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살인
이소민 지음 / 엘릭시르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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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제3회 엘릭시르 미스터리 대상 수상 작가다.

이번에 처음 이 작가의 소설을 읽었다.

전작이 예술고등학교에서 벌어진 사건을 다루었다고 한다.

이번에는 아이돌 산업을 정면에서 다룬다.

실제 피살자와 살인자도 아이돌 산업에서 일하고 있다.

작가는 아이돌 산업의 밝은 쪽보다 어두운 쪽에 더 관심을 둔다.

실제 우리가 늘 보는 쪽은 화려하고 멋있는 밝은 쪽이다.

방송에서 들려주고, 보여주는 아이들의 삶이 아닌 실제 모습이 드러난다.

하지만 이것 또한 아이돌 산업의 한 면일 뿐이다.


소설의 두 개의 설정으로 계속 이어진다.

하나는 키티라고 부르는 가상의 존재에게 쓰는 일기장이다.

다른 하나는 살인 사건이 일어나는 현실을 따라간다.

첫 살인은 방송국의 아이돌 무대에서 발생한다.

인기 아이돌 ROME의 메인 보컬 경건아가 죽은 채 무대로 내려온 것이다.

이 사건을 맡은 형사는 신애리와 그녀의 후배 유경원이다.

애리는 아이돌에 대해 잘 모르지만 유경원은 아이돌을 잘 안다.

유경원은 애리를 좋아하고, 그녀 옆에서 아이돌 산업에 대해 설명해준다.

사건 당일 초등 수사에서 몇 가지 단서를 발견하지만 아직은 명확한 게 없다.


인기 아이돌 건아의 죽음이 그의 평소 삶을 드러나게 한다.

그가 얼마나 많은 문제를 가지고 있고, 동료들에게 미움과 원한을 사는지.

리애와 경원은 다른 아이돌과 그 산업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용의자를 세 명으로 추린다.

같은 팀에서 활동을 같이한 후 삶의 방향이 달라진 세실과 반일라.

세실은 현재도 톱 아이돌이고, 반일라는 욕하는 장면으로 유명해진 후 꽃집을 운영한다.

그리고 그날 현장에 몰래 다녀간 아이돌 출신 솔로 가수 윤맑음.

리애와 경원은 이들을 만나 그날 현장에 온 이유와 경건아에 대해 묻는다.

하나같이 이들은 각자 이유가 있고, 경건아에 대해서는 결코 좋은 소리를 하지 않는다.

우리가 오래 전 방송이나 다른 곳에서 들었던 것 같은 나쁜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작가는 살인자의 내면을 표시하는 데 키티라는 가상 존재와 일기장을 내세웠다.

이 일기에는 살인자가 어떤 생각으로 살인을 저지른 것인지 하나씩 나온다.

그리고 아이돌 산업 관계자들의 인터뷰를 통해 이 세계가 드러난다.

그들이 데뷔하기 전 얼마나 치열한 경쟁을 했는지.

데뷔 후에도 소속사에서 어떻게 다루어진 상품이었는지.

이런 과정 속에서 아이돌이 행동하고 보여주는 모습은 또 어떤지.

치열한 경쟁만 있었지 실수하면서 배우는 과정이 생략된 것이다.

사람들은 아이돌에게 마음대로 의미를 부여하고, 그것을 막아주는 어른은 없다.

이런 것을 견디고 이겨내는 사람은 계속 아이돌이 되지만 아니면 떠나야 한다.

화려함의 이면을 파헤치는 과정은 주인공 리애의 과거와도 이어진다.


리애의 청춘 시절은 불행했다.

아버지의 가정 폭력, 어머니의 가출. 힘든 성장기.

작은 키에 왕따 같은 일까지 있었고, 성장 단계에서 아버지의 부재를 느낀다.

아버지의 부재는 초보 시절 조과장의 따뜻한 말과 도움으로 대체된다.

조과장에 대한 신뢰는 거의 무조건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문제를 다른 동료가 지적하지만 그녀는 오히려 반감을 가질 뿐이다.

사건 수사 과정에 반일라가 고등학교 동창이란 것이 드러난다.

이때 있었던 사건 하나가 반일라에 대한 반감으로 그녀에게 남아 있다.

하지만 사건 해결 과정 속에 생긴 문제 등은 리애의 성장을 도와준다.

