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바이벌 뚜식탈출 2 - 왠지 특별한 녀석들 서바이벌 뚜식탈출 2
서후 지음, 김기수 그림, 샌드박스네트워크 감수, 뚜식이 원작 / 서울문화사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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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생각보다 빠르게 시리즈 2권이 나왔다.

새로운 에피소드들을 보지 못하고 있는데 이 책으로 그 갈증을 달랠 수 있을 것 같다.

전작처럼 생활 밀착형 안전상식을 열다섯 편의 이야기에 담았다.

세 개의 이야기가 끝나면 앞에 나온 이야기의 안전상식을 요약해서 보여준다.

이 과정을 통해 단순히 재밌게 보는 것을 넘어 다시 안정상식을 공부하게 된다.

애니메이션 뚜식이를 모두 본 것이 아니라 그런지 낯선 캐릭터도 한 명 있다.

학교 내 안전상식을 알려주는 7화에 나온 강민희다.

뚜식이와 봉대의 행동이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노림수가 있었다.

이 에피소드를 보면서 고전적인 방식이 지금도 통할까 하는 의문이 들기는 했지만.


대부분 일상의 소소하지만 중요한 안전상식을 다룬다.

이 와중에도 스토커에 대한 이야기를 가장 먼저 넣어서 조금 놀랐다.

과도하게 극단적으로 표현된 스토킹이 아니더라도 즉시 도움 요청하기는 필요하다.

아직도 이 스토커에 대한 사회인식이 현실을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쉽다.

안전상식 중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않기”는 “증거를 수집하기”와 함께 꼭 필요한 행동이다.

아파트나 다세대 주택에 살다 보면 층간소음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먼저 집이 잘못 지어진 것이 문제이지만 이것을 바로잡을 수는 없다.

함께 사는 윗집과 아랫집이 서로 양보하면서 살아야 한다.

하지만 그 정도가 심할 때는 ‘비대면 쪽지’와 중재 등을 요청하는 것도 좋다.


다이어트 이야기를 보면서 뚜식이 아버지에 공감한다.

지금은 덜 하지만 이전에는 나도 비슷한 행동을 했었다.

동의하는 내용들이 많은데 음식에 대한 부분은 살짝 의문이 든다.

탄수화물을 50%로 책정한 것이 최근 이론인 저탄고지와 맞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저탄고지가 가장 정확한 다이어트 방식은 아니지만 기존 이론을 그대로 적은 듯해 아쉽다.

건강염려증 테스트를 하면서 내가 너무 건강을 자신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고양이 알레르기를 보면서 여자 친구를 위해 수술을 받았다는 이야기가 떠올랐다.

반려동물을 키운다는 것이 얼마나 많은 노력과 정성이 필요한 것이지 모두가 알아야 한다.


이제는 거의 가지 않는 등산이지만 약수터로 가는 등산 편도 아쉬운 점이 있다.

특히 약수터에서 식용에 부적합 약수를 폐쇄하지 않는 것이다.

뒤늦게 보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폐쇄하고 공지도 더 크게 만들어야 한다.

같이 등산할 때 가장 느린 사람에 맞추라고 한 부분은 저질 체력을 생각하면 공감할 수밖에 없다.

반값세일 등을 할 때 마트는 전쟁터 같지만 생각보다 사람들은 질서를 잘 지킨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모인 곳은 언제나 조심할 필요가 있다.

오랜만에 가을이가 나온 도로교통 안전상식은 쉽지만 누구나 순간적으로 잊는 일이다.

제대로 주변을 보지 않고 휴대전화만 보면서 건너는 사람들을 보면 가끔 섬뜩하다.

조금만 가면 횡단보도가 있는데 무단횡단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뚜식이 만화나 애니를 보는 사람에게 반가운 캐릭터들.

일상 속에서 우리가 쉽게 잊고 있는 안전상식들.

일상 생활을 통해 보여주는 이 만화는 여전히 재밌고 유익하다.

