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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택 시선집
박주택 지음, 프락시스연구회 엮음 / 새미 / 2025년 6월
평점 :
*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개인적으로 시인 박주택은 낯설다.
실제 그의 시집을 처음 읽었다.
이 책은 그의 시 전집이 아니라 시 선집이다.
목차가 있는 시집을 검색하면 빠진 시도 확인할 수 있다.
단순히 시만 선집한 것이 아니라 각 시집의 순서도 바꿔 놓았다.
솔직히 말해 이 순서의 차이가 의미하는 바를 모르겠다.
그가 낸 여섯 권의 시집에서 선별한 시들도 어려웠다.
이 두툼한 시집을 읽으면서 괜한 욕심을 부렸다는 생각을 수없이 했다.
각 시집 안에서 순서가 바뀌었지만 발표 순서는 그대로다.
첫 시집 <꿈의 이동건축>으로 시작해 <또 하나의 지구가 필요할 때>로 이어진다.
시들을 읽으면서 어느 대목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대부분은 순간적으로 휘발되었다.
시인이 풀어낸 시어들이 머릿속에서 제대로 이미지를 그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시인이 비유하고 은유한 시어들이 머릿속으로 심어지지 않았다.
이런 이유를 생각하면 가장 먼저 시에 대한 나의 무지가 떠오른다.
그 다음으로 너무 급하게 읽으면서 이해하려는 노력이 부족한 것이다.
몇몇 시들은 아는 부분과 겹쳐져서 잠시 재밌게 다가왔다.
여섯 권의 시집에서 선별한 이백 편이 넘는 시들.
최근 시집을 거의 읽지 않았기에 분에 넘친 욕심을 낸 나.
읽으면서 메모를 달까? 생각했지만 그냥 지나간 시들도 있다.
비교적 쉽게 다가온 시어들, 그 이미지들.
한자만으로 표기된 것들은 일부러 음과 뜻을 검색했다.
최근 시집에서는 이런 한자만 표기된 경우가 거의 없다.
<서시>라는 제목을 봤을 때 자연스럽게 떠오른 윤동주의 시.
전혀 다른 의미와 표현으로 다루어져 있어 조금 아쉬웠다.
“어둠을 뚫어지게 바라보니 어둠도 뚫어지게 바라본다.”(<어둠의 산문> 일부)
이 시를 읽는 순간 니체의 ‘심연’ 이야기가 떠올랐다.
시들을 계속 읽다 보면 같이 읽고 있는 철학사의 한 대목이 스쳐 지나간다.
아쉽게도 철학사에 대한 이해 부족이 시로도 이어진다.
시가 머릿속에 잘 들어오지 않을 때는 입속으로 읊조리면서 읽는다.
좀더 그 이미지를 더 잘 만들기 위해서다.
물론 어떤 시는 좋아서 여러 번, 어떤 시는 난해해서 여러 번 읽는다.
제대로 표기해 놓지 않아 저질 기억력이 그 시들을 제대로 찾아내지 못한다.
읽다 보면 그의 고향 서산과 그 앞바다.
강남역의 과거 풍경들이 강한 인상으로 다가온다.
이제는 사라진 과거의 뉴욕제과. 만남의 장소.
1991년에 발표된 시집은 지금과 다른 풍경으로 추억을 자극한다.
시어의 선택과 표현 방식도 왠지 모르게 거칠게 느껴진다.
제목과 시어를 읽으면서 내가 발견한 것보다 놓친 것이 먼저 생각난다.
보이는 것을 시어를 옮겨 놓은 것은 쉽게 다가오지만 조금만 비틀어도 힘들다.
나의 상상력이, 문해력이 제대로 따라가지 못한다.
늘 그렇듯이 시집을 다 읽고 다시 뒤적이면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여유가 시의 다른 면을 바라보게 한다. 이 순간이 가장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