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법소년 살인 사건 요다 픽션 Yoda Fiction 6
전건우 지음 / 요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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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촉법소년이란 단어가 많이 사용되고 있다.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의 형사미성년자를 지칭하는 말이다.

만 10세 미만의 경우는 범법소년이라고 부르는 모양이다.

소년원에 들어가는 14세 이상 19세 미만은 범죄소년이라고 한다.

이런 구분을 보고 점점 흉악해지는 유소년 범죄로 생각이 넘어갔다.

요즘 촉법소년을 내세워 범죄를 게임처럼 생각하는 아이들이 있다는 말은 들었다.

자신의 범죄 행위에 대한 벌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 그들을 막 나가게 한다.

작가는 이런 촉법소년 범죄를 가운데 놓고 다양한 이야기를 한다.

읽다 보면 너무 자극적인 부분이 있지만 생각할 부분도 상당히 많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 조민준 형사는 상당히 매력적인 캐릭터다.

첫 장면에서 재벌3세의 범죄를 자백하게 만든다.

하지만 실제 관심을 끄는 것은 그의 어린 시절 사건과 소시오패스 성격이다.

작은 동물들을 죽이고, 마음에 들지 않는 반 친구를 옥상에 민다.

다행히 그 친구는 떨어져 죽지 않았지만 조민준은 좋은 쪽으로 생각을 바꾼다.

자신의 감정을 숨긴 채 다른 사람의 표정과 감정을 보고 자신의 것으로 한다.

범인 검거율이 높은 것은 범인의 마음으로 보기 때문이 아니다.

그는 자신이라면 어떻게 할까? 생각하고 범인의 심리와 행동에 다가간다.

이 차이가 나에게는 굉장히 멋지게 다가왔고, 어떻게 이것을 풀려나올지 궁금했다.

하지만 내가 기대한 조민준의 활약은 약했고, 이야기의 전개는 빨랐다.


하나의 사건을 처리하기도 전에 그에게 새로운 사건이 내려온다.

미성년자 연쇄 살인 사건이다. 나중에 A군 연쇄 살인 사건으로 범인이 바꾼다.

이 ‘A군’이라는 익명성 속에 담긴 촉법소년의 문제를 부각하기 위한 설정이다.

세 명의 아이들이 이미 죽었는데 조민준이 뛰어들기 전에 연관성을 몰랐다.

이 세 소년은 다른 두 명과 함께 한 명의 반 친구를 폭력, 구타로 죽인 적이 있다.

하지만 이들은 미성년자이고, 언론에도 알려지지 않으면서 조용히 넘어갔다.

조민준은 이들의 연관성을 파악하고 미성년자 범죄자들과 심리 상담을 하는 윤민우를 만난다.

윤민우는 촉법소년을 옹호하는 편인 인물로 연쇄살언법의 반대에 서 있다.

그리고 경찰의 시선은 이들에게 죽은 소년의 가족으로 시선이 간다.


조민준과 하유리 형사는 죽은 학생의 집을 찾아간다.

당연히 가장 강력한 용의자는 그 사건의 피해가족이기 때문이다.

찾아간 지하1층의 낡은 집에는 피해자의 동생과 병 든 엄마가 있다.

아이가 폐지를 주워야 겨우 생활이 가능할 정도로 가난하고 힘든 가정이다.

이 가족의 친척이 있는지 조사하지만 특별히 나오는 사람이 없다.

그러다 네 번째 소년이 납치되는 사건이 발생하고, 경찰은 납치범을 알게 된다.

범인을 특정했지만 그의 행방을 알 수 없다.

그리고 범인은 한 유튜버에게 자신의 범행 사실을 알리고, 납치한 아이 영상까지 제공한다.

갑자기 특종을 잡은 유튜버 이슈킹은 속된말로 떡상하지만 아직 문제는 있다.