단순히 아는 것에 멈추지 않고 실천하는 것이 더 중요한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사회가 복잡해지고 양보하려는 마음이 줄어드는 현실에서 이런 기초 상식은 더욱 중요하다.

마지막 왕덕진의 에피소드는 누구나 부러워할 친구 이야기이기도 하다.

책을 열심히 잘 읽었다면 마지막 안전상식 네모네모 퀴즈에 도전하자.

여전히 유쾌하고 재밌는데 3권은 언제 나오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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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마법사들 2 - 마르세유의 비밀 조직
정채연 지음 / 문학수첩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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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14개월 만에 후속작이 나왔다. 반갑다.

전작과 당연히 이어지는데 몇몇 설정은 옛 기억을 더듬어야 했다.

제론 일당을 물리쳤지만 아직 그들을 찾아내지는 못했다.

제론의 몸과 그림자를 가져 리안의 그림자 마법은 최고 수준이다.

세린과 함께 둘은 그 흔적을 계속 따라다니지만 단서가 쉽게 발견되지 않는다.

그러다 제론의 집에 있던 단서 하나를 쫓던 수사관 한 명이 죽는 사고가 생긴다.

그가 남긴 기억을 통해 과거의 사건과의 연결 가능성이 밝혀진다.

오래된 사건과 연결된 조직의 이름이 마르세유의 비밀조직이다.

17년 전 이 조직에서 제론을 찾아온 적이 있다는 사실은 좋은 실마리다.


전편에서 그림자 마법이 어디까지 나아갈 수 있는지 많이 보여주었다.

이런 장르 소설의 경우 새로운 마법을 더 만들어 낼 수밖에 없다.

소설 곳곳에 새로운 그림자 마법을 넣어서 상상력의 공간을 확장한다.

그림자 마법을 잃은 제론은 어떻게든 과거의 마법을 되찾으려고 한다.

이번 이야기는 제론이 그림자 마법을 되찾는 것과 비밀조직에 대한 것이다.

이 비밀조직의 정확한 이름은 아직 명확하게 나오지 않았다.

이들이 꿈꾸는 것은 고대 섀드 왕국 페너미아의 한 전설이다.

소수의 엘리트들이 나라를 다스리는 것인데 방법에서 제론과 다르다.

이 다름이 밝혀지는 것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뒤이다.

리안은 역사를 통해 단서를 발견하고, 이 지식을 세린과 교환하면서 가능성을 탐구한다.


수사관이 죽은 곳을 조사하면서 이곳이 마르세유의 비밀 조직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 저택은 고아에 재능 있는 마법사 들을 발굴해서 후원하고 있다.

잠입해서 이 저택의 비밀과 새로운 단서를 찾을 필요가 있다.

몇 가지 준비 작업을 거친 후 리안은 이 저택이 엘리트 클럽에 들어가게 된다.

그런데 이 저택에 머물 수 있는 학생의 숫자는 10명이 전부다.

경쟁을 통해 10위 밖으로 밀려나면 저택을 떠날 수밖에 없다.

리안은 쉽게 10위를 물리치고 그 저택에 머물 수 있는 기회를 가진다.

그리고 다른 아이들을 통해 10명의 아이들 계급이 나누어져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 구분은 리안이 공부한 고대 왕국과 닮아 있다.


잠입해서 이 엘리트 클럽에 대한 정보를 수집해 세린과 그 정보를 교환한다.

제론이 이 엘리트 클럽의 2대 1위였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1위로 있던 아이들은 조직에서 그 아이가 바라는 것을 할 수 있게 밀어준다.

그리고 이 엘리트 클럽 출신 CEO들이 갑자기 사라진 사건들도 있었다.

음모의 느낌이 강하게 풀리면서 새로운 가능성들이 하나씩 나타난다.

이 조사와 더불어 리안은 유란섀드학교 창립자의 초상화가 사라진 사건을 조사한다.