살인 사건을 해결하는 미스터리이자 한 형사의 성장 이야기다

현재까지 일어나고 있는 아이돌과 소속사 간의 불화 등도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아이돌살인 #이소민 #엘릭시르 #스릴러소설 #미스터리소설 #장편소설 #리뷰어스클럽 #리뷰어스클럽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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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곽선생뎐 1~2 세트 - 전2권 싱긋나이트노블
곽경훈 지음 / 싱긋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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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작가가 가상으로 만들어낸 세계관이 그렇게 낯설지 않다.

가상의 나라로 내세윤 쥬, 와, 카락 등은 조선 시대를 떠올리게 한다.

쥬는 조선, 와는 왜, 카락은 청 정도일 것이다.

완전히 새로운 세계 대신 역사 속 나라들을 빌려온 것은 조금 아쉽다.

새로운 세계관을 만들어낸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1권에서 보여준 곽곽 선생의 활약은 잔혹함 그대로인데 2편은 더 심하다.

그리고 1편이 23년 12월에 나왔는데 2편은 거의 1년 6개월 만에 나왔다.

다행스럽게 연속으로 볼 수 있어 흐름이 끊어지지 않아 좋았다.


흑도. 이곳에서 벌어지는 일을 보면서 제주도가 떠올랐다.

중산간 지역이란 단어를 주로 제주도에서 봤기 때문이다.

이곳에 부임한 지방관은 부패관료 그 자체다.

보통의 관리보다 더 혹독한 수탈을 펼쳤다.

이런 섬에 색목인 선박이 좌초하면서 문제가 더 심각해진다.

이 색목인들을 보면서 하멜 등을 떠올린 독자가 나만은 아닐 것이다.

쥬에서 곽곽 선생의 관직은 암행총관이다.

보통의 암행어사와 달리 왕가를 제외하면 누구나 처벌이 가능하다.

이 무시무시한 권력이 어떻게 작용하는 지 잘 보여준다.


곽곽 선생이 암행총관이 된 데는 그의 아버지 역할이 컸다.

처음 왕이 카락과의 전쟁에 나가 체포될 위기에 곽곽의 아버지가 왕을 구한 것이다.

이 일로 면책특권을 받고, 암행총관으로 임명되었다.

이 직위는 아들 곽곽에게 이어졌고, 모든 권력자가 가장 두려워하는 인물이 되었다.

흑도에 등장해 탐관오리를 무자비하게 처리한다.

어쩔 수 없이 도적인 된 사람들을 용서하고, 그 두목을 수하로 거둔다.

이때만 해도 잔인한 면이 있지만 관대한 사람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평해에서 그가 보여주는 행동들을 보면 어딘가 뒤틀려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리고 쥬가 어떤 나라인지 조금씩 그 실체가 드러난다.


백색당이 이전 지배세력인 흑색당을 몰아내고 권력을 잡았다.

이 권력 투쟁의 결과로 지금의 왕이 왕위에 올랐다.

오랜 세월 왕위에 있었지만 그의 역할은 거의 없고 백색당이 권력을 휘두른다.

이들의 부패, 무능력, 열교 숭배 등은 무력하고 권위만 내세운 조선의 한 면을 보여준다.

문만 숭상하고 무를 낮게 보고 병역 관리도 제대로 하지 않는 나라다.

군적에 올라 있는 백성을 백색당 관리가 자신의 농사일에 이용한다.

제대로 훈련받은 군사도, 관리된 병장기도 없는 나라다.

이 때문에 생기는 문제가 2권에서 그대로 드러나는데 ‘임진왜란’과 닮아 있다.

이런 망국의 분위기 속에서 암행총관 곽곽은 부패관리와 역모를 처단한다.

그의 존재가 백색당의 지위를 더 공고히 한다는 말에 동의할 수밖에 없다.


조선통신사처럼 와로 넘어가서 펼치는 모험과 곽가의 또 다른 인물 후이.

흑색당의 마지막 생존자인 후이는 곽훈이었지만 살기 위해 와로 넘어왔다.

이곳에서 이도류를 배웠고, 대단한 실력자가 되었지만 낭인일 뿐이다.

무사가 되면 주인을 섬기고, 그와 함께 해야 하는데 마음에 들지 않는다.

