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이스
최이도 지음 / 해피북스투유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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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메스를 든 사냥꾼>의 작가가 다른 장르를 들고 다시 나타났다.

전작이 연쇄 살인을 다룬 스릴러였다면 이번에는 성장에 대한 이야기다.

성공적이었던 유명 레이싱 드라이버 유망주 채희가 경기 도중 사고를 당한다.

이 사고는 F1으로 향하던 그녀의 꿈을 단숨에 무너트린다.

사고를 피할 수 있었지만 승리에 대한 집착과 자만이 상황을 크게 만들었다.

F1으로 가는 바로 앞에서 입은 부상은 그녀의 꿈을 무너트린다.

이 사고가 나는 과정을 먼저 보여주면서 독자들에게 살짝 바람을 집어넣는다.

그녀의 성격, 재기하는 모습, 성공적인 복귀 등.

하지만 작가는 그 공식을 따라가지 않고 현실을 직시하고 다른 대안을 제시한다.


사고 후 3년이 지난 시점에 채희는 영국에서 귀국한다.

그녀의 매니저는 그녀의 엄마 소라다.

부모님은 이혼한 상태고, 아빠는 필요에 의해 불러질 뿐이다.

서로 겉도는 관계, 어색하고 무거운 침묵의 연속.

부부의 이혼과 성공적인 경력의 몰락이 지닌 연관성이 호기심을 자극한다.

영국 귀국 후 재기를 위한 훈련을 할 것이란 기대는 섬의 풍경으로 바뀐다.

재희는 엄마의 고향인 가로도에서 체력 훈련과 시뮬레이션 훈련을 계속한다.

대회 상품으로 받은 차는 바닷가에 오랫동안 주차되어 있다.

이 주차된 차 때문에 가로도 고등학생들과 작은 시비가 붙는다.

이때 재희를 알고 있는 닮이 나타나면서 분위기가 바뀐다.


닮이 준 명함은 재기를 꿈꾸는 재희에게 너무 매력적이다.

명함에 박힌 벌트는 자동차 경주의 후원사 중 하나다.

계산적인 마음과 닮의 친근한 모습 때문에 학교 드론부 코치가 된다.

최저 시급으로 일하면 한 달에 50만 원 정도 벌 수 있다.

하지만 재희의 차문을 억지로 열려고 하면서 생긴 충돌은 서로를 어색하게 한다.

예민한 고3 학생들과 부상에서 재기를 꿈꾸는 레이싱 선수.

이들의 중간에서 자기만의 모습을 계속 보여주는 닮.

머릿속은 앞으로 펼쳐질 내용과 기대로 빠르게 회전한다.

그 기대는 나의 예상과 다른 방식으로 움직였다.


드론부 코치가 되었지만 재희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재희 자체가 드론을 날릴 줄 모르고, 관심도 별로 없다.

시간을 떼우고, 닮과 친해지고, 가로대교 시승 행사만 생각한다.

치열한 승부의 세계를 살았던 그녀에게 드론부 학생과 닮의 모습은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서로 이해하지 못하면서 생기는 갈등과 티격태격.

그 사이에 조금씩 흘러나오는 소라의 현재와 과거의 삶들.

레이싱 선수의 삶만 살았던 재희, 늘 뒤에서 옆에서 그녀를 도왔던 엄마.

다시 재기하지 못하면 삶이 패배하는 것이란 생각.

멈출 수 없고, 멈출 방법도 모르는 두 모녀.

가로도의 삶은 이 두 모녀에게 다른 삶도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전체적으로 예상을 벗어난 전개의 연속이다.

뛰어난 가독성은 전작과 다름없다.

개인적으로 가장 몰입이 힘든 인물은 닮이란 사람이다.

서로 다른 성격의 세 아이와 그들의 드론 운용 방식.

선수 경험이 많은 재희에게 이들의 장단점이 너무 뚜렸하다.

자신의 경험으로 이들을 도와주지만 성공은 또 다른 문제다.

가장 빠르게 달렸던 재희, 결코 벗어 던지지 못한 과거의 사고 트라우마.

현재 그녀의 나이가 겨우 22살이란 말에 많은 것이 머릿속을 지나간다.

레이싱 경기에서 많은 경험이 있다고 하지만 삶에서는 아직 초보다.

어느 순간 서로에게 족쇄가 되어 버린 모녀 관계.