사라진 초상화를 찾던 중 과거 사건의 용의자를 잡게 된다.

이 일로 제론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조금은 알게 된다.

물론 여기서도 힘을 발휘하는 것은 제론의 그림자다.


제론의 그림자가 사라지면 리안은 일반 사람이 되는 것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이자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는 것이 초상화다.

리안이 초상화에서 느꼈던 그 힘은 리안을 그림자 숲으로 인도한다.

유린셰드가 수련을 했던 곳에서 마주한 신비롭고 기이한 일들은 다음 이야기를 위한 설정이다.

아직 리안이 이것을 제대로 깨닫기에는 경험이나 능력이 부족하다.

전편에서 깔아둔 설정이나 배경 지식들이 이야기의 이해를 돕는다.

하지만 어느 순간 세밀한 설정이나 장면 전환 등이 생략되면서 약간 처진 느낌이다.

물론 이것은 나의 취향이나 몸 상태에 따른 것일 수도 있다.

앞에 깔아둔 장치나 설정을 위한 마지막 대결은 화려하고 다음 이야기를 기대하게 한다.

이 시리즈 어디까지 나올지 모르지만 한 번 끝까지 따라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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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공중 호텔 텔레포터
정화영 지음 / 북멘토(도서출판)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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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포터 시리즈 네 번째 책이다.

운 좋게 이 시리즈를 모두 읽었다.

늘 분량에 아쉬움이 있고, 조금 더 복잡한 이야기를 바란다.

이번 이야기도 그 연장선에 있다.

좀더 복잡하고, 반전이 다른 방향으로 이어졌으면 어땠을까 하고.

하지만 나의 바람은 시리즈가 의도하는 바가 아닐 것이다.

길지 않은 분량 속에 인간의 기억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나쁜 기억에 대한 작가의 주장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그냥 단순하게만 생각할 문제가 아니다. 좀더 깊게 파고들어야 한다.


차석준은 어느 날 스카이 크루즈 공중 호텔에서 보낸 초대장을 받는다.

이 호텔은 하늘 위 파라다이스로 불리며, 아주 비싼 호텔이다.

투숙객들은 잘 관리된 공간에서 자신들이 원하는 기억만을 남기는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학생들이라면 학습 능력을 강화하는 서비스를 받는 것도 가능하다.

이 스카이 크루즈는 말 그대로 하늘에 떠다니는 크루즈 선박 모양이다.

비행기를 통해 도킹하는데 승객들이 휴대폰 등으로 사진 찍는 것은 금지다.

석준은 행복했던 기억이 하나라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이때 도착한 초대장은 그의 바람을 들어줄 최고의 선물이다.


처음에는 자신처럼 초대장을 받은 사람이 많은 줄 알았다.

물에 빠져 죽을 것 같던 예지를 구한 후 그만 특별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의 담당 마스터 한은 석준의 기억을 되살리고 삭제하는 작업을 하고 싶어한다.

먼저 석준이 잊고 있던, 잊으려고 한 기억을 하나씩 되살린다.

왠지 모르게 부정확한 기억의 파편들. 희미하게 들려오는 아버지의 목소리.

몇 번의 기억 여행을 거친 후 마스터 한은 나쁜 기억을 지우자고 한다.

모두 읽은 지금 이해가 되지 않는 기억 삭제 동의서.

석준은 이 동의서에 사인하는 것에 왠지 모르게 부정적이다.

마스터 한은 조금 강압적인 듯한 모습으로 다가온다.


그냥 평범한 듯한 기억을 다룬 여행인가 생각할 때 한 명이 등장한다.

바로 석준이 엄마를 놀리는 아이들과 싸웠을 때 담당했던 형사다.

이 공중 호텔에 오기에는 형사의 월급으로 거의 불가능하다.

자신은 수사할 것이 있어 이 스카이 크루즈에 탑승했다고 말한다.

