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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탐험가들 ㅣ 모중석 스릴러 클럽 8
데이비드 모렐 지음, 최필원 옮김 / 비채 / 2007년 5월
평점 :
절판
외국의 유명한 작가들 목록에 그의 이름이 나의 리스트에 올라있지 않은 것은 단순히 ‘람보(First Blood)' 때문이다. 어린 시절 친구와 함께 영화로 보았지만 당시 내가 베트남 전쟁이나 스릴러 등을 이해하기엔 어렸다. 차라리 오락성이 더 강하게 나타난 2편을 더 재미있게 본 기억이 난다. 3편에선 많아진 나이만큼 재미가 없었지만.
작가에 대한 정보를 얻고 난 후, 람보가 원작에 미치지 못한다는 글을 읽고 난 후 집에 있는 읽지 않지만 모아놓고 있든 책 중의 몇 권이 이 작가의 것임을 알았다. 더불어 그의 이름이 있는 책을 몇 권 더 헌책방에서 사 놓았다. 한 작품은 주저하고 있었는데 이 작품을 본 지금 빨리 가서 다른 사람이 가져가기 전에 사야겠다고 생각한다.
처음엔 일반적인 공포 소설을 생각했다. 괴물이나 유령 등이 폐가에 나오고 그 속에서 주인공이 힘겹게 살아나오는 것을 예상했다. 책의 중반까지도 그런 기대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비현실적인 괴물이나 유령보다 더 무서운 존재가 튀어나왔다. 그 괴물 같은 놈과의 생존 투쟁은 그 앞에 깔아놓은 하나하나의 이야기와 결합하면서 무서운 증폭을 보여주었다. 주인공 발렌저의 진실이 하나씩 드러나는 순간 하나의 문제가 생기고 힘겨운 일들이 벌어진다. 마치 조용히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비밀 하나와 공포 하나씩의 계단을 올라가는 느낌이라고 할까? 잘 짜여진 구성과 진행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사실 우리나라에 폐가나 흉가는 단순한 느낌을 준다. 요즘 도시에 재개발 등으로 높은 건물이나 아파트 등이 있지만 그 전까지는 오래된 한옥 등이 대부분이다. 그러니 하수구도 깊지 않고 아파트 등을 탐험할 모험가들도 쉽게 눈에 띄지 않는다. 동굴을 탐험하는 사람들에 대한 정보는 가지고 있고, 귀신 나오는 집을 담력 체험 차원에서 겪어보는 일은 있지만 상당히 희귀한 취미임에 틀림없다. 이런 환경에서 이런 취미활동을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몇 가지 예상이 가능하지만 이 소설이 보여주는 그런 괴상하고 갑작스러운 모습은 쉽게 상상하기 어렵다.
8시간의 사투라는 말처럼 하룻밤에 벌어지는 이야기다. 속도감 있고 긴장감이 높아지면서 냉혹한 결말로 이어진다. 매끈하게 잘 빠진 소설이다. 군살이 없어 약간은 불만인 부분도 있다. 개인적으로 하나의 이야기에서 파생되는 이야기들을 좋아하는데 이 부분이 없다보니 빠르게 몰입하게 되지만 한숨을 돌리면서 앞을 복기하거나 여운에 잠길 틈이 없다. 여유를 가지고 차분히 시간을 두고 읽을 생각을 하였지만 예상하지 못한 속도에 그만 단숨에 읽은 것이다. 많지 않은 등장인물에 길지 않은 시간은 이런 속도감을 더욱 높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