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말이 차오르는 중입니다
서윤빈 지음 / 열림원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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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회 한국과학문학상 대상을 수상했다는 말에 혹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장르이기에 한국 SF소설을 보면 더 눈을 크게 뜬다.

처음 만나는 작가인 줄 알았는데 앤솔로지에서 먼저 만난 적이 있다.

그 당시 재밌게 읽은 기록이 있다.

생각보다 많은 책들이 출간되어 살짝 놀랐다.

언제 시간이 생기면 한 권씩 읽으면 재밌을 것 같다.

가끔 이런 발견을 하면 나의 책장은 더 복잡해지고, 욕심은 늘어난다.

그리고 이 연작단편집을 읽은 지금 머릿속은 복잡하고, 약간 어리둥절하다.


모두 일곱 편의 단편이 연작으로 이어져 있다.

마지막 두 편은 <생물학적 동등성>이라는 같은 제목이다.

연작 속에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것은 ‘게’, ‘블랙번’, ‘날치’ 등이다.

첫 단편 <게>를 읽을 때만 해도 이상한 물고기 후무후무누쿠누쿠아푸아아의 정체가 궁금했다.

왠지 대충 지은 듯한 이름인데 괜히 몇 번이나 입속으로 읊조린다.

이 생선을 배달하는 과정은 폭우 등으로 아주 힘겹다.

재난과 모험이 뒤섞인 듯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 생선을 받은 사람이 한 말과 폭우로 인한 거리 풍경이 인상적이다.

하지만 진짜 변한 세상은 다음 편에서 나온다.


<농담이 죽음이 아니듯 우리는 땀 대신 눈물을 흘리는데>는 다른 단편과 연결된다.

<애로 역설이 성립할 때 소망의 불가능성>이란 단편이다.

이 두 단편 속에서 바다에 고립된 주택과 창으로 날아오는 날치와 게들이 등장한다.

앞 작품은 아들의 갑작스러운 죽음과 관을 바로 보내면서 생긴 교류를 그린다.

이 집의 존재와 시대의 풍경이 살짝 엿보이지만 단편적이다.

반면에 뒤 단편은 갑작스러운 기후 변화의 결과가 만든 주택의 변화를 보여준다.

한국인들의 부동산 불패 신화를 비웃는 듯한 상황과 현실.

다른 집 사람들이 떠날 때도 그 집을 벗어나지 못한 가족의 현재.

한 장소와 삼대의 기록은 이 현상이 한정적이라고 말한다.


<트러블 리포트>는 블랙번이 유명해진 계기와 그곳의 변화를 보여준다.

이 해변은 누가 찍어도 인생 사진이 될 정도로 멋지다.

하지만 이 주변은 쓰레기 문제 등으로 악취가 풍긴다.

놀라운 점은 이 해변에 머물면서 떠나지 않는 사람들의 공동체가 생긴 것이다.

이들 중 일부는 블랙번에서 죽었다. 점점 늘어난다.

기이한 현상이 있지만 사람들의 관심은 점점 사라지고, 떠난 사람의 시선은 그곳을 향한다.

이 문제와 엮여 풀려나온 이야기 두 편이 <생물학적 동등성>이다.

첫 편은 블랙번에 유전이 있다고 믿는 여자의 이야기다.

그녀의 남자 친구 승우가 다음 편 이야기 속 승우와 같은 인물일까?

블랙번에 살고 있다고 알려진 슈슈와 킨츠키 이야기는 머리를 복잡하게 한다.


<리버사이드 아파트 여름맞이 안전 유의사항>는 제목 그대로다.

아파트에 공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길지 않은 분량, 그곳에 담긴 인간들의 욕망과 현실.

기후 변화로 인한 사건과 재난은 종말로 나아가는 듯하다.

하지만 이 종말의 수치는 아직인 듯한 것은 다른 이야기 속 시간 때문이다.

한꺼번에 인류가 전멸하지 않는 상태에서 인간들은 각자의 살길을 찾는다.

거대한 재난 속에서도 일상은, 삶은 그 변화를 받아들인 채 계속 이어진다.

읽으면서 왠지 찜찜함을 느낀 것은 그 변화를 옆에서 보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 현실이라면 생존이란 목표 때문에 나도 그들처럼 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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