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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곽선생뎐 1~2 세트 - 전2권 ㅣ 싱긋나이트노블
곽경훈 지음 / 싱긋 / 2025년 7월
평점 :
먼저 작가가 가상으로 만들어낸 세계관이 그렇게 낯설지 않다.
가상의 나라로 내세윤 쥬, 와, 카락 등은 조선 시대를 떠올리게 한다.
쥬는 조선, 와는 왜, 카락은 청 정도일 것이다.
완전히 새로운 세계 대신 역사 속 나라들을 빌려온 것은 조금 아쉽다.
새로운 세계관을 만들어낸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1권에서 보여준 곽곽 선생의 활약은 잔혹함 그대로인데 2편은 더 심하다.
그리고 1편이 23년 12월에 나왔는데 2편은 거의 1년 6개월 만에 나왔다.
다행스럽게 연속으로 볼 수 있어 흐름이 끊어지지 않아 좋았다.
흑도. 이곳에서 벌어지는 일을 보면서 제주도가 떠올랐다.
중산간 지역이란 단어를 주로 제주도에서 봤기 때문이다.
이곳에 부임한 지방관은 부패관료 그 자체다.
보통의 관리보다 더 혹독한 수탈을 펼쳤다.
이런 섬에 색목인 선박이 좌초하면서 문제가 더 심각해진다.
이 색목인들을 보면서 하멜 등을 떠올린 독자가 나만은 아닐 것이다.
쥬에서 곽곽 선생의 관직은 암행총관이다.
보통의 암행어사와 달리 왕가를 제외하면 누구나 처벌이 가능하다.
이 무시무시한 권력이 어떻게 작용하는 지 잘 보여준다.
곽곽 선생이 암행총관이 된 데는 그의 아버지 역할이 컸다.
처음 왕이 카락과의 전쟁에 나가 체포될 위기에 곽곽의 아버지가 왕을 구한 것이다.
이 일로 면책특권을 받고, 암행총관으로 임명되었다.
이 직위는 아들 곽곽에게 이어졌고, 모든 권력자가 가장 두려워하는 인물이 되었다.
흑도에 등장해 탐관오리를 무자비하게 처리한다.
어쩔 수 없이 도적인 된 사람들을 용서하고, 그 두목을 수하로 거둔다.
이때만 해도 잔인한 면이 있지만 관대한 사람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평해에서 그가 보여주는 행동들을 보면 어딘가 뒤틀려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리고 쥬가 어떤 나라인지 조금씩 그 실체가 드러난다.
백색당이 이전 지배세력인 흑색당을 몰아내고 권력을 잡았다.
이 권력 투쟁의 결과로 지금의 왕이 왕위에 올랐다.
오랜 세월 왕위에 있었지만 그의 역할은 거의 없고 백색당이 권력을 휘두른다.
이들의 부패, 무능력, 열교 숭배 등은 무력하고 권위만 내세운 조선의 한 면을 보여준다.
문만 숭상하고 무를 낮게 보고 병역 관리도 제대로 하지 않는 나라다.
군적에 올라 있는 백성을 백색당 관리가 자신의 농사일에 이용한다.
제대로 훈련받은 군사도, 관리된 병장기도 없는 나라다.
이 때문에 생기는 문제가 2권에서 그대로 드러나는데 ‘임진왜란’과 닮아 있다.
이런 망국의 분위기 속에서 암행총관 곽곽은 부패관리와 역모를 처단한다.
그의 존재가 백색당의 지위를 더 공고히 한다는 말에 동의할 수밖에 없다.
조선통신사처럼 와로 넘어가서 펼치는 모험과 곽가의 또 다른 인물 후이.
흑색당의 마지막 생존자인 후이는 곽훈이었지만 살기 위해 와로 넘어왔다.
이곳에서 이도류를 배웠고, 대단한 실력자가 되었지만 낭인일 뿐이다.
무사가 되면 주인을 섬기고, 그와 함께 해야 하는데 마음에 들지 않는다.
곽곽이 이야기 전체를 이끌어 나가지만 자신의 속대 등을 제대로 들려주지 않는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으로 곽곽의 삶과 행동을 보여줄 뿐이다.
와와의 전쟁이 일어났을 때 그가 살짝 딴 마음만 먹었어도 쥬는 사라졌다.
굴레와 같은 암행총관의 역할을 백색당 학살 등으로 해소할 뿐이다.
와와의 전쟁에서 이순신 장군 같은 새로운 영웅을 내세우지도 않는다.
백색당 정권의 무력함과 열교의 무의미한 권위만 내세운다.
답답한 현실에서 곽곽 선생이 보여주는 활약과 음모 등은 통쾌하고 재밌다.
그리고 전혀 예측하지 못한 방향으로 이야기로 이끌고 가는 것도 흥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