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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트 워치 - 상 ㅣ 밀리언셀러 클럽 26
세르게이 루키야넨코 지음, 이수연 옮김 / 황금가지 / 2005년 10월
평점 :
절판
먼저 고백할 것 한 가지. 영화를 보고 이 소설에 대한 편견에 휩싸여 있었다. 또 하나 더. ‘헤드크러셔’를 보고 난 후 이 소설도 그처럼 복잡하고 난해할 것으로 미리 짐작하였다. 영화와 다른 소설 때문에 선입견을 가지고 접한 것이 산산 조각나는 순간 즐거움을 느낀 것 또한 사실이다.
영화나 소설은 설정은 비슷할지 모르지만 꽤 다른 모습을 가지고 있다. 영화의 경우 쉽게 이해하기 어려웠다. 재미도 또한 없었다. 지금 다시 본다면 소설의 일부가 형상화된 모습에 즐겁게 볼지도 모르겠지만 원작이 품고 있는 복잡하면서도 재미있는 것을 결코 뛰어넘지 못한다는 다시 확인하게 될 것 같다. 하기야 원작을 뛰어넘는 영화가 과연 몇 편이나 되겠나?
시리즈의 첫 권이고 다음 권을 보고 싶은 마음이 강하게 들게 한다. 단순한 오락위주의 판타지라면 페이지를 쉽게 넘기고, 좋은데! 라는 감탄사로 끝마무리를 짓고 싶지만 선과 악이라는 주제와 선과 악의 경비대라는 단체를 생각하게 되면 머릿속이 조금은 복잡해지고 깊은 생각으로 빠져들게 된다. 빛과 어둠이라는 두 단체의 탄생과 대립과 공생의 길이 간략하게 나오지만 그 사유의 깊이가 생각보다 깊고 어렵기 때문이다. 단순히 이분법으로 정리하면 간단하지만 작가가 보여주는 세계는 그렇지가 않다. 선이 즐거움과 기쁨을 주고 그곳에서 힘을 얻는 반면, 악은 퇴폐와 우울 등을 만들고 그곳으로부터 힘을 얻는다고 하지만 그 단순함이 그들의 공존을 설명하기는 쉽지 않다.
세 가지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주인공 안톤을 보고 있다면 참 불쌍하다는 생각이 든다. 자신이 우연히 발견하고 행동한 것들이 모두 안배에 의한 것들임이 밝혀지는 순간 개인의 자유의지와 운명이라는 단어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그가 행동한 것들은 자신의 자유의지이지만 그 길을 가게 만든 것은 운명이나 타인의 의도라니 이 얼마나 상충되는 모습인가! 궤도 위를 달리는 열차처럼 자신이 방향을 선택할 수 있지만 결국 그가 달리는 길은 깔아놓은 그 철로라는 것은 왠지 읽고 있는 나 자신을 분노하게 만들기도 한다.
이 소설이 야간경비대의 시선에서 본 것이고 다른 책은 주간경비대의 시선에서 본 것이라고 하니 하나의 사건을 둘러싸고 각각 다른 시각을 접하는 즐거움을 줄 듯하다. 다른 존재들의 특별한 능력이 주된 내용이 아니라 그 속에 움직이는 다른 존재의 고뇌와 갈등이 소설의 재미와 무게를 더해주는 듯하다. 아직도 머릿속이 혼돈으로 휘몰아치고 있지만 다음 작품에 관심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