범인이 찍은 영상이 너무 잔혹해서 계정이 잠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네 번째 아이를 납치한 범인은 형법 제9조를 바꿀 것을 요구한다.

불가능한 요구이고, 나중에는 촉법소년의 처벌을 두고 투표를 붙인다.

범인이 사건을 극장형으로 만들면서 논란은 더욱 거세어진다.

이 논란을 좀더 깊이 있게 다루었다면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을 한다.

그러다 특정한 범인의 문제가 하나 더 나오면서 공범의 가능성이 제기된다.

누굴까? 혹시하는 마음에 등장한 사람들을 한 명씩 떠올려본다.

작가는 소설 곳곳에 이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들을 뿌려 놓았다.

이것들을 친절하게 하나씩 풀어 설명하지는 않는다. 물론 필요한 것도 아니다.

하지만 이 문제들은 아는만큼 보이는 것이고, 나도 놓친 것들이 많다.

이런 가지들을 헤치고 이야기는 빠르고 급하게 나아간다.

그 속도의 끝에 도달하면 아이의 밝은 웃음이 결코 있는 그대로 다가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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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진실이라는 거짓을 맹세해
헬레네 플루드 지음, 권도희 옮김 / 푸른숲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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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전작 <테라피스트>를 재밌게 읽었다.

전작의 기억이 조금 희미해졌지만 재미는 그대로 남아 있었다.

이 책을 선택한 이유 중 가장 큰 것이고, 믿고 보는 북유럽 심리 스릴러다.

문제는 책 제목이 계속 입 속에서 헛돌아 제대로 외워지지 않았다.

진실이라는 거짓’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궁금했다.

살인 사건을 다루지만 경찰이 주인공이 아니라 피살자의 불륜녀가 화자다.

당연히 수사 과정보다 불륜녀 리케의 심리 상태가 중심에 놓여 있다.

그녀의 심리를 따라가다 보면 혼란과 불안과 죄책감 등이 뒤섞여 흘러나온다.


처음 나오는 이야기를 읽고 쉽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요르겐을 처음 만나는 장면이 의미하는 바를 이해하지 못했다.

다른 색 바탕으로 구분한 이야기는 리케가 경찰에게 보낸 요르겐과의 만남에 대한 기록이다.

작가는 이 이야기를 각각의 장 사이에 집어넣어 사건의 진행과 속도를 맞춘다.

불륜에 빠진 리케가 요르겐과 어떻게 불륜 관계가 되었고, 그와의 만남이 준 의미가 나온다.

같은 건물 내에 살면서 그들이 나누는 불륜은 아주 위험할 수밖에 없다.

자신들은 숨긴다고 하지만 그 흔적은 생각보다 많은 곳에서 드러나고 있었다.

이런 상황도 리케가 경찰 수사 등을 받고, 이웃과 이야기하면서 알게 된 것이다.

이 기록이 늘어나면서 리케가 느낀 즐거움과 행복과 불안이 뒤섞여 표현된다.


리케가 시어머니를 만나고 온 날 살인 사건이 알려진다.

작가는 처음에는 그 피살자의 이름을 정확하게 표현하지 않는다.

이 소설에서 여성에 대한 인칭을 그녀라는 여성형이 아니라 ‘그’로 모두 통일했다.

이 사실을 알기 전에는 ‘그’라는 인칭 대명사의 성별을 문맥으로 파악해야 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 익숙해지면서 불편함이 조금씩 가셨지만 아직 나에겐 익숙하지 않다.

피살자가 요르겐이라는 사실이 알려지고, 리케의 오열이 숨겨진 채 이어진다.

자신이 불륜 상대란 사실을 말할 수 없기에 더욱 억제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경찰 수사가 점점 치밀해지면서 그녀는 가족을 방어하기 위해 자신의 불륜을 알린다.

그때 담당 형사는 그녀의 학창 시절 친구의 연인이었던 잉그빌드다.