후회라는 감정도 받아들일 수 있게 되는 순간 모녀는 같이 앞으로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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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생긴 제인 그리고 인어 - 2025 아이스너상 수상작 Wow 그래픽노블
베라 브로스골 지음, 조고은 옮김 / 보물창고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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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보물창고의 Wow그래픽노블 시리즈 중 한 권이다.

2025 아이스너상 수상작이다.

시대적 배경을 정확하게 특정하기 어렵지만 상속권이 하나의 힌트다.

빅토리아 시대의 영국을 연상시키는데 여성의 상속 제한 때문이다.

주인공 제인의 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때 그녀가 상속받지 못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자신이 잘 모르는 삼촌이 나타나 모든 재산을 상속받으려고 한다.

현재 살고 있는 집에 머물려면 그 삼촌과 결혼하거나 허락을 얻어야 한다.

하지만 삼촌은 일주일의 기한을 주고 나가라고 한다.

부모님이 돌아가시기 전에 딸 제인에게 법적 재산을 남기지 않은 탓이다.


갑작스러운 부모님의 죽음, 빈털터리로 떠나야 하는 미래.

이런 불안하고 두려운 현실에서 그녀가 아이디어 하나를 낸다.

그것은 그녀가 결혼해서 남편이 부모님의 재산을 상속받는 것이다.

그녀는 평소 왕자 같은 외모의 피터를 훔쳐보던 중이었다.

피터는 어부지만 멋부리기를 좋아하고, 일을 열심히 하지 않는다.

마을 사람들에게 이런 모습 때문에 놀림의 대상이 된다.

현실을 먼저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그의 외모보다 생활력을 더 볼 것이다.

하지만 제인에게는 현실적인 문제와 오랜 세월의 바람이 뒤섞인 청혼이다.

피터에게도 이 청혼은 자신의 허세를 채울 수 있는 기회다.

다만 제인이 너무 못생겨 아쉬움이 있지만 말이다.


인간 세상의 상속을 둘러싼 이야기가 될 것 같은 분위기가 한 순간에 변한다.

바로 아름다운 인어가 나타나 피터를 유혹해 물속으로 데리고 간 것이다.

제인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꿈과 현실이 모두 사라지는 순간이다.

여기서 한 노파가 등장해 제인의 바닷속 모험을 가능하게 해준다.

그 노파가 준 물약을 마시면 물속에서 나흘 동안 숨을 쉴 수 있다.

현실적으로 본다면 불가능하지만 인어가 등장하는데 불가능할 것이 무엇인가.

제인은 약을 먹고 물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인어가 데리고 간 자신의 미래 피터를 찾기 위해서.

그리고 그 모험은 처음부터 생각하지 못한 장애를 만난다.

그녀의 기지와 가재의 도움으로 이 문제를 해결한다.


하나의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모든 것이 해결된 것은 아니다.

넓은 바다에서 인어가 살고 있는 곳으로 가야 한다.

바닷속에서 방향도 모르고, 위험한 해조류와 물고기를 만지려고 한다.

이때 제인이 도와준 물개가 나타나 제인의 잘못된 방향을 바로잡는다.

이 물개와 좋은 관계는 아니지만 서로 도와주는 장면들이 나오는데 재밌다.

나중에 이 물개의 정체가 드러나고, 예상하지 못한 순간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인어의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역시 예상하지 못한 장면의 연속이다.

피터를 데리고 간 인어는 다른 동생 인어들과 함께 살고 있다.

피터의 잘 생긴 외모 때문에 유혹했다는 것만 생각했는데 다른 꿍꿍이가 있었다.


사랑하는 피터를 뭍으로 데리고 가려는 제인.

자신의 영원한 젊음과 미모를 유지하려는 인어.

이 둘이 모두 바라는 피터의 우유부단하고 무력한 모습.

그리고 마지막에 예상하지 못한 제인을 둘러싼 삼각관계.

이런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제인과 인어가 만나 서로의 진심을 말하는 장면이다.

자신의 추한 마음을 두려워”하고, “피부와 머릿결이 마음과 영혼보다 더 중요한” 인어.

이에 비해 이 모험을 통해 자신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된 제인.

이 둘의 대결과 제인이 바닷속을 걷게 한 돌 하나.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과 장면과 새로운 종족의 등장.

어떻게 보면 외모에 대한 뻔한 이야기일 수 있지만 모험과 반전 등이 끝까지 재미를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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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런 킹덤 오리지널 NEW 코믹북 2 : 진실과 거짓 쿠키런 킹덤 오리지널 NEW 코믹북 2
김강현 지음, 김기수 그림 / 서울문화사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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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쿠키런 킹덤의 새로운 시리즈 2권이다.