곽곽이 이야기 전체를 이끌어 나가지만 자신의 속대 등을 제대로 들려주지 않는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으로 곽곽의 삶과 행동을 보여줄 뿐이다.

와와의 전쟁이 일어났을 때 그가 살짝 딴 마음만 먹었어도 쥬는 사라졌다.

굴레와 같은 암행총관의 역할을 백색당 학살 등으로 해소할 뿐이다.

와와의 전쟁에서 이순신 장군 같은 새로운 영웅을 내세우지도 않는다.

백색당 정권의 무력함과 열교의 무의미한 권위만 내세운다.

답답한 현실에서 곽곽 선생이 보여주는 활약과 음모 등은 통쾌하고 재밌다.

그리고 전혀 예측하지 못한 방향으로 이야기로 이끌고 가는 것도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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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택 시선집
박주택 지음, 프락시스연구회 엮음 / 새미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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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개인적으로 시인 박주택은 낯설다.

실제 그의 시집을 처음 읽었다.

이 책은 그의 시 전집이 아니라 시 선집이다.

목차가 있는 시집을 검색하면 빠진 시도 확인할 수 있다.

단순히 시만 선집한 것이 아니라 각 시집의 순서도 바꿔 놓았다.

솔직히 말해 이 순서의 차이가 의미하는 바를 모르겠다.

그가 낸 여섯 권의 시집에서 선별한 시들도 어려웠다.

이 두툼한 시집을 읽으면서 괜한 욕심을 부렸다는 생각을 수없이 했다.


각 시집 안에서 순서가 바뀌었지만 발표 순서는 그대로다.

첫 시집 <꿈의 이동건축>으로 시작해 <또 하나의 지구가 필요할 때>로 이어진다.

시들을 읽으면서 어느 대목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대부분은 순간적으로 휘발되었다.

시인이 풀어낸 시어들이 머릿속에서 제대로 이미지를 그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시인이 비유하고 은유한 시어들이 머릿속으로 심어지지 않았다.

이런 이유를 생각하면 가장 먼저 시에 대한 나의 무지가 떠오른다.

그 다음으로 너무 급하게 읽으면서 이해하려는 노력이 부족한 것이다.

몇몇 시들은 아는 부분과 겹쳐져서 잠시 재밌게 다가왔다.


여섯 권의 시집에서 선별한 이백 편이 넘는 시들.

최근 시집을 거의 읽지 않았기에 분에 넘친 욕심을 낸 나.

읽으면서 메모를 달까? 생각했지만 그냥 지나간 시들도 있다.

비교적 쉽게 다가온 시어들, 그 이미지들.

한자만으로 표기된 것들은 일부러 음과 뜻을 검색했다.

최근 시집에서는 이런 한자만 표기된 경우가 거의 없다.

<서시>라는 제목을 봤을 때 자연스럽게 떠오른 윤동주의 시.
전혀 다른 의미와 표현으로 다루어져 있어 조금 아쉬웠다.


어둠을 뚫어지게 바라보니 어둠도 뚫어지게 바라본다.”(<어둠의 산문> 일부)

이 시를 읽는 순간 니체의 ‘심연’ 이야기가 떠올랐다.

시들을 계속 읽다 보면 같이 읽고 있는 철학사의 한 대목이 스쳐 지나간다.

아쉽게도 철학사에 대한 이해 부족이 시로도 이어진다.

시가 머릿속에 잘 들어오지 않을 때는 입속으로 읊조리면서 읽는다.

좀더 그 이미지를 더 잘 만들기 위해서다.

물론 어떤 시는 좋아서 여러 번, 어떤 시는 난해해서 여러 번 읽는다.

제대로 표기해 놓지 않아 저질 기억력이 그 시들을 제대로 찾아내지 못한다.


읽다 보면 그의 고향 서산과 그 앞바다.

강남역의 과거 풍경들이 강한 인상으로 다가온다.

이제는 사라진 과거의 뉴욕제과. 만남의 장소.

1991년에 발표된 시집은 지금과 다른 풍경으로 추억을 자극한다.

시어의 선택과 표현 방식도 왠지 모르게 거칠게 느껴진다.

제목과 시어를 읽으면서 내가 발견한 것보다 놓친 것이 먼저 생각난다.

보이는 것을 시어를 옮겨 놓은 것은 쉽게 다가오지만 조금만 비틀어도 힘들다.

나의 상상력이, 문해력이 제대로 따라가지 못한다.