이 공중 호텔에 어떤 불법적인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석준은 엄마를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고, 어느 순간 자신을 버린 것만 기억한다.

아이들이 엄마를 놀린 것은 외모적인 것인데 그 외모에 대한 기억이 없다.

이런 선별적인 기억은 공중 호텔의 기억 여행 속에서도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석준이 좋아하는 가수 가미성가 이 공중 호텔에 오랫동안 머물고 있었다.

그 가미성의 연인이 미성이 갇혀 있으니 도와달라고 외친다.

형사, 가미성, 우연히 구한 예지의 말 등이 엮이면서 음모의 그림자가 보인다.

마스터 한은 석준을 특별하게 대우하고, 문제가 생겼을 때 자신의 방에 있게 한다.

이 일은 석준이 다른 모험을 가능하게 하고, 이전에는 알지 못했던 사실을 본다.

쫓고 쫓기는 대결, 위험을 감수한 도전, 섬광처럼 살아나는 기억들.

마지막 반전의 설정은 해석의 여지를 많이 남겨두고 있다.

지워버리고 싶은 끔찍한 기억을 지우고 나면 정말 행복해질까요? 란 물음.

이 물음에 대한 답은 그 기억 때문에 고통받는 사람만이 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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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미 돌아오다
사쿠라다 도모야 지음, 구수영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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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회 일본 추리작가 협회상, 제21회 일본 본격 미스터리 대상 수상작이다.

하나만 받아도 눈길이 가는데 두 개나 수상했다.

그리고 사쿠라다 도모야의 한국 첫 번역 작품이다.

후기나 해설을 보면 단편만 썼고, 출간된 책도 두 권이 전부인 듯하다.

2013년에 제10회 미스터리즈! 신인상을 수상한 것을 생각하면 너무 과작이다.

아마추어 탐정 아리사와 센을 내세우는데 그가 전면에 나서는 경우는 많지 않다.

센은 전국을 방랑하며 곤충을 관찰하는데 일본 추리에서 가끔 보는 방랑 탐정의 변주다.

당연히 무대는 한 지역에 한정되지 않고 다양한 곳이다.


<매미 돌아오다>을 다 읽기 전에는 센이 탐정이란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

아니 이 단편이 미스터리라는 생각을 하지 않고 읽었던 것 같다.

16년 전 지진으로 폐허가 된 마을에 자원봉사 왔던 청년 헤치마의 이야기를 다룬다.

그가 그 당시 경험한 재해의 참극, 찾지 못한 소녀의 유해.

실종된 소녀의 유령을 본 듯한 경험 등이 차분하게 흘러나온다.

하지만 그가 유령을 봤다고 생각했던 그 장면의 이면에는 다른 사실들이 있었다.

그리고 제목이 의미하는 바와 매미를 먹었다는 마을 풍습 등이 엮였다.

개인적으로 다시 읽는다면 처음에 놓친 것들이 얼마나 많을지 궁금하다.


<염낭거미>는 긴박한 상황에서 달리는 구급차 장면으로 시작한다.

교통 사고를 당한 소녀, 하지만 이 구급차는 다른 곳으로 가던 중이다.

먼저 신고 온 곳으로 가야 하는데 한 아주머니가 길을 막는다.

다행히 다른 구급차 소리가 들리면서 원 목적지로 가지만 도로 공사 중이다.

힘들게 현장에 도착했는데 여성 피해자가 쓰러져 있고, 사건 가능성이 있다.

형사들이 이 사건을 수사하는데 엄마와 싸웠다는 여중생 딸의 행방이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이 딸이 도입부 교통 사고 피해 소녀다.

탐정 센은 언제 등장하지 하는 의문이 들 때 경찰의 시선에 걸린다.

그가 경찰에게 들려주는 두 사건의 연관성은 삶에 대한 통찰을 담고 있다.


<저 너머의 딱정벌레>는 지인의 펜션에 쉬러 왔다가 마주한 사건을 다룬다.