이 살인 사건 이전에 동네에는 고양이를 잔혹하게 죽이는 사건이 있었다.

작가는 이 살묘 사건을 집어넣어 두 사건 사이의 연관성을 살짝 이어둔다.

잔혹한 살묘 사건의 이면에 어떤 의도가 있는지 알려질 때 조금 놀랐다.

약간 혼란스러운 상황이지만 독자의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요르겐을 둘러싼 수사가 깊어지고, 이웃 간에 대화가 오가면서 새로운 사실이 밝혀진다.

이 과정에 리케의 불안감이 점점 높아지고, 불면의 시간은 길어진다.

혹시하는 마음에 남편 오스먼드와 딸 엠마를 보호하려는 마음이 강해진다.

경찰은 이 건물 입주자 남자들이 함께 간 여행의 다툼에 주목한다.

여기에 대한 설명은 그 나라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완벽하게 이해되지 않았다.


경찰 잉그빌드는 리케에게 남편에게 불륜 사실을 고백하라고 말한다.

하지만 리케는 남편과 헤어지는 것이 불안해 감히 말을 내뱉지 못한다.

그녀가 주저하는 동안 그녀가 놓친 것들이 하나씩 튀어나온다.

딸 엠마에 대한 관심이 얼마나 없었는지, 가족에게 무관심했는지.

이 소설 후반부에 자신은 남들을 다 속였다고 생각한 것을 강하게 현실인식으로 드러낸다.

작은 단서 하나가 그녀가 생각한 성벽의 틈을 강하게 벌린다.

뛰어난 가독성으로 리케의 심리를 섬세하게 표현한다.

마지막 장에서 반전을 빚어내는데 그 열린 결말이 아주 멋지다.

내가 가진 의문 몇 가지가 거기서 다루어졌고, 문제가 될 것 같은 장면이 그랬다.

나에게 진실이었던 것이 거짓이 되는 순간, 진짜 진실이 문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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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비밀 케이스릴러
이종관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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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난 작가이지만 이름은 많이 들었다.

경찰 출신으로 알고 있었는데 국내 유일의 범죄수사 전문지 편집장 출신이다.

이런 이력이 이 소설 곳곳에서 빛을 발한다. 나의 착각을 부채질했다.

전작들에 대한 평도 상당히 좋았다. 고개를 끄덕인다.

최소한 앞부분에 이야기를 설정하고 끌고 나가는 부분은 어디에도 꿀리지 않는다.

다만 취향 차이로 이 부부가 엇갈리고, 의심하는 대목은 몰입감이 떨어졌다.

특히 주인공 대영의 알코올 중독과 기억 상실은 너무 많은 가능성을 열어둔다.

중반에 일어난 손의 상처 하나에 대한 것은 그대로 닫혀 있다.

마지막에 가면 감탄하면서도 뭔가 빠지고 아쉬운 듯한 느낌이 든다.


대영은 알코올 중독으로 일상 생활 및 경찰 활동에도 지장을 받고 있다.

그는 이것을 만회하기 위해 사기꾼 두일의 여친이 사는 곳에 잠복한다.

새벽 지하 주차장에 차를 대고 기다리다 차 한 대가 들어오는 것을 본다.

그리고 여자 한 명이 내려와 그 차에 탄 후 성관계를 하는 것을 본다.

그는 이 장면을 사진으로 찍고, 두일이 나타나길 기다린다.

그러다 잠드는데 그를 깨우는 인물이 바로 두일이다.

두일은 대영에게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 하나를 말한다.

그가 해인의 불륜 장소에 있던 것을 찍은 사진이다.

이 정보를 얻은 곳이 당신의 비밀이란 사이트인데 비밀 정보를 거래하는 곳이다.

두일은 자신이 가진 사진과 사이트 주소 링크를 보내고, 자신을 놓아달라고 말한다.


이후 이야기는 대영과 그의 아내 해인의 시점이 교차한다.