전편에서 사라진 세인트릴리 쿠키를 찾아 새로운 모험을 떠났다.

비스트이스트 대륙의 요정 쿠키 왕국에 도착한 쿠키 일행의 본격적인 이야기가 펼쳐진다.

용감한 쿠키와 퓨어바닐라 쿠키를 속인 듯한 쉐도우밀크 쿠키의 정체가 드러난다.

이 과정에 쿠키 세계의 창조 신화와 위대한 다섯 쿠키 이야기가 먼저 나온다.

자신들의 힘에 취한 이 다섯 쿠키가 사악한 짓을 저지른다.

쿠키들은 이들을 비스트라 부르고, 멸망 직전까지 간다.

이것을 본 창조주들이 이 다섯 쿠키를 비스트이스트 대륙 다섯 곳에 봉인한다.

요정 쿠키 왕국도 그곳 중 하나고, 비스트가 봉인되어 있었다.


수천 년 동안 봉인되어 있던 이 봉인수에 변화가 생긴다.

구름 장벽을 뚫고 온 무언가가 봉인수에 균열을 만들었다.

이때 세인트릴리 쿠키가 나타나 이 균열을 막으면서 최악의 상황을 피했다.

전편에서 세인트릴리 쿠키가 어둠마녀 쿠키를 쫓아와 막은 것이다.

이런 전설과 현실이 섞여 앞으로 펼쳐질 이야기의 서막을 연다.

용감한 쿠키 일행이 겪고, 헤쳐 나가야 할 모험의 시작이다.

이 과정에 진실과 거짓이 뒤섞이고, 불확실함이 늘어난다.

용감한 쿠키가 특히 섣부른 행동을 하면서 문제가 더 커진다.

물론 순수한 용감한 쿠키를 이용한 나쁜 악당이 문제지만.


언제나 느끼지만 속이고자 하는 사람을 피하는 것은 어렵다.

용감한 쿠키가 환영에 의해 만들어진 가짜 현실에 속는다.

문제를 빠르게 해결하겠다는 생각이 문제를 더 크게 만든다.

카라멜레온 쿠키는 쉐도우밀크 쿠키의 정체 일부를 알고 있다.

그 쿠키가 만든 환상을 본 적이 있기에 본질에 더 다가간다.

하지만 용감한 쿠키 일행이 위험할 때 외면한 일 때문에 신뢰를 얻지 못한다.

만약 그때 자신의 안위만 생각하지 않고 도와주었다면 쉬웠을 것이다.

작가는 이런 교훈적인 내용을 곳곳에 심어 두고 있다.

일시적인 감정에 휘둘리지 말고, 성급하게 판단하지 말라고.


쉐도우밀크 쿠키의 정체와 그의 마법의 실체가 드러나면서 재미는 더 늘어난다.

쉐도우밀크 쿠키와의 대결과 똑 같은 모습을 한 친구의 등장.

봉인수를 무너트려 자신의 힘을 완전히 찾으려는 적의 공격.

쿠키런 킹덤만의 마법과 액션, 새로운 모험을 예고하는 장면들.

용감한 쿠키 일행이 저지른 행동에 대한 사과만으로 해결된 상황이 아니다.

너무나도 강력한 비스트 쉐도우밀크 쿠키를 생각하면 이 쿠키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

전편에서 수련을 위해 떠난 친구들을 다시 모아야한다.

반가운 쿠키들의 모습과 이들이 함께 겪게 될 모험이 벌써 기대된다.

그 사이에 더 강해졌을 것 같은 쿠키들의 모습도.

이 시리즈의 출간 주기를 생각하면 3개월이 너무 길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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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계 관리 본부 수사 일지 : 천해 편
신유수 지음 / 네오오리지널스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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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작가도 낯설고, 출판사도 낯설다.

현재까지 작가도, 출판사도 첫 출간작인 것 같다.

천해 편’이란 부제가 붙은 것을 보면 다음 이야기도 있을 것 같다.

하나의 세계관을 만들었고, 매력적인 캐릭터들을 생각하면 시리즈도 좋다.

도입부의 이야기가 대단히 재밌게 다가왔다.

지하철, 영계의 틈새, 다양한 모습의 수호령들, 사라진 언니.

좋은 재료들을 늘어놓고, 흥미로운 세계관도 구축했다.

그런데 전체적인 속도감이 조금 떨어졌다.

개인적으로 가지를 좀더 쳐내고, 이벤트를 더 만들었다면 더 몰입했을 것 같다.