늘 그렇듯이 시집을 다 읽고 다시 뒤적이면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여유가 시의 다른 면을 바라보게 한다. 이 순간이 가장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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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틀린 집 안전가옥 오리지널 11
전건우 지음 / 안전가옥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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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가옥 오리지널 11권이다.

2021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공식 초청작 영화 [뒤틀린 집] 원작이다.

이번에는 귀신을 작정하고 이야기 속에 풀어놓았다.

프롤로그에서부터 귀신이 나온다.

상갓집에서 따라온 귀신이 불러올 수도 있는 사고를 퇴마사의 도움으로 막는다.

상갓집을 다녀오면 소금을 뿌려 귀신을 쫓는다는 이야기가 생각난다.


3장과 세 명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이끌어 나간다.

엄마 명혜, 아빠 현민, 장남 동우의 시선이다.

기본적으로 시간 순으로 흘러간다.

그러다 동우의 시선으로 이야기가 펼쳐질 때 과거의 시점 속으로 끼어들어간다.

평범한 구성이지만 시간의 흐름 속에 변하는 부모와 그들을 믿지만 의심을 품는 동우의 모습을 잘 보여준다.

이 모든 일의 시작은 아빠 현민의 몰락과 이 뒤틀린 집으로 이사 오면서부터다.

이사 온 첫날부터 괴이한 일들이 일어난다. 상당히 바른 속도다.


이사는 손이 많이 가는 일이다. 넓은 집으로 왔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명혜도 할 일이 많다.

그런데 딸이 이상한 말을 한다. 그녀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친구가 등장하고, 남편은 집안 일을 돕지 않는다.

이상한 소리, 예상하지 못한 일들, 불안감을 고조시키는 상황들.

심기일전해 다시 가족의 삶을 정상으로 돌리려는 데 알 수 없는 존재가 방해를 한다.

그리고 2년 전 이집에 살던 가족들이 갑자기 모두 사라졌다.

이 집에 있는 그 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가 어느 순간 명혜를 삼킨다,


현민. 한때 잘 나가던 동화작가였다.

하나의 사건과 책이 엮이면서 몰락했다.

원작을 제대로 읽지 않는 사람들이 한 소년의 범죄 행위를 이 책 탓이라고 말하면서 공격하고 비난한다.

하늘을 높이 날다 추락하니 그 아픔이 더 크다.

시골로 이사 오게 된 배경이다.

마음을 가다듬고 다시 그림을 그리려고 하지만 어느 곳도 실을 곳이 없다.

이 힘든 상황을 넘어가기 위해 여기저기 연락하지만 쉽지 않다. 아니 냉혹하다.

그러다 이 뒤틀린 집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숨겨져 있는 비밀이 하나씩 벗겨진다.

유명한 점쟁이를 만나 이 집이 뒤틀렸고, 이 때문에 생기는 문제에 대해서 듣는다.

프롤로그에 나온 퇴마사에 연락해 이 사실을 알리고 도움을 요청한다.


동우는 귀신에 대한 감각이 좋다.

동생이 보이지 않는 아이와 친구라고 해도 그렇게 큰 걱정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엄마가 풍기는 역겨운 냄새와 이상한 행동은 문제가 된다.

몇 번의 중요한 순간에 아빠는 자리를 비운다.

동우는 두 어른이 보지 못하는 곳을 본다.

이 뒤틀린 집에 사는 알 수 없는 존재를 정체를 밝히고, 정면을 마주 보게 한다.

왜 이런 일이 생겼는지 알려주는 이야기가 아빠의 조사로 나오지만 그 실체를 알아채는 것은 동우다.


이 소설 속 상황은 집이 뒤틀려 있어서 생긴 일이 아니다.

인간의 추악하고 잔혹한 마음이 불러온 사건이다.

그 원인을 보여줄 때 얼마나 역겨웠던가.

뛰어난 가독성을 보여주고, 호기심을 자극하는 존재를 마지막에 사회 문제와 엮어 풀어내었다.

의문스러운 일 한두 개가 있는데 그 알 수 없는 존재의 힘이 미치는 범위에 대해서다.

동네 다방에 있는 사람을 죽일 수 있을 정도의 힘이라면 엄청난데 그 마지막은 조금 약하다.