대영은 술에 취해 잠들고, 불륜으로 상처받은 마음을 숨긴 채 지낸다.

해인은 불륜 대상 태곤의 연락이 없어 불안하다.

술에 취해 잠든 대영의 휴대폰을 몰래 검색하는데 태곤의 오피스텔에 잠복한 사진이 보인다.

대영이 언제 어디서 찍은 것인지 모르는 피가 묻은 손 사진도 같이 본다.

잠든 그가 깨려고 할 때 스마트폰을 내려 놓는다.

대영은 스마트폰의 온도로 해인이 지신의 폰을 검색한 것을 알아챈다.

이런 작은 디테일에 감탄을 하면서 이 부부의 엇갈린 삶 속으로 들어간다.

대영은 해인이 용의자로 올라가는 것을 막으려고 하고, 해인은 대영을 용의자로 생각한다.


한강에 떠오른 캐리어에서 몸통만 남은 시신이 발견된다.

얼굴이 망가져 있어 신원 확인이 불가능하다.

캐리어도 대중적인 것이라 쉽게 구매자를 확인하는 것이 어렵다.

하지만 대영은 이 시체가 태곤이라고 생각하고, 최대한 해인으로 가는 시간을 늦춘다.

해인은 태곤의 오피스텔에 가서 CCTV를 확인해 대영이 범인일 가능성을 확인하려고 한다.

경찰이 와서 CCTV 자료를 가져 간 적이 있다고 하는데 그 인물이 대영이다.

그리고 대영인 것을 확인해줄 경비원이 옥상에 떨어져 죽는다. 자살이다.

이 경비원은 죽어 마땅한 인물이지만 그 과정에는 당신의 비밀 사이트가 있다.

이 사이트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알고 있는 비밀을 올려야 한다.

대영이 잠복 중 찍은 불륜 정보가 팔리고, 이것은 또 다른 사건으로 이어진다.


정보는 돈이자 권력이다.

읽는 내내 이 정보를 가진 사이트가 얼마나 큰 권력을 가지고 있는지에 놀란다.

이 사이트의 이용자가 대영의 용산경찰서뿐만 아니라 곳곳에 존재한다.

한 번 팔린 정보는 닫히고, 다른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새로운 정보를 올려야 한다.

여기에 대영이 끼어들면서 누구도 몰랐던 연결고리가 하나씩 드러난다.

자신이 가진 약점이 없었다면 정보를 조금씩 흘려 수사할 테지만 그럴 수 없다.

용산경찰서 내부의 누군가가 자신의 정보를 올린 것이 분명하다.

누구도 믿을 수 없고, 부부는 서로를 의심하면서 사건의 실체에 다가간다.

그러다 아무도 몰랐던 사실 하나가 튀어나오면서 상황이 더 이상해진다.

상황은 꼬이고, 진짜 용의자는 숨겨진 채 의심의 화살은 해인으로 향한다.


뛰어난 가독성과 수사과정의 현장감이 몰입감을 높인다.

대영과 해인의 서로 다른 생각과 서로 얽힌 관계는 후반으로 가면서 복잡해진다.

감정과 이성, 의심과 회피를 위한 말과 행동들이 상황을 더 어렵게 한다.

해인을 경찰 기자 출신으로 설정한 것도 이 상황을 더 복잡하게 한다.

읽는 동안 머릿속에 떠오른 하나의 의심은 사실로 드러난다.

그리고 풀리는 미스터리와 권력과 돈에 대한 욕심의 충돌.

마지막 장의 서늘하고 공포스러운 상황과 마무리는 진한 여운을 남긴다.

작가의 다른 책들도 찾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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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유해한 장르다 - 미스터리는 어떻게 힙한 장르가 되었나
박인성 지음 / 나비클럽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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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시간 날 때 조금씩 조금씩 읽었다.