처음 지하철에서 낯선 세계의 모습에 당황하는 사람이 나온다.

이 사람이 주인공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다른 수호령들도 인식하지 못하고 있던 한세영이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낸다.

인간세계와 영계의 틈새에 떨어진 사람들을 다시 자신의 세계로 보내는 존재가 있다.

이들이 근무하는 곳이 바로 영계 관리 본부다.

사람이 틈새로 떨어지면 수호령들이 영계 관리 본부에 연락을 하고, 직원이 온다.

세영이 본 직원이 바로 천해고, 키 크고 잘 생겼고 무표정하다.

천해가 사람들을 인간 세계로 보내는 방식은 거칠다.

이 방식이 거칠게 느껴지는 것은 보는 사람의 시선일 뿐이다.


천해는 세영도 인간 세계로 다시 돌려보내려고 하지만 가지 않는다.

육신을 가진 인간은 단 30분도 영계에서 버틸 수가 없다.

그런데 세영은 이 한계 시간을 뛰어넘었다.

영계 관리 본부의 존재들도 왜 이런 기이한 일이 생겼는지 알지 못한다.

이때부터 세영은 영계의 다양한 곳을 방문하고 소개하는 역할을 한다.

이 영계란 곳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이곳에 있는 존재들이 무엇인지.

그리고 모든 인간의 탄생과 함께하는 수호령에 대해서도 알려준다.

수호령이 하는 일과 그 한계도 같이 말한다.

언제나 그렇듯이 한계는 인식의 확장을 방해하고, 문제 해결의 단초가 된다.


인간의 바람에서 탄생한 영적인 존재들.

수호신이라고 불렸지만 그 능력의 한계 때문에 수호령으로 내려온 존재들.

이 수호령들이 같이하는 존재들을 얼마나 위하고 걱정하는지 잘 보여준다.

기존에 나왔던 수호신이나 수호령이나 수호천사와는 다른 방식의 접근이다.

개인적으로 이 접근방식이 상당히 마음에 들고 흥미롭다.

작가도 여기에 변주를 주면서 이야기의 폭과 깊이를 만든다.

예상 밖의 존재인 세영은 영계의 문제와 엮이면서 점점 사건의 중심과 연결된다.

이 과정에 드러나는 그녀와 언니의 과거, 아픔, 고통 등은 현실적이다.

자신들만 겪는 힘겨움이 아니란 자각, 그럼에도 사그라들지 않는 고통들.

이 인식과 고통에 매몰되지 않는 서술은 마음에 든다.


영계로 표류하는 인간들이 계속 실종되는 기이한 사건.

아무도 인식하지 못했던 사건을 인식하게 한 것이 바로 세영의 존재다.

약간 느리고 영계 설명으로 가득했던 이야기에 속도가 붙는 것도 이 사건의 인식에서 시작한다.

그렇다고 아주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아직 풀어내야 할 것도 많고, 적응해야 할 일도 많다.

소설을 읽으면서 자신도 모르게 계속 영상화한다면 어떤 모습일까 생각했다.

그리고 천해는 누가 연기하면 좋을까 하는 생각도.

사건의 원인을 찾아 해결하려고 할 때 도움을 주는 것도 역시 세영이다.

하지만 육신의 한계를 가진 세영 때문에 더딘 부분도 있다.

이 더딘 과정 속에 밝혀지는 천해의 기원과 서로에 대한 이해.

까칠하고 냉철한 듯한 천해의 마지막 기원을 보면서 다음 권을 살짝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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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잠에서 깨다 - 일제 강제노동 희생자 유골발굴이 새긴 기억의 공공인류학
정병호 지음 / 푸른숲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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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역사 서적을 이전보다 덜 읽고 있다.

방송으로 나오는 정보를 많이 보다 보니 책에 눈길이 덜 간다.

일제강점기에 대한 부분도 방송이나 다른 쪽에서 더 많이 만난다.

그러다 이 책의 소개글을 읽고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제강점기 강제노동 희생자에 대한 이야기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 내용은 강제노동의 힘들고 어렵고 폭력적인 부분이 아니었다.

이 강제노동 희생자들의 발굴과 귀환 과정에 대한 기록이다.

그것도 한국에서 처음 시작한 것도 아니고, 일본인의 연락으로 시작되었다.

이 연락과 관심, 함께한 발굴 작업과 그 과정에 참여한 수많은 사람들에 대한 기록이다.


고인이 되신 정병호 교수는 문화인류학을 전공했다.