센이 오는 날 외국인 학생 한 명이 이 펜션을 예약했다.

센과 펜션 주인이 래프팅을 가던 중 타이어가 터지는데 둘 다 수리를 못한다.

이때 지나가던 차에서 한 청년이 내려 타이어 교체를 도와준다.

재밌게 래프팅을 한 후 돌아와서 보니 도와주었던 청년이 예약한 외국인 학생이다.

센은 그 청년의 가방에 달린 것을 보고 이야기의 물꼬를 튼다.

딱정벌레와 태양신 숭배 사상, 친구들이 정성이 가득한 선물.

센과 이 청년은 친구가 되었고, 서로의 우정을 다진다.

그런데 다음 날 아침 그 친구가 시체로 발견되면서 센의 추리가 이어진다.

국적과 인종을 뛰어넘은 우정과 외국인 혐오가 뒤섞여 있는데 왠지 씁쓸하다.


<반딧불이 계획>은 서술 트릭을 이용해 이야기를 풀어간다.

갑자기 사라진 과학잡지 프리랜서 작가.

이 작가가 사라진 이유를 뒤쫓는 잡지 편집장.

이 사이에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중학생 소년.

헛웃음이 나오고, 편집장의 조사는 새로운 단서로 이어진다.

과학지식이 나열되는 후반부는 단서의 나열이지만 나의 지식은 부족하다.

센이 언제 나오지? 가명의 작가가 센인가?

이 의문은 편집장과 소년의 대화 속에 드러나고, 사라진 작가의 행방도 추측된다.

누가 센인가를 생각하지 않고 미스터리로만 읽어도 재밌다.


<서브사하라의 파리>는 국제공항 세관 문제로 시작하다.

센은 자신의 앞에 있던 대학 동기의 체체파리 유충을 보고 있었다.

이 동기는 국경없는의사회의 변주인 단체에서 의사로 활동한 에구치다.

병에 담긴 파리의 유충은 세관 신고 품목이 아니었다.

그리고 몇 개월 후 둘은 오랜만에 만나 이야기를 나눈다.

체체파리에게 물렸을 때 생기는 아프리카 수면병과 에구치의 경험 등이다.

조금만 민감한 독자라면 에구치가 이 애벌레를 가져온 이유를 알 수 있다.

하지만 왜 그가 가져왔는지는 그의 이야기 속에 담겨 있다.

돈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치료제나 예방약이 개발되지 않는 현실은 역시 씁쓸하다.

아! 센이 외국에 다녀온 이유는 <저 너머의 딱정벌레>와 이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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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리셰: 확장자들
김아직 외 지음 / 북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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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클리셰의 사전적 정의는 ‘진부하거나 틀에 박힌 생각 따위를 이르는 말’이다.

우리는 대부분 이 단어를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한다.

이런 클리셰에 확장자를 더해 새로운 변주를 만들어내었다.

이 작업에 참여한 다섯 작가는 한국 장르문학의 대가들이다.

진부한 듯한 설정을 다섯 작가가 자신만의 방식으로 재밌게 풀어낸다.

자신의 취향에 따라 호불호 등이 갈릴 수 있지만 각 단편의 수준이 상당히 높다.

어떤 단편은 읽고 나서 혹시 연작으로 나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한다.

이런 기대를 하는 단편집을 만나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김아직의 <길로 길로 가다가>는 여고생 탐정을 내세웠다.

이 단편의 클리셰는 많은 추리소설에서 다룬 동요 살인 가설이다.

할머니 칠순을 위해 내려온 여고생 오느릅은 예리한 관찰력으로 주변을 둘러본다.

첫 죽음은 늘 죽어야지 말하던 마을 노인이었다.

파출소 경찰이 자살이라고 단정할 때 느릅은 수상한 점들을 지적한다.

폭우가 쏟아지는 밤에 또 다른 희생자가 생긴다.

실족사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느릅은 다른 시각에서 위화감을 지적한다.

