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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미 돌아오다
사쿠라다 도모야 지음, 구수영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5년 3월
평점 :
제74회 일본 추리작가 협회상, 제21회 일본 본격 미스터리 대상 수상작이다.
하나만 받아도 눈길이 가는데 두 개나 수상했다.
그리고 사쿠라다 도모야의 한국 첫 번역 작품이다.
후기나 해설을 보면 단편만 썼고, 출간된 책도 두 권이 전부인 듯하다.
2013년에 제10회 미스터리즈! 신인상을 수상한 것을 생각하면 너무 과작이다.
아마추어 탐정 아리사와 센을 내세우는데 그가 전면에 나서는 경우는 많지 않다.
센은 전국을 방랑하며 곤충을 관찰하는데 일본 추리에서 가끔 보는 방랑 탐정의 변주다.
당연히 무대는 한 지역에 한정되지 않고 다양한 곳이다.
<매미 돌아오다>을 다 읽기 전에는 센이 탐정이란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
아니 이 단편이 미스터리라는 생각을 하지 않고 읽었던 것 같다.
16년 전 지진으로 폐허가 된 마을에 자원봉사 왔던 청년 헤치마의 이야기를 다룬다.
그가 그 당시 경험한 재해의 참극, 찾지 못한 소녀의 유해.
실종된 소녀의 유령을 본 듯한 경험 등이 차분하게 흘러나온다.
하지만 그가 유령을 봤다고 생각했던 그 장면의 이면에는 다른 사실들이 있었다.
그리고 제목이 의미하는 바와 매미를 먹었다는 마을 풍습 등이 엮였다.
개인적으로 다시 읽는다면 처음에 놓친 것들이 얼마나 많을지 궁금하다.
<염낭거미>는 긴박한 상황에서 달리는 구급차 장면으로 시작한다.
교통 사고를 당한 소녀, 하지만 이 구급차는 다른 곳으로 가던 중이다.
먼저 신고 온 곳으로 가야 하는데 한 아주머니가 길을 막는다.
다행히 다른 구급차 소리가 들리면서 원 목적지로 가지만 도로 공사 중이다.
힘들게 현장에 도착했는데 여성 피해자가 쓰러져 있고, 사건 가능성이 있다.
형사들이 이 사건을 수사하는데 엄마와 싸웠다는 여중생 딸의 행방이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이 딸이 도입부 교통 사고 피해 소녀다.
탐정 센은 언제 등장하지 하는 의문이 들 때 경찰의 시선에 걸린다.
그가 경찰에게 들려주는 두 사건의 연관성은 삶에 대한 통찰을 담고 있다.
<저 너머의 딱정벌레>는 지인의 펜션에 쉬러 왔다가 마주한 사건을 다룬다.
센이 오는 날 외국인 학생 한 명이 이 펜션을 예약했다.
센과 펜션 주인이 래프팅을 가던 중 타이어가 터지는데 둘 다 수리를 못한다.
이때 지나가던 차에서 한 청년이 내려 타이어 교체를 도와준다.
재밌게 래프팅을 한 후 돌아와서 보니 도와주었던 청년이 예약한 외국인 학생이다.
센은 그 청년의 가방에 달린 것을 보고 이야기의 물꼬를 튼다.
딱정벌레와 태양신 숭배 사상, 친구들이 정성이 가득한 선물.
센과 이 청년은 친구가 되었고, 서로의 우정을 다진다.
그런데 다음 날 아침 그 친구가 시체로 발견되면서 센의 추리가 이어진다.
국적과 인종을 뛰어넘은 우정과 외국인 혐오가 뒤섞여 있는데 왠지 씁쓸하다.
<반딧불이 계획>은 서술 트릭을 이용해 이야기를 풀어간다.
갑자기 사라진 과학잡지 프리랜서 작가.
이 작가가 사라진 이유를 뒤쫓는 잡지 편집장.
이 사이에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중학생 소년.
헛웃음이 나오고, 편집장의 조사는 새로운 단서로 이어진다.
과학지식이 나열되는 후반부는 단서의 나열이지만 나의 지식은 부족하다.
센이 언제 나오지? 가명의 작가가 센인가?
이 의문은 편집장과 소년의 대화 속에 드러나고, 사라진 작가의 행방도 추측된다.
누가 센인가를 생각하지 않고 미스터리로만 읽어도 재밌다.
<서브사하라의 파리>는 국제공항 세관 문제로 시작하다.
센은 자신의 앞에 있던 대학 동기의 체체파리 유충을 보고 있었다.
이 동기는 국경없는의사회의 변주인 단체에서 의사로 활동한 에구치다.
병에 담긴 파리의 유충은 세관 신고 품목이 아니었다.
그리고 몇 개월 후 둘은 오랜만에 만나 이야기를 나눈다.
체체파리에게 물렸을 때 생기는 아프리카 수면병과 에구치의 경험 등이다.
조금만 민감한 독자라면 에구치가 이 애벌레를 가져온 이유를 알 수 있다.
하지만 왜 그가 가져왔는지는 그의 이야기 속에 담겨 있다.
돈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치료제나 예방약이 개발되지 않는 현실은 역시 씁쓸하다.
아! 센이 외국에 다녀온 이유는 <저 너머의 딱정벌레>와 이어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