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자에게 정의는 없다 밀리언셀러 클럽 58
조지 펠레카노스 지음, 조영학 옮김 / 황금가지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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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미국에서 흑백의 문제는 아직도 진행 중인 모양이다. 아니 새롭게 유입된 수많은 인종들과 함께 다른 문제도 함께 진행 중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책 속에 나오듯이 이를 말하는 것은 하나의 금기처럼 다루어지는 모양이다. 자신들이 모두 알고 있지만 덮어두고 아닌 척 하면서 살아가는 것이다. 언젠가 이것이 다시 한 번 그 상처를 드러내고 큰 흉터를 만들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 소설의 두 주인공인 흑인 탐정 데릭과 백인 퀸은 모두 전직 경찰이었고, 자신들이 가진 편견이나 선입견을 쉽게 인정하지 않고 있다. 아니 인정한다는 것 자체가 그 사회에서 쉽지 않을 것이다. 그 문제에 관해서는 우리도 역시 자유로운 것이 아니지만 다인종 다문화 국가인 미국이라면 좀더 유연하고 자유로워야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하지만 책 속에서 말하듯이 결코 그들은 인종문제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책의 마지막에 말하듯이 흑인기자들이 아카데미상에 흑인배우가 올라오지 못하는가를 말하면서 낙후된 학교시설이나 문제 많은 학교에서 경비원 한 명이 500명의 안전을 떠맡기고 있는 현실을 말하지 못하는 실상을 이야기하는 부분에서 그 사회의 여러 문제가 잘 드러났다고 느낀다.


우리가 알고 있는 미국의 모습은 사실 많은 부분 현실과 동떨어진 부분이 있다. 우리의 현실에서 우리가 보는 현실이라는 것이 자신의 주변과 매체를 통해 걸러진 것을 본 것에 한정되어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당연할 것이다. 이 소설의 큰 줄기를 이루는 퀸의 임무 중 흑인 경찰 살인은 이 현실의 한 단면과 한 인간의 고뇌를 보여준다. 자신이 정당하다고 생각한 일에 숨겨진 의미를 발견해가는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많은 사건과 인물들이 그 사회의 밑바닥 삶을 충실히 그려내고 있는 것이다.


사실 재미라는 측면을 따지자면 이 책은 조금 부족하지 않나 생각한다. 거친 문장과 눈을 찌푸리게 하는 욕설과 마약중독자와 남성우월자들의 등장과 더불어 은근히 깔려있는 인종문제들이 재미있는 활극을 펼치는 것이 아니라 일상처럼 묘사되기 때문이다. 사회 모순이 일상에 고착되면서 하나의 현실이 되어버린 지금 그 모든 것들이 너무 자연스러워 충격은 거의 없다. 이 소설의 출간연도를 생각하면 놀라야하지만 그냥 받아들이고 있는 자신에 놀랄 뿐이다.


두 주인공 중 관심이 가는 것은 흑인 데릭이 아니라 백인 퀸이다. 몸으로 활동하는 것을 꺼리고 현실적으로 대처하는 데릭에 비해 퀸은 아직도 흘러넘치는 에너지로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사람이다. 자신이 임무 수행 중 죽인 흑인 경찰로 괴로워하고 자신에게 숨겨져 있던 인종편견을 쉽게 인정하지 못하지만 혼혈여성 주아나에게 끌리는 인물이다. 그녀를 사랑하지만 그 사랑이 보편적인 것이 아니라 특별한 것임을 그가 알게 되는 부분이나 흑인 경찰의 살인에 담겨있던 자신의 본심을 깨닫는 순간은 이 소설의 하이라이트가 아닌가 생각한다. 뭐 가장 긴장을 고조시키는 부분은 마지막 액션이 펼쳐지는 순간이 되겠지만.


