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프리마투르
리타 모날디.프란체스코 소르티 지음, 최애리 옮김 / 문학동네 / 2004년 9월
평점 :
품절


처음 이 책에 눈이 간 것은 두터운 양장에 약간은 저렴한(?) 가격 때문이었다. 800쪽이 넘는데 가격이 저렇게 매겨지다니. 요즘 300쪽도 안되는 것이 만원에 가까운데......

하지만 들고 다니면서 책을 보기에는 너무 무겁고 부담이 되었다. 두 권으로 나누었다면 좋았을텐데 하는 생각이 머리 속을 떠나지 않았다. 집에서 놓고 보면 편할 것이고, 장서용으로 책꽂이에 꽂아 놓는다면 좋을지 모르지만 들고 다니며 보기는 너무 무겁고 팔에 무리가 온다.

책 외형에 대해서는 그만하자. 이 책은 상당히 재미있는 소재를 가지고 있다. 유럽사에서 한 획을 그을 만한 시대적 상황을 배경으로 한다. 태양왕 루이 14세와 오렌지 공 윌리엄과 교황 인노켄티우스 11세와 이슬람의 빈 공격이 그것이다. 직접적으로 그들이 부딪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들의 숨겨진 비밀이 로마의 조그마한 여관에서 사제와 사환의 대화와 추격 속에서 벗겨진다.

처음 이 두터운 책에서, 그 좁은 공간에서 어떻게 이야기를 이끌 것 인가 생각했지만 기우였다. 공간은 지하라는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 내어 움직이고 대화와 사건의 배경 등으로 유럽사를 집어 넣어면서 공간의 확장과 시대에 대한 해석도 아울러 보여주고 있다. 양념과도 같은 점성술과 음악과 암호와 의술에 대한 당시의 자료와 해석을 들추며 시대를 그려주고 있다.

페스트를 재료로 하여 권력의 지도와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모습은 재미있다. 그 시대에 페스트가 어떠한 역할을 하였는지는 역사가 알려주기에 이 병에 대한 수많은 치료 방법과 함께 화학무기로써의 가능성에 대한 가설은 작가의 상상력이 현대의 지식과 결합한 좋은 결과로 보인다. 그 치료를 위한 약을 음악을 이용한 암호를 이용했다는 것은 이미 다른 소설 등에서 보아 새롭지 못하지만 결과에 신의 위대함을 인용하는 부분에서 그 시대에 충실했음을 알게 되었다. 많은 소설에서 그 같은 경우에도 과학적 결과을 신봉하면서 미신적인 것을 멀리한 것에 비교하면 이색적이기도 하다.

책의 처음과 마지막에 소설에 대한 개입자가 나와서 소설이 단순한 소설이 아닌 역사적 사실임을 강하게 주장한다. 사실 그 시대에 대한 충분한 지식이 없다면 완전히 사실로 생각할 수 밖에 없다고 본다. 팩션이라는 장르의 특성상 사실과 허구가 조합된 것이고 작가는 사실성을 부각하기 위해 그 시대를 충실하게 복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나씩 공부하면서 읽다보면 많은 지식을 얻게 될지 모르지만.

이 소설에서 다루어진 부분 중 가장 중요하게 다루어진 부분이 태양왕과 푸케와의 관계는 프랑스 역사에 지식이 없다면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다. 다른 책들에서 다르게 평가되어지는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교황에 대한 부분에서는 그 자료가 작가의 상상력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면 사실로 인정하여야 하지 않을까? 교황이 가진 이권에 얼마나 많은 가문이 달려 들었는지 생각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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