이렇게 둘은 콤비처럼 움직이면서 사건의 진실에 다가간다.

읽다 보면 이 콤비 왠지 어울리는데 어딘가에서 다시 만날 것 같다.


박하익의 <You're the detective>는 제목 그대로다.

지방 신문사 편집일을 하는 윤소영은 기자가 되고 싶다.

데스크에서 내린 첫 취재는 세 건의 사건을 해결한 추리 북카페 주인 정희연 인터뷰다.

그런데 그곳에서 마주한 인물은 마녀라고 불리면서 많은 사건의 중심에 놓인 최문주다.

그녀가 이 카페에 오면서 사람들은 그녀를 보고, 그녀가 읽은 책을 알기 위해 온다.

매일 뭔가를 쓰고 있던 그녀가 어느 날 카페 앞에서 죽은 채 발견된다.

그리고 카페 주인은 마녀라고 불렸던 최문주가 쓴 수기 사본을 준다.

수기의 내용이 어디까지 사실이고, 거짓인지가 해결의 단서다.

재밌는 부분은 마지막에 기자가 탐정처럼 말할 때 일어나는 상황들이다.


송시우의 <타미를 찾아서>는 잔잔한 일상 미스터리다.

남자 친구가 바람을 핀다고 울고 불면서 방유경이 기숙의 집에 찾아온다.

일 년 사귄 남친이 불륜을 저질렀다고 부르짖고, 술을 퍼마신다.

기숙이 잠든 사이 집으로 돌아가려니 돈이 없어 기숙의 카드를 훔친다.

잠에서 깬 기숙은 애완견 타미가 사라진 것을 발견하고, 방유경에게 전화한다.

전화를 받은 사람은 살인 현장에 있던 형사이고, 방유경은 용의자다.

그때 발견한 카드 승인 문자. 쉽게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는데 한 발씩 늦다.

평범한 직장인의 평화로운 금요일 저녁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주말로 이어졌다.

마지막에 기숙이 드려주는 사건 해결은 명탐정과 다름없다.


정명섭의 <멸망한 세상의 셜록 홈스: 주홍색 도시>는 아서 코난 도일의 <주홍색 연구>를 패러디했다.

셜록 홈스는 뱀파이어 잭 더 리퍼에게 물려 뱀파이어가 되었다는 설정이다.

이후 셜록 홈즈의 소설을 따라 이야기가 요약되고, 인류는 거대한 멸망을 마주한다.

이 멸망한 세상 속에서 로봇 왓슨과 함께 떠돌이 생활을 한다.

그러다 도둑들의 공격을 받는데 뱀파이어의 능력으로 그들을 물리친다.

파손된 로봇 왓슨을 고치기 위해 도착한 도시가 바로 주홍색 도시다.

찬란했던 인류의 문화는 사라지고 작은 도시들만 남았다.

그가 며칠 머문 숙소에서 사람이 죽는 사건이 발생한다.

당연히 홈즈가 나서지 않을 수 없고, 사건의 진실에 다가간다.

하지만 마지막에 드러나는 진실은 독자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것이다.


최혁곤의 <진동분교 타임캡슐 개봉사건>은 뭔가 뒤가 찜찜하다.

폐교에 게스트하우스가 들어섰고, 주인은 배우 출신 요다 여사다.

화자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부동산 투자 목적으로 이 땅을 산 것 같다.

동네 유지 등이 갑작스럽게 30년 전 타임캡슐을 찾고 싶다고 말한다.

작은 시골 동네의 텃세이자 작은 협박 들이 곁들여 있는 요청이다.

이런 저런 일들이 생기고, 예상하지 못한 장면들이 연출된다.

이 연출의 숨겨진 의도를 찾아내고, 알려주는데 상당히 밀도 있게 진행된다.

읽다 보면 이 게스트하우스에 있는 사람들의 구성에 눈길이 간다.

아마 다른 연작이나 장편소설에서 이들을 다시 만나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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