스릴러라는 장르를 이렇게 표현한 것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욕설에 대한 부분에선 약간은 놀란 부분이 있지만 역시 현실적이라고 느끼지는 못한다. 조금 약하지 않나 생각한다. 시리즈의 첫 권이고 아직도 주인공에 대한 많은 부분이 남겨져 있음을 생각할 때 다른 작품에 관심이 간다. 하지만 이번 책처럼 심각한 주제를 장르 속에 녹여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정신없이 빠져드는 매력은 조금 부족하지만 읽고 난 후 많은 것을 생각하게 긴 여운을 남긴다. 개인적으로 퀸이 다시 나왔으면 하지만 어떨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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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을 밟다
가와카미 히로미 지음, 서은혜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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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당혹스러운 글이다. 아쿠타가와 상이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더욱 그렇다. 나의 선입견이 어느 정도는 작용하였겠지만 이런 식의 진행과 묘사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마지막 한 편을 읽는 순간조차도 완전히 동화되지 못했고 즐기지 못했다.


이 세 편의 소설들이 작가에 대한 하나의 그림을 그리게 만들어 주었지만 애정을 쏟아 붓게 만들지는 못했다. 아직은 이런 모습의 글에 익숙하지도 않고 깊게 파고들고 싶은 마음도 부족하다. 다시 글을 읽는다면 다른 독법으로 접근하여 이전에 몰랐던 재미를 발견하게 될지도 모르지만.


세 편 중 첫 번째 소설이자 수상작인 ‘뱀을 밟다’에서 뱀과의 동거와 다른 이들의 뱀 이야기가 예상하지 못한 전개와 상황이었다면 두 번째 소설은 좀 더 현실적일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이것도 조금 더 나아가면서 작가의 환상에 의해 만들어진 세계임을 알게 되었다. 마지막 편에선 더욱 노골적인 세계로 나아간다. 의미를 찾고자 하지만 그녀가 보여주는 이상한 세상에 눈이 고정되어 현실의 감각을 조금씩 상실하게 된다.


뱀을 밟는 것과 뱀과의 동거는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그런 상황에 조금씩 적응하여가는 그녀는 어떤가? 어쩌면 사전에 정보를 충분히 가지지 못해, 아니면 너무 짧은 이야기와 소수의 사람들로 인해 하나의 괴담으로 받아들였는지도 모르겠다. 일본만화 ‘백귀야행’에서 귀신들이 난무하는 것을 생각하면 뭐 특별한 것도 없지만 약간은 당혹스럽고 문체 등에서 취향을 타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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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기회 밀리언셀러 클럽 49
제임스 패터슨 지음, 최필원 옮김 / 황금가지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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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 시리즈에 두 번째 기회를 주었다. 이전보다 조금 나아졌지만 역시 변함없이 도식적이다. 도식적인 것이 매력이기도 하지만 약간은 매너리즘에 빠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생긴다. 범인에 대한 추리와 반전에 대한 예상은 예전과 같은 놀라움을 주지 않는다.


역시 빠르게 읽히면서 강하게 몰입하게 하는 힘은 살아있다. 이것이 내가 그의 책을 쉽게 떼어놓지 못하는 이유 중의 하나다. 책을 잡고 보다보면 어느 순간에 마지막 장에 도달하게 하는 쉬운 문장과 계산된 장면들의 빠른 전환이 있다. 그리고 강력한 적과 엉뚱하게 이쪽저쪽을 쑤시며 범인을 찾는 우리의 주인공이 있다.


이번에도 첫 장은 강력한 충격을 주면서 시작한다. 어린이 성가대원들을 무차별적으로 총을 난사하는 악당이 등장한 것이다. 다행이 죽은 아이는 한 명이다. 하지만 곧 이것이 연출된 장면이라는 것을 법의학적 해석으로 알게 된다. 그리고 이어지는 희생자들. 그들의 공통점은 경찰과 직간접으로 관계있는 인물들이라는 점이다. 이에 린지 박서와 그녀의 여성 살인클럽 멤버들은 힘을 다시 합친다.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한 명의 연쇄살인범을 쫒기 시작한 것이다.