읽으면서 아무 생각없이 재밌게만 읽었던 추리 소설을 살짝 다른 시각으로 보게 되었다.

책을 읽는 동안 오컬트 소설 한 편을 읽게 되었는데 괜히 이 책의 한 대목이 떠올랐다.

공포 소설의 하위 장르로서의 오컬트가 다른 것과 어떤 차이가 나는지도 조금 알게 되었다.

미스터리란 장르 자체가 부르주아의 오락에서 시작했다는 대목에 놀랐다.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것이라 더 그런 모양이다.

사회의 질서와 관련 있다고 했을 때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 미스터리가 어떻게 변주하고 교배하고 진화하게 되었는지 보여준다.

광고대로 이제 어느 장르나 차용해서 추리 기법을 활용하고 있다.


평론가가 쓴 미스터리 장르 안내서다.

여러 곳에 발표한 글들을 모아 한 권의 책으로 묶었다.

목차에 나오는 수많은 소설과 영호와 드라마 등은 시선을 끈다.

내가 보았고, 읽었고, 알고 있는 제목들이 차례로 나열되어 있다.

가장 낯설고 해보지 않은 것은 미스터리 게임들이다.

워낙 게임과 친하지 않고 이런 게임의 장르에 대한 지식도 없었다.

미스터리 게임을 한다면 과연 어느 정도까지 내가 나아갈지 궁금하다.

냉전시대가 낳은 첩보물에 대한 것은 익숙한 이야기다.

본 것과 읽은 것 사이에 알지만 읽지 않은 제목들에 대한 해석이 눈길을 끈다.

1부의 내용들은 낯익은 제목들과 엮이면서 기억을 더듬게 한다.


<흑뢰성>으로 역사 미스터리에 대해 말한다.

아직 읽지 않은 소설이지만 워낙 유명해서 읽은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소설이다.

이 이야기에서 나의 눈길을 끈 것은 마지막에 <귀멸의 칼날>과 비교한 부분이다.

공동체와 개인으로 풀어낸 부분은 이야기의 이면을 들여다보게 한다.

블레이드 런너에 대한 이야기는 사실 그렇게 새롭게 다가오지 않는다.

하지만 <블레이드 러너 2049>로 넘어오면 내가 놓친 것들이 하나둘 나타난다.

SF미스터리에 <카우보이 비밥>을 넣은 것에 반갑고 놀란다.

예정에 너무 재밌게 본 우주 활극 애니메이션이기 때문이다.

최근 범람하는 SF미스터리를 생각하면 개념 정리에 도움이 될 것 같다.


3부는 K-미스터리에 대한 서평에 가깝다.

읽은 책보다 읽지 않은 책들이 더 많은데 읽을 목록이 더 늘어났다.

미스터리는 단순한 의미에서 사람을 구하기 위해 사람을 죽이는 장르’라고 말한다.

한때 인터넷에 절대 함께 여행가지 말아야 하는 인물로 김전일과 명탐정 코난을 꼽았던 것이 떠오른다.

눈길을 끄는 대목 중 하나는 사이코패스에 대한 이야기다.

사이코패스가 짓는 죄보다 일반 사람이 더 많은 죄를 짓는다는 평범한 사실을 다시 인식한다.

그 시대의 유행이 어떻게 문학 속에 적용되는지 보여주는 사례 중 하나다.

내가 무심코 놓친, 무시한 책들의 평론은 나 자신의 취향을 돌아보게 한다.

한정된 정보, 좁아진 취향, 줄어든 독서 시간, 떨어진 체력과 집중력 등이 만든 문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잠시 나의 시야를 넓혔고, 독서 목록은 더 길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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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너의 죽음을 기원한다 클래식 추리소설의 잃어버린 보석, 잊혀진 미스터리 작가 시리즈 5
엘리자베스 생크세이 홀딩 지음, 최호정 옮김 / 키멜리움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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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4년에 출간된 미스터리 소설이다.

