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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죄악 - 뱀파이어 헌터 애니타 블레이크 시리즈 1 ㅣ 밀리언셀러 클럽 36
로렐 K. 해밀턴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06년 4월
평점 :
절판
장르 복합적인 책을 읽다보면 장르라는 무엇인가 하는 의문이 생기기도 한다. 평론가 등이 임의로 정해 놓은 경계선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이 책도 작가의 양장본 후기에서 출간까지의 과정을 보여주면서 어떤 대접을 받았는지 보여주며 이 문제에 대한 의문을 가진 듯 하다.
이야기의 공간은 세인트루이스이지만 시간적 배경은 가공의 시대이다. 뭐 공간도 실재의 공간이라기 보다 작가의 상상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보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이 속에서 주인공 애니타 블레이크는 소환사이자 뱀파이어 헌터이다. 작은 키에 여리고 흡혈귀에게 공포감을 느끼지만 강인하고 도전적이며 용기있게 행동하는 여성전사이도 하다.
흡혈귀들이 죽어나가자 흡혈귀의 마스터가 이 사건에 대한 의뢰를 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 과정에서 보여주는 여러 가지 사건과 시대적 공간적 배경에 대한 설명은 그녀가 창조한 세계에 대한 이해를 도와준다. 추리 소설적 소재에 흡혈귀와 늑대인간, 쥐인간 등의 괴물을 등장시킴으로써 색다른 느낌을 전해준다. 범인을 찾아가는 과정에 더해지는 사건이 이 책의 재미이자 시선을 잡아당기는 요소들이 아닐까 생각한다. 흡혈귀와 대화와 그들이 지닌 힘과 소환사가 보여주는 시체의 좀비화와 돈에 환장하여 인간성을 무시하는 사장이나 영생을 위해 자신을 죽여 흡혈귀화 하려는 사람들.
수 많은 의문점과 수 많은 장치들이 깔려 있어서 다음 작품을 위한 전제 조건을 많이 깔아 둔 듯 느낌마저 들기도 한다. 새로운 세계의 창조가 주는 장점이 아닐까 한다. 실패한다면 그 장점들이 모두 묻혀 버릴 것이지만 이 책은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그 존재를 인정받았지 않은가?
이 독특한 세계 속에서 추리 소설처럼 흘러가는 이야기 구조와 분위기에서 내가 필립 말로를 느꼈다면 너무 과장된 것일까? 그녀가 양장본 후기에서 하드보일드 탐정 미스터리라고 하지 않았는가? 왠지 모르게 어려운 상황에 처해지고 협박도 받아가며 자신의 일을 묵묵히 고독하면서도 꾸준히 처리하는 모습에서 그런 것을 느낀 것일까? 레이먼드 챈들러가 미국 하드보일드에 미친 영향을 생각하면 그런 것이 당연할 수 도 있겠다고 생각한다.
뱀파이어 시리즈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앤 라이스의 뱀파이어 연대기로써 레스타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녀의 세계가 때때로 문화인류학적 장치로 새롭고도 경이로운 세계를 열어 보여주었다면 이 책에서는 흡혈귀가 세상으로부터 인정받고 공존하면서도 불안한 세계를 그려내면서 새로운 시도를 보여준다. 책의 출간이 1993년이라 이젠 약간 그 세계가 새롭지 않지만 그 당시라면 어떠했을까?
시리즈의 다음 책을 읽기 전까지 이 책에 대한 나의 관심은 계속될 듯 하다. 몇 권의 책을 더 읽고 나면 전반적인 나의 좋고 나쁨이 완전히 드러나겠지만 현재의 느낌은 대략 재미있게 만족이다.
그리고 한가지. 책에서 뱀파이어 살해 시건이라는 단어는 오타가 아닌가 한다. 책의 거의 끝까지 이렇게 적다가 마지막에 와서 사건이라는 단어 바뀐 것은 이상하다. 처음 흡혈귀들의 죽음이라 시건이라고 번역했다고 생각했지만 후반에 적힌 것을 보고 오타임을 확인했다. 빠른 시간 교정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