흑인에 대한 증오범죄나 치밀하게 계획된 살인사건임을 추측하지만 단서가 되는 것은 하나의 그림뿐이다. 이 그림에 대한 단서를 찾아 범인을 쫒지만 역시 그는 작가의 많은 작품에서 사용하는 실체를 위한 그림자일 뿐이다. 만일 패터슨의 작품을 많이 읽지 않았다면 나쁜 것이 아니겠지만 그의 작품이나 다른 유사한 작품들에 단련된 입장에선 너무 공식화된 진행이라 힘이 조금 빠지는 부분이다.


린지의 분발이 도식적으로 흘러가는 와중에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그녀의 아버지가 등장한 것이다. 갑자기 등장하여 과거 사건과 관련성을 가지면서 범인에 대한 단서도 제공하는 것이다. 어린 시절 그녀를 떠난 아버지가 그녀의 흑기사가 되어 위기에서 구해주고 그들의 관계를 새롭게 하는 모습은 범인에 대한 것과 묘하게 연결된다. 작가가 의도적으로 배치한 것이지만 마음에 든다. 그렇다고 작품의 수준이 높아졌다는 의미는 아니다.


한 가지 눈에 거슬리는 것은 여성 살인클럽의 묘한 배분과 분할이다. 린지를 중심으로 각자 자신의 분야에서 그녀를 돕지만 가끔은 너무 각 등장인물들에게 무게를 동일하게 주려는 의도가 있지 않나 하는 것이다. 네 사람 모두 관련 있는 직종이지만 각 단서나 행동들이 골고루 분포된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뭐 이것을 염두에 둔 멤버라고 생각하지만 초기라서인지 갈등이 보이지 않는 것도 약간은 의문스럽다. 다음 작품에선 이들의 관계에 변화가 있으면 좋겠다. 그렇다고 깨어지라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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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육에 이르는 병 시공사 장르문학 시리즈
아비코 다케마루 지음, 권일영 옮김 / 시공사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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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작가가 심어놓은 선입견에 당했다. 아니 당할 수 밖에 없었다. 치밀하게 계산된 단어와 서술은 다른 분들이 찾아놓은 힌트에 힘입어 이해하기 전에는 쉽게 찾아내기 어려운 것들이다. 그래서 다시 몇몇 장을 찾아 읽다보니 선입견을 강하게 만드는 문장과 더불어 어색한 분위기를 느끼게 되었다.


이 작가의 작품을 두 번째로 읽는다. 최근에 나온 ‘미륵의 손바닥’에 대단함을 느끼지 못했는데 이번 소설은 나 자신의 노력보다 다른 사람들의 노력과 탐구에 힘입어 많은 부분을 새롭게 인식하게 되었다. 선입견에 의한 힘을 다시 생각하면서 마지막 한 단어를 읽고 난 후 약간의 멍함을 생각한다. 그것이 트릭이었나? 단서는 어디에 있었지? 몇 가지가 머릿속에 파노라마처럼 지나가지만 독자와 공정한 게임이었다고 평해지는 단서들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고 다른 분들의 감상평을 읽으면서 아! 하는 감탄사를 자아내게 되었다.


작가에 대한 감탄사도 연발하였지만 그 많은 단서들을 찾아낸 독자나 중요한 단서를 책 속에 조용히 나타낸 역자와 편집자에게도 놀라움을 느낀다. 쉽게 찾기는 어렵지만 충분히 의미 있는 단어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각 장마다 나오는 신화에 대한 이야기는 작품을 읽으면서도 뭔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과연 그러했다. 더 이상은 결정적 단서가 될 수 있기에 생략.


‘미륵의 손바닥’도 쉽게 읽히고 즐겁고 빠르게 읽혔는데 이 소설도 그렇다. 잔인한 장면을 읽으면서 약간은 무반응인 나를 보며 이전에 ‘가족사냥’에서 느낀 충격과 무시무시함을 생각하였다. 정확한 비교를 하기엔 무리가 있지만 그 당시 읽은 ‘가족사냥’은 한 편의 공포소설처럼 느껴졌었다. 하지만 이 소설은 그런 점보다 제목처럼 병적인 한 인간에 대한 묘사로 느꼈다. 다만 그 묘사를 보면서 작가가 해부학이나 그런 유사한 장면을 보거나 공부하지 않았을까 생각하였다. 잔혹함에 감정이 이입되기보다 묘사하는 작가에게 관심이 간 것이다.


