데이 클럽이 문제 많은 팬들의 집단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착각이었다. 이들은 찐팬클럽이다.


포비아란 약이 있다. 맛도, 냄새도 없는 약이다.

이름대로 공포를 극대화시킨다. 먹는 것도, 코로도 흡입 가능하다.

이 소설의 프롤로그는 이 약이 어떤 작용을 하는지 보여준다.

실제 몇 명이 이 포비아에 의해 죽게 되는데 이 약이 얼마나 무시무시한지 알려준다.

만약 이 소설이 드라마 등으로 옮겨진다면 이 부분은 잔인할 수도 있다.

바퀴벌레가 온몸을 기어 다니고, 눈과 입과 귀 등으로 들어오는 장면은 생각만해도 무섭다.

상상력을 극대화하여 자신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을 환상으로 재현한다니 얼마나 무서운 약인가.


유명 배우이자 가수, 대한민국 최고의 톱스타 이선오가 자살했다.

그가 자살하기 전 예고 시절 친구 문혁에게 전화도 하고, 문자도 남겼다.

문혁은 전화를 받지 못했고, 늦은 전화는 이미 자살한 이후라 닿지 않는다.

그리고 이 소식을 들은 예고 동창 아린이 7년만에 전화를 한다.

문혁, 선오, 아린은 예고 시절 절친들이었다.

7년 전 하나의 사건 이후 이들은 다시 만나지 않고 자신의 길을 갔다.

선오는 톱스타가 되어 한국을 뒤흔들었고, 아린은 성공한 로맨스 웹소설 작가가 되었다.

자신의 꿈을 이룬 그들과 달리 문혁은 평범한 회사원이다.


7년만에 만나 문혁과 아린. 이때부터 중간중간 과거 이야기가 끼어든다.

아린은 선의 찐팬이고, 몇 명을 모아 혐오스런 선데이 클럽을 만들었다.

멤버는 아린, 복싱 선수 출신 주리, 천재 공대생 연모, 전직 연극배우 지찬 등이다.

이들은 당연히 선우의 자살을 믿지 못한다. 의문스러운 일들이 너무 많다.

그런데 문혁이 낀 이 멤버들의 구성이 상당히 흥미롭다.

예고에서 연출을 전공한 문혁과 웹소설가 아린.

탁월한 권투 실력을 가진 주리와 해킹에 능숙한 연모.

필요한 경우 다양한 인물을 연기할 수 있는 연극배우 지찬.

아! 여기서 중요한 것 하나 더. 성공한 작가의 금전 지원.


연모가 CCTV 해킹을 통해 선오가 술 마시는 장면을 찾아낸다.

선오는 술이 약해 거의 마시지 않는데 수상하다.

매니저에게 연락해 정보를 더 얻는다. 그런데 매니저도 그만 두었다.

새로운 본부장이 와서 이런 저런 문제가 생기고, 급여도 깍이면서 사직서를 제출했다.

이 본부장 전희서가 수상하다. 비서의 휴대폰을 해킹한 것을 가지고 전희서를 꼬신다.

잘 짠 시나리오와 상대방을 믿게 만드는 복장과 연기 등이 펼쳐진다.

이 장면을 보면서 이들이 탁월한 사기꾼 조직도 가능하겠다는 생각을 한다.

이 일을 시작으로 이들의 활약은 점점 커지고, 더 가공할 사건 속으로 들어간다.


현실과 달리 과거 속 이야기는 흔한 청춘물이다.

벽을 치고 자신의 성공만 생각하던 문혁. 그 벽을 부순 아린과 선오.

확실한 성공이 보장된 선오. 자신의 꿈을 향해 천천히 한 발 내딛는 아린.

극본 ‘오필리어’는 ‘햄릿’의 변주이지만 자신의 열정이 담긴 작품이다.

너무나도 사랑했던 친구이지만 그 친구의 능력에 좌절하는 순간도 생긴다.

그리고 묘한 분위기의 세 사람 관계.

확실한 것 하나만 알려주는데 선오와 문혁의 관계는 좀더 미묘하다.

이 혐오스런 선데이 클럽 후속작이 나와 이 관계들을 확실히 밝혀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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