작가의 이름은 이 소설을 통해 처음 알았다.

여성 심리 서스펜스 장르를 개척한 선구자로 평가하는 글도 보인다.

고전 미스터리 소설인데 잊혀진 미스터리 작가 시리즈 5권이다.

앞에 나온 시리즈들 중 두 권을 재밌게 읽은 적이 있다.

사실 검색하기 전에는 시리즈 중 다른 두 권에 대한 기억은 희미했다.

이 소설에 끌린 이유는 레이먼드 챈들러가 극착했다는 문구 때문이다.

고전 추리소설들이 주는 재미를 순간적으로 떠올리면서 선택했다.


단순히 구성이나 전개 등을 보면 현대 추리와 많은 부분에서 비교된다.

캐릭터도 현대 소설의 입체적인 모습보다 조금 평면적이다.

심리 묘사도 읽다 보면 쉽게 납득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

하지만 이런 것들은 출간된 시절을 감안해야 하는 부분이다.

이전에는 그냥 재미없다고 치부하고 제대로 읽지 않은 적도 많았다.

덕분에 추리소설에 대한 이해와 역사가 얇아지게 되었다.

그리고 특정 작가들에 치우친 독서 때문에 취향을 너무 탔다.

나이가 들고 더 많은 추리소설을 읽으면서 취향도 조금씩 변한다.


부자인 연상의 여자 조세핀과 결혼해서 살고 있는 델란시.

델란시의 친구이자 화가인 로버트 화이트스톤.

로버트의 아내이자 델란시가 연민을 느끼는 로절린드.

불운한 음악가의 딸이자 로버트에 빠진 미녀 엘시 새킷.

이 소설 속에서 탐정 역할을 하는 백만장자의 아들 휴 애치슨.

이들의 관계가 엮이고, 꼬이면서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살인 사건이 생긴다.

보통의 사람들이 사고라고 생각한 것을 살인으로 깨달은 인물은 휴이다.

그의 관찰력과 추리력은 다른 사람들이 놓친 것을 조합해 사실에 다가간다.

하지만 그의 주장이 델란시나 엘시에게는 반가운 일이 아니다.


델란시는 로버트에게 자신의 아내를 죽이고 싶다는 고백을 들었다.

델란시는 주변 모든 사람에게 좋은 사람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이것과 별개로 이 고백은 놀라운 것이고, 휴가 주장할 때 깜짝 놀란다.

경찰이 사고사로 처리한 것을 살인 사건으로 바꾼 것이 휴이다.

그는 이런 불법적이고 불합리한 것을 그냥 묵인하지 못하는 성격이다.

자신이 관찰한 바가 사실이란 생각이 들면 경찰에 신고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엘시는 휴를 무시하게 되지만 그의 조언 때문에 또 다른 평가도 한다.

살인의 가능성은 친한 친구인 델리시를 경찰 조사로 이어지게 한다.

경찰 조사에서 델란시가 느낀 압박과 공포는 아주 매력적으로 묘사된다.


엘시는 자신이 만든 환상 속에서 허우적거리는 철없는 미녀다.

로버트가 살인했다는 것을 알고도 그와 결혼할 생각을 포기하지 않는다.

유죄 판정을 받지 않게 하려고 비싼 변호사를 고용하려고도 한다.

이것을 위해 델란시와 이야기를 나누는데 이 모습이 조세핀의 오해를 불러온다.

멋지고 잘 생긴 자신의 남편이 소문의 미녀와 데이터한 것으로 착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오해와 착각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고 점점 자라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으로 이어진다.

이 소설의 매력은 바로 이런 착각과 오해와 자신의 열정에 사로잡힌 사람들에 대한 심리묘사다.

직설적이고, 상황이 꼬이고, 감정에 휘둘리고, 분노하면서 사건이 점점 커진다.

마지막에 나오는 제목의 의미는 반전이자 후회의 감정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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