세 사람의 시선이 번갈아 가면서 진행된다. 범인 미노루, 마사코, 히구치 이 세 명이다. 시간과 서술에 공을 들인 이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람이 있다. 그 때문에 우린 모두 속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뭐 이것이 이 소설이 지닌 매력이기도 하지만 처음 읽는 사람에겐 너무나도 큰 장벽이 아닐까 생각한다. 마지막을 읽고 난 후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몇몇 단서를 열심히 찾지 않는다면 결코 납득할 수 없는 작품인 것이다. 그 단서들이 결코 쉽게 나타나지 않지만 문장과 단어 하나하나에 심어져있으니 시간이 나시면 보물찾기하는 마음으로 찾아보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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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사라졌다 나를 찾아가는 징검다리 소설 13
수 코벳 지음, 고정아 옮김 / 생각과느낌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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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살이 다시 된다면? 내 아들이 12살에 엄마가 사라진다면? 이라는 두 가정에서 시작한다. 나이가 들면서 느끼는 감정은 젊은 시절의 나로 돌아가고 싶다는 현재의 자신에 대한 불만이 있다. 나 또한 가끔 과거로 돌아간다면 언제가 좋을지 하고 고민을 한 적이 있다. 물론 여기서는 자신이 원하는 나이로 돌아가지 못한다. 하지만 자신의 12살과 아들의 12살이 동시에 나오면서 아이의 몸을 가진 어른과 어른으로 자라는 아이가 잘 묘사되어 있다.


사실 나의 12살과 지금의 12살을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많다. 당시만 해도 이렇게 많은 학원과 교육열로 하루를 보내지 않았고 많은 시간을 친구들과 놀았다. 중학교 당시에도 역시 변함이 없었다. 중3은 예외지만. 지금 12살이 되라고 하면 아마 갑갑할 것이다. 금전적인 불편함뿐만 아니라 어리기 때문에 당하는 수많은 어려움이 눈에 보인다. 물론 좋은 점도 있을 것이다. 책임이나 사회의 부조리 등등에서 조금은 자유롭지 않을까 생각한다.


12살 소년 패트릭의 이야기가 많은 부분에서 어린이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의도한 글쓰기인지는 모르지만 그런 모습은 약간의 거부감을 주지만 많은 부분에서 안타까움이 더 많다. 자신에 대한 고민이나 친구와 즐거워야 할 시기에 어머니의 상실과 동생들로 힘든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나이가 들어서인지 패트릭의 성장에 나의 모습을 비추어보는 재미도 있다.


패트릭과 12살이 된 엄마의 이야기가 번갈아 가면서 진행되는데 서로가 관찰자가 되거나 관계가 엮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생활을 하여 간다는 점은 높이 평가하고 싶다.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 있지만 다가가지 못하는 엄마의 모습은 약간은 의외다. 영화라면 ‘엄마가 12살이 되었어요!’라면서 즐거운 사건들이 많이 등장하였겠지만 이 소설에선 자신을 돌아보고 자신을 조금씩 발견하는 것으로 가득하다.


몇 가지 작은 불만이 있지만 가장 큰 것은 아일랜드 마법과 요정으로 마지막을 장식한 것이다. 하나의 상징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좀 더 평범하거나 직접적인 접촉으로 어른이 되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그리고 아마 엄마가 다시 되어도 시간이 흘러간다면 다시 예전의 엄마도 돌아가지 않을까 생각하는 것은 나의 나쁜 습관인지 모르겠다.


이 소설은 아이를 이해하기 위한 책보다 어머니를 이해하기 더 좋은 책 같다. 동시에 잘 자라 준 아이들에게 고마움을 느껴야 하지 않을까! 세상의 모든 어머니와 아이들에게 고마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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