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네스터를 죽이고 싶어한다
카르멘 포사다스 지음, 권도희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5월
평점 :
절판


 

영하 30도 냉장고에서 요리사 네스터 채핀치가 죽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그는 왜 냉장고에 들어갔고, 그 냉장고 문을 잠군 사람은 누굴까? 이후 그의 죽음을 둘러싼 다양한 사람들의 숨겨진 이야기가 나온다. 각각의 비밀 속에 숨겨져 있는 이야기는 이 블랙코미디 같은 상황에서 크나큰 매력을 발휘한다. 그리고 그 비밀들은 무엇이고, 과연 누가 그를 죽였을까?


제목처럼 네스터를 죽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나온다. 그들의 비밀은 자신들이 여태껏 쌓아온 명성이나 현재 꿈꾸고 있는 미래를 단숨에 무너트릴 수 있다. 전직 판사의 어린 소년에 대한 동성애적 갈망이나 유명한 미술상이 과거에 아르헨티나 군부 독재자와 은밀하게 거래한 사실이나 옛날 동생의 남편과 바람을 피고 동생이 자살한 기억 등이 공포나 두려움과 결합하면서 묘한 울림을 만들어낸다.


많은 인물들이 등장하거나 복잡한 이야기 구조를 가지고 있지 않다. 때때로 유머스럽고 신랄한 비판이 각각의 심리 묘사와 더불어 즐거운 책읽기로 이끈다. 그리고 왜 그들이 네스터를 죽이고 싶어 하는지 이유를 보여준다. 착각이나 공포나 그리움이 만들어내는 이 현장이 한 편의 연극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잘 만들어진 연극에 탁월한 심리묘사가 덧붙여진 느낌이다.


책을 읽는 내내 나를 사로잡고 끝까지 끌고 간 것은 점성술사 마담 롱스태프의 예언이다. 네 개의 T가 힘을 합치게 되면 두려운 일이 생길 것이라는 예언이다. 네 명의 T와 네스터가 전체적인 줄거리를 이끌어 가는데 네스터와의 관계와 숨겨진 비밀들이 인간의 심리를 절묘하게 표현하고 있다. 네 명의 T에 대한 정체가 드러나고 각자의 이유가 네스터라는 요리사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보여주는 대목은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신경을 쓰지 않는 것에서 비롯한다. 그리고 착각이나 자신의 명예에 대한 집착이 자신들이 의도하지 않은 사건으로 몰아가는 것이다.


네 명의 T에 대한 정체도 알고 각자의 비밀로 알게 되었지만 범인에 대한 추리는 예상을 여지없이 벗어났다. 도식적으로 생각하였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작가가 만들어놓은 심리 묘사에 좀더 집중을 하지 않은 탓이다. 무시무시한 연속살인이나 탁월한 탐정이나 치밀하게 준비된 살인은 없지만 하나의 죽음과 연결된 다양한 사람들의 탁월한 심리 묘사와 살의가 새로운 모습의 멋진 추리소설을 만들어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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