이 소설 속에 나오는 두 사건, 현민의 동화책, 뒤틀린 집에 사는 귀신을 둘러싼 현상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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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말이 차오르는 중입니다
서윤빈 지음 / 열림원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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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회 한국과학문학상 대상을 수상했다는 말에 혹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장르이기에 한국 SF소설을 보면 더 눈을 크게 뜬다.

처음 만나는 작가인 줄 알았는데 앤솔로지에서 먼저 만난 적이 있다.

그 당시 재밌게 읽은 기록이 있다.

생각보다 많은 책들이 출간되어 살짝 놀랐다.

언제 시간이 생기면 한 권씩 읽으면 재밌을 것 같다.

가끔 이런 발견을 하면 나의 책장은 더 복잡해지고, 욕심은 늘어난다.

그리고 이 연작단편집을 읽은 지금 머릿속은 복잡하고, 약간 어리둥절하다.


모두 일곱 편의 단편이 연작으로 이어져 있다.

마지막 두 편은 <생물학적 동등성>이라는 같은 제목이다.

연작 속에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것은 ‘게’, ‘블랙번’, ‘날치’ 등이다.

첫 단편 <게>를 읽을 때만 해도 이상한 물고기 후무후무누쿠누쿠아푸아아의 정체가 궁금했다.

왠지 대충 지은 듯한 이름인데 괜히 몇 번이나 입속으로 읊조린다.

이 생선을 배달하는 과정은 폭우 등으로 아주 힘겹다.

재난과 모험이 뒤섞인 듯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 생선을 받은 사람이 한 말과 폭우로 인한 거리 풍경이 인상적이다.

하지만 진짜 변한 세상은 다음 편에서 나온다.


<농담이 죽음이 아니듯 우리는 땀 대신 눈물을 흘리는데>는 다른 단편과 연결된다.

<애로 역설이 성립할 때 소망의 불가능성>이란 단편이다.

이 두 단편 속에서 바다에 고립된 주택과 창으로 날아오는 날치와 게들이 등장한다.

앞 작품은 아들의 갑작스러운 죽음과 관을 바로 보내면서 생긴 교류를 그린다.

이 집의 존재와 시대의 풍경이 살짝 엿보이지만 단편적이다.

반면에 뒤 단편은 갑작스러운 기후 변화의 결과가 만든 주택의 변화를 보여준다.

한국인들의 부동산 불패 신화를 비웃는 듯한 상황과 현실.

다른 집 사람들이 떠날 때도 그 집을 벗어나지 못한 가족의 현재.

한 장소와 삼대의 기록은 이 현상이 한정적이라고 말한다.


<트러블 리포트>는 블랙번이 유명해진 계기와 그곳의 변화를 보여준다.

이 해변은 누가 찍어도 인생 사진이 될 정도로 멋지다.

하지만 이 주변은 쓰레기 문제 등으로 악취가 풍긴다.

놀라운 점은 이 해변에 머물면서 떠나지 않는 사람들의 공동체가 생긴 것이다.

이들 중 일부는 블랙번에서 죽었다. 점점 늘어난다.

기이한 현상이 있지만 사람들의 관심은 점점 사라지고, 떠난 사람의 시선은 그곳을 향한다.

이 문제와 엮여 풀려나온 이야기 두 편이 <생물학적 동등성>이다.

첫 편은 블랙번에 유전이 있다고 믿는 여자의 이야기다.

그녀의 남자 친구 승우가 다음 편 이야기 속 승우와 같은 인물일까?

블랙번에 살고 있다고 알려진 슈슈와 킨츠키 이야기는 머리를 복잡하게 한다.


<리버사이드 아파트 여름맞이 안전 유의사항>는 제목 그대로다.

아파트에 공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길지 않은 분량, 그곳에 담긴 인간들의 욕망과 현실.

기후 변화로 인한 사건과 재난은 종말로 나아가는 듯하다.

하지만 이 종말의 수치는 아직인 듯한 것은 다른 이야기 속 시간 때문이다.

한꺼번에 인류가 전멸하지 않는 상태에서 인간들은 각자의 살길을 찾는다.

거대한 재난 속에서도 일상은, 삶은 그 변화를 받아들인 채 계속 이어진다.

읽으면서 왠지 찜찜함을 느낀 것은 그 변화를 옆에서 보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 현실이라면 생존이란 목표 때문에 나도 그들처럼 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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