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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비밀 ㅣ 케이스릴러
이종관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24년 9월
평점 :
처음 만난 작가이지만 이름은 많이 들었다.
경찰 출신으로 알고 있었는데 국내 유일의 범죄수사 전문지 편집장 출신이다.
이런 이력이 이 소설 곳곳에서 빛을 발한다. 나의 착각을 부채질했다.
전작들에 대한 평도 상당히 좋았다. 고개를 끄덕인다.
최소한 앞부분에 이야기를 설정하고 끌고 나가는 부분은 어디에도 꿀리지 않는다.
다만 취향 차이로 이 부부가 엇갈리고, 의심하는 대목은 몰입감이 떨어졌다.
특히 주인공 대영의 알코올 중독과 기억 상실은 너무 많은 가능성을 열어둔다.
중반에 일어난 손의 상처 하나에 대한 것은 그대로 닫혀 있다.
마지막에 가면 감탄하면서도 뭔가 빠지고 아쉬운 듯한 느낌이 든다.
대영은 알코올 중독으로 일상 생활 및 경찰 활동에도 지장을 받고 있다.
그는 이것을 만회하기 위해 사기꾼 두일의 여친이 사는 곳에 잠복한다.
새벽 지하 주차장에 차를 대고 기다리다 차 한 대가 들어오는 것을 본다.
그리고 여자 한 명이 내려와 그 차에 탄 후 성관계를 하는 것을 본다.
그는 이 장면을 사진으로 찍고, 두일이 나타나길 기다린다.
그러다 잠드는데 그를 깨우는 인물이 바로 두일이다.
두일은 대영에게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 하나를 말한다.
그가 해인의 불륜 장소에 있던 것을 찍은 사진이다.
이 정보를 얻은 곳이 당신의 비밀이란 사이트인데 비밀 정보를 거래하는 곳이다.
두일은 자신이 가진 사진과 사이트 주소 링크를 보내고, 자신을 놓아달라고 말한다.
이후 이야기는 대영과 그의 아내 해인의 시점이 교차한다.
대영은 술에 취해 잠들고, 불륜으로 상처받은 마음을 숨긴 채 지낸다.
해인은 불륜 대상 태곤의 연락이 없어 불안하다.
술에 취해 잠든 대영의 휴대폰을 몰래 검색하는데 태곤의 오피스텔에 잠복한 사진이 보인다.
대영이 언제 어디서 찍은 것인지 모르는 피가 묻은 손 사진도 같이 본다.
잠든 그가 깨려고 할 때 스마트폰을 내려 놓는다.
대영은 스마트폰의 온도로 해인이 지신의 폰을 검색한 것을 알아챈다.
이런 작은 디테일에 감탄을 하면서 이 부부의 엇갈린 삶 속으로 들어간다.
대영은 해인이 용의자로 올라가는 것을 막으려고 하고, 해인은 대영을 용의자로 생각한다.
한강에 떠오른 캐리어에서 몸통만 남은 시신이 발견된다.
얼굴이 망가져 있어 신원 확인이 불가능하다.
캐리어도 대중적인 것이라 쉽게 구매자를 확인하는 것이 어렵다.
하지만 대영은 이 시체가 태곤이라고 생각하고, 최대한 해인으로 가는 시간을 늦춘다.
해인은 태곤의 오피스텔에 가서 CCTV를 확인해 대영이 범인일 가능성을 확인하려고 한다.
경찰이 와서 CCTV 자료를 가져 간 적이 있다고 하는데 그 인물이 대영이다.
그리고 대영인 것을 확인해줄 경비원이 옥상에 떨어져 죽는다. 자살이다.
이 경비원은 죽어 마땅한 인물이지만 그 과정에는 당신의 비밀 사이트가 있다.
이 사이트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알고 있는 비밀을 올려야 한다.
대영이 잠복 중 찍은 불륜 정보가 팔리고, 이것은 또 다른 사건으로 이어진다.
정보는 돈이자 권력이다.
읽는 내내 이 정보를 가진 사이트가 얼마나 큰 권력을 가지고 있는지에 놀란다.
이 사이트의 이용자가 대영의 용산경찰서뿐만 아니라 곳곳에 존재한다.
한 번 팔린 정보는 닫히고, 다른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새로운 정보를 올려야 한다.
여기에 대영이 끼어들면서 누구도 몰랐던 연결고리가 하나씩 드러난다.
자신이 가진 약점이 없었다면 정보를 조금씩 흘려 수사할 테지만 그럴 수 없다.
용산경찰서 내부의 누군가가 자신의 정보를 올린 것이 분명하다.
누구도 믿을 수 없고, 부부는 서로를 의심하면서 사건의 실체에 다가간다.
그러다 아무도 몰랐던 사실 하나가 튀어나오면서 상황이 더 이상해진다.
상황은 꼬이고, 진짜 용의자는 숨겨진 채 의심의 화살은 해인으로 향한다.
뛰어난 가독성과 수사과정의 현장감이 몰입감을 높인다.
대영과 해인의 서로 다른 생각과 서로 얽힌 관계는 후반으로 가면서 복잡해진다.
감정과 이성, 의심과 회피를 위한 말과 행동들이 상황을 더 어렵게 한다.
해인을 경찰 기자 출신으로 설정한 것도 이 상황을 더 복잡하게 한다.
읽는 동안 머릿속에 떠오른 하나의 의심은 사실로 드러난다.
그리고 풀리는 미스터리와 권력과 돈에 대한 욕심의 충돌.
마지막 장의 서늘하고 공포스러운 상황과 마무리는 진한 여운을 남긴다.
작가의 다른 책들도 찾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