자신의 관심분야인 어린이집을 연구하기 위해 일본에 갔다가 한 스님을 만났다.

도노히라 스님은 보통과 다른 방식으로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었다.

이 집에 머물면서 이 어린이집의 운영방식 등을 공부하려고 했다.

이때 도노히라가 슈마리나이 현장에서 발굴한 조선인 유골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한국인이지만 이 유골 발굴에는 관심이 없었지만 그 집에 머물다보니 어쩔 수 없이 가야 했다.

그리고 이 동행이 그의 삶에 중요한 전환점을 이루게 한다.

일본 최북단 홋카이도 슈마리나이 우류댐 공사에서 죽은 강제노동자 유골 발굴이다.


언제나 그렇듯이 유골 발굴은 쉬운 일이 아니다.

시간이 흐른만큼 발굴은 점점 힘들어진다.

가해자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범죄를 가리기 위해 방해하기도 한다.

그런 부분을 감안하면 도노히라와 일본 시민들의 행동은 대단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정병호 교수는 첫 발굴작업을 시작하면서 많은 한일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을 받았다.

한국 학생과 일본 학생들이 한 곳에 모여 생활하면서 유골 발굴 작업을 했다.

이때 이 두 나라 사이에 깔린 갈등이 문제가 되어 드러나기도 했다.

덮고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대화하면서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을 가진 부분은 쉽지 않은 것이다.

옳고 그름을 따지려 들기보다 먼저 귀 기울이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 것이 힘을 발휘한다.

그리고 첫 번째 유골이 출토되면서 이 감정들은 사라진다.


첫 공동 유골발굴은 그렇게 많은 발굴로 이어지지 않았다.

더 많은 유골을 발굴하기 위해서는 숲으로 변한 곳을 파헤쳐야 하는데 쉽지 않다.

한 번으로 끝나지 않고 1997년부터 2013년까지 유골발굴이 이어졌다.

이 과정에 사유지 문제, 극우단체의 반대, 자금 부족 등의 많은 문제가 있었다.

처음에는 단순히 한일간의 문제였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동아시아로 확장되었다.

이 확장은 그 현장이 일제강점기에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알려준다.

차별은 언제나 구체적이다. 지금 이 순간 내가 누군가에게 가하고 있을 수 있다.”고 말할 때 뜨끔했다.

어떤 이에게는 더욱 첨예한 현실”이라는 지적은 사고와 인식의 공간을 넓혀주었다.

이런 인식들이 그가 참여했던 모임을 규정하고 발전시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다양한 곳에서 발굴된 유골을 어떻게 할 것인가?

유족을 찾아 전달하는 것도 쉽지 않고, 바라지 않는 유족도 있다.

한인 시민단체들이 협력했던 일에 정부가 끼어들면서 생긴 문제는 화를 내지 않을 수 없다.

정병호 교수가 화를 내고 그만둔 그 일을 도노히라는 열심히 도왔다고 한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낙화산 인사들의 젠체하는 행동과 모습이 떠올라 화가 났고, 부끄러웠다.

유골을 계속해서 일본에 모실 수 없다는 생각에 진행된 ‘70년만의 귀향’이란 유골 봉환 행사.

당시 두 정부의 방해로 그 과정이 쉽게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많은 도움의 손길이 있었다.

상업적 목적도 있었지만 필요한 도움이었고, 순수한 마음들도 대단히 많았다.

유골이 옮겨지는 과정에 유골이란 사실을 숨겨야 했다는 부분은 가슴이 아팠다.


일본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 이명박근혜 정부의 합의에 분노한다.

사죄라는 말도 정치적 수사”에 가깝고, “’법적 책임’이란 표현이 빠져”이다고 지적한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에 피해자들과의 충분한 대화도 없었고 너무 빠르게 진행되었다.

두 국가의 최고 권력이 합의했다고 해결된 것처럼 보도하는 재래 언론도 있었다.

이런 방식이 피해자들에게 얼마나 큰 상처인지, 또 다른 가해 가능성을 열어놓는지 말한다.

이런 현실 정치에 비해 동아시아 시민단체의 협력 행위는 다른 가능성을 연다.

잊게 하고, 왜곡하고 싶은 권력자들의 바람과 달리 사람들은 반성하고 앞으로 나아가려고 한다.

처음 생각과 다르지만 긴 시간의 활동과 노력은 잊고 있던 역사의 기억을 깨운다.

이런 노력과 사실들이 더 많이 알려지고, 더 길고 깊은 역사의 잠